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광장 캠핑촌에 텐트를 친 노동자들.
노숙택
캠핑촌은 보기 드문 노동과 문화, 문화와 노동의 만남이었다. 문화예술블랙리스트와 노동블랙리스트의 만남이었다. 이명박근혜정권은 현대판 유신정권의 부활이다. 블랙리스트작성과 탄압은 비단 문화예술인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 전 분야에 해당된다. 각 분야에서 저항하고 있지만 캠핑촌을 통한 문화와 노동의 만남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자연스러운 만남이었다.
노동과 문화의 담장을 부수는 실천적 활동이었다. 문화예술인들의 재능과 노력으로 농성장의 삭막함은 사라지고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되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농성투쟁의 달인처럼 농성장꾸미기와 정리정돈뿐만 아니라 든든한 농성장 지킴이가 되어 주었다.
비없세는 캠핑촌 초기부터 대표적인 노동블랙리스트인 투쟁하는 비정규노동자들의 참여를 조직했지만 쉽지 않았다. 각자의 현안 투쟁과 근무가 발목을 잡았다. 그럼에도 현대기아차비정규직노동자들이 제일 먼저 캠핑촌에 입주했다. 정리해고와 노조탄압으로 투쟁하는 쌍용차, 콜트콜텍, 유성기업노동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캠핑촌 보금자리를 각 노조의 요구사항을 담은 형식으로 제작하고 매주 촛불집회 때면 다양한 캠페인과 행진, 분향소 설치 등으로 촛불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비없세는 퇴진행동 재벌특위와 함께 광장사업을 통해 재벌구속과 비정규노동자들의 정규직전환의 절박함을 적극적으로 알려냈다. 또한 많이 늦었지만 '박근혜-재벌총수를 감옥으로! 새로운 세상, 길 을 걷자. 비정규직, 정리해고, 노조탄압 없는 세상 만드는 1박2일 대행진'기획 사업을 제안하고 재벌들의 불법과 착취와 탄압의 최대 희생자인 비정규노동자, 정리해고와 노조파괴로 고통 받아 온 노동자들이 앞장서 투쟁할 수 있게 했으며, 촛불을 들었던 모든 노동자들, 사회단체와 시민들 의 참여를 조직해냈다.
우리 안의 적폐청산 과제촛불집회 이후 등장한 '적폐청산'이라는 말은 어느 순간부터 박근혜와 그 부역자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되고 있다. 어떤 자리에서 같은 활동가를 비판하면서 적폐청산을 이야기하자, 발끈하면서 "내가 박근혜야!"라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오랫동안 쌓여 온 폐단'을 깨끗이 정리하자는 말은 우리 안의 금기어가 될 수 없다.
우리사회 적폐청산 과제만큼이나 우리 안의 과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들춰내고 바로잡아야 한다. 촛불혁명 시기에 적폐청산은 또 다른 세상을 위한 청사진이다. 이 시기에 부합되는 선택과 집중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다시는 똑 같은 폐단이 반복되지 못하도록 뿌리를 도려내는 아픔과 결단이 필요하다. 이것은 얼굴만 바뀐 위정자들에게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촛불'로 감시하고 요구해야 한다.
우리 안의 적폐청산 과제도 마찬가지다. 감추고 용인하는 것 아니라 드러내고 비판하면서 바로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촛불혁명시기에 한탄만 하면서 뒤쳐질 것이다. 촛불의 역동성과 광장의 힘을 유지시키고 우리사회의 적폐청산을 현실화하는 출발점은 우리 안의 적폐청산이다.
새로운 세상을 위한 불순한 상상과 실천박근혜 탄핵이후 광장은 무엇을 할 것인가? 그 출발점은 적폐청산이 분명하다. 하지만 계급계층에 따라 청산의 의제와 대상이 분명 다를 것이다. 조기대선실시가 예정됨에 따라 광장보다는 대선후보들이 의제와 대상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 광장의 힘과 역동성은 정권교체를 뛰어넘어 새로운 세상을 갈망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그러나 이 땅의 지배 권력은 더 이상의 불순한 상상과 실천을 용납하지 않는다. 100여일 전 그 누구도 박근혜 탄핵을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6월 항쟁도 7~8월 노동자대투쟁을 예상 하지 못했다. 광장의 상상과 실천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더는 촛불에 기대거나 안주해서는 안 된다.
분노한 노동자와 조직된 노동자가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캠핑촌의 힘처럼 자신의 마이크를 켰을 때 전체의 목소리가 될 수 있으며, 실현될 때까지 끈질기게 요구할 수 있다. 촛불의 역동성은 아직도 유효하며 예상하지 못한 흐름을 또 다시 만들어 낼 수 있다.
새로운 세상을 위한 노동자들의 상상과 실천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