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시대의창
사실 한국의 현실 정치판은 워낙 다이내믹한 이합집산과 그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친노/반노/패권주의/뉴라이트/신보수/탈호남 등등) 무정형의 모습이 난무해 사회학적 접근, 특히 양적 접근이 아닌 질적 접근으로 분석할 경우 개념화와 일반화가 매우 어렵다.
단적으로 1987년 평화민주당 이래 민주당의 당명을 줄줄 욀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데 이 책에는 서구의 개념이 꽤 많이 등장하면서도 그 개념들이 묘하게 다이내믹 코리아의 정치적 격변기를 설명할 수 있는 틀이 될 수도 있어 기묘한 지적 여행이 가능하다.
에드워드 사이드, 칼 슈미트, 앤서니 기든스, 샹탈 무페, 테리 이글턴, 안토니오 그람시, 마이클 만 등의 이론 및 개념이 친노와 반노, 패권주의, 신보수주의는 물론 문재인, 안철수로 대표되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 당 분당과 그 의미까지 설명이 가능해지니 독자입장에서는 자신의 정체성과 상관없이 충분한 지적자극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장신기는 이 책을 통해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의 의식이, 사실은 보수에 의해 식민화 됐다고 주장한다. 이는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동양에 대한 서양의 편견과 왜곡, 동양에 대한 서양의 사고방식과 지배 방식을 말함)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면서 '진보 오리엔탈리즘'이라는 개념을 통해 한국정치를 해석한다.
즉 진보는 보수세력의 프레임인 친노와 반노, 반DJ와 반노무현, 친노종북 같은 단어들과 안보는 보수, 이념없는 민생, 반대만 하는 진보 등의 보수가 깔아놓은 레토릭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종국적으로는 진보 내부에 있는, 보수의 음흉한 렌즈를 부숴버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전체적인 논지도 실제 행해졌던 현실정치에서의 사건과 발언들을 사례로 제시하면서 전개돼 꽤 설득력이 있다. 물론 분석적 관점에서 쓴 것이라 약간의 양비, 양시론은 어쩔 수 없이 포함되지만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요즘 같은 민주당 및 국민의 당 내부의 인물 및 그 계파를 둘러싼 논쟁과 불협화음이 어디서 왔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자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비판적 일독을 권한다.
진보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 반노무현주의, 탈호남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의 부활
장신기 지음,
시대의창,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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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기는 말한다, 진보 내부의 보수 프레임을 깨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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