'김정은 암살설'에 거리 두는 말레이시아 정부

자히드 부총리 "추측일뿐"... '북한 소행' 결정적 증거 아직 안 나와

등록 2017.02.17 11:41수정 2017.02.1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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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독살한 용의자로 추정되는 한 여성(노란색 상의, 빨간 원)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한 경찰서에서 이송되는 모습을 16일 중국 국영 CCTV가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독살한 용의자로 추정되는 한 여성(노란색 상의, 빨간 원)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한 경찰서에서 이송되는 모습을 16일 중국 국영 CCTV가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46)을 북한이 죽였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그에 대한 결정적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정부는 공식확인만 하지 않았을 뿐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암살'이라는 입장인 우리 정부와는 거리가 있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16일 AFP통신과 현지 베르나마 통신에 따르면 아흐마드 자히드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지난 13일 말레이시아에서 숨진 "김정남의 사망 뒤에 북한이 있다는 건 현재 그저 추측"이라고 했다. 자히드 부총리는 "말레이시아 땅에서 발생한 그의 죽음은 두 나라(말레이시아와 북한)의 현재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발언은 말레이시아가 북한과 비자가 필요 없는 '무비자 입국 가능' 관계일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반영한 것일 수도 있으나, 말레이시아가 이 사건의 수사 주체라는 점에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한 가운데 나온 발언일 수도 있다.

'북한 소행'으로 확정될 경우, 북한 정부가 말레이시아 영토에서 행한 살해 사건이라는 점에서 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에 대응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전에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소행'일 경우, 살인자에게 피살자 유해 넘기는 것

자히드 부총리는 또 김정남의 시신을 인도해 달라는 북한의 요청을 받았다면서 수사 절차를 밟아 인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모든 경찰(수사)과 의학적 절차가 마무리 된 이후"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북한 소행'일 경우 살인자들에게 피살자의 유해를 넘긴다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 또한 그 발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남 암살단'의 실체와 배후도 아직까지는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도안 티 흐엉(Doan Thi Huong)'이라는 이름이 기재된 베트남 여권을 가진 여성과 인도네시아 국적 여권을 가진 '시티 아이샤'(Siti Aishah)라는 여성을 체포했으나, 이들은 '암살범'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행동을 많이 했다는 의문이 제기돼 있다.

베트남 여권을 가진 여성은 사건 직후 현장을 신속히 탈출하지도, 얼굴을 가리지도 않아 CCTV에 전신이 찍혔고, 공항 근처 호텔에 머물다가 사건 이틀 뒤 사건 당시에 입었던 'LOL'이라 적힌 옷을 그대로 입고 혼자 범행현장인 공항에 나타나 배회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된 뒤에는 "장난인줄 알고 가담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 용의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내 나이트클럽에서 호스티스로 일해온 이혼녀이며, 나이트클럽에서 그녀에게 접근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행동을 도와주면 100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여 김정남 암살에 동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말레이시아 경찰, 남성 4명 추적 중

결국 말레이시아 경찰이 13일 사건 당일 공항 CCTV화면을 통해 혐의점을 잡고 추적 중인 4명의 남성을 확보해야 정확한 사건의 실체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 대해) "경찰이 4명의 남성 용의자 가운데 40대 남성이 북한 (대남·해외 공작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정찰총국 소속인 것으로 보고 추적 중"(말레이시아 <뉴스트레이츠타임스>)이라는 보도와 현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4명의 남성이 모두 특정 국가 정보기관 소속이 아니라 살인 청부를 받은 암살단일 것"(현지 중국어 신문 동방(東方)일보)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물론 '청부 암살단'이라고 해도 그 배후에 북한이 있을 수도 있다.

이처럼 아직까지는 북한 소행이라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고 김정남의 개인적 문제와 관련된 사건일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말레이시아 정부의 공식발표가 나올 때까지 이 사건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김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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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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