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에, 인천 사는 내가 먼저 망하게 생겼다

[주장]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 줄면서 전통시장 상인들 피해 커

등록 2017.03.07 11:17수정 2017.03.0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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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화장품 가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추진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자국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함에 따라 면세점 등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17.3.6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화장품 가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추진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자국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함에 따라 면세점 등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17.3.6 연합뉴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배치로 인해 인천에 사는 내가 곧 망하게 생겼다.


나는 관광기념품을 제조해 판매하는 자영업자다. 1999년 IMF 사태 때, 다니던 무역회사를 나와 창업했다. 이 일을 시작한 이래 요즘이 제일 힘들다.

주요 거래처는 서울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인사동 그리고 명동, 제주도 등지에 있는 관광객 대상 기념품점이다. 난 한국민속 공예품을 만들어 그곳에 납품한다.

지난해 8월, 정부가 경북 성주군에 사드를 배치한다고 발표한 뒤부터 매출이 급락했다. 최근에는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중국인 관광객으로 넘쳐나던 시장... 지금은 주문 전화 한 통 없어

사드 배치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는 시장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이 너무 조용하다. 제주도 거래처로부터는 지난 두세 달 동안 주문 전화 한 통 오지 않았다.


물론 중국인 관광객들은 한국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많이 사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이란 게 손님들이 북적여야 장사도 잘 된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한국 재래시장에서 일본인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에서 불고 있는 혐한(嫌韓)의 영향이 컸다. 또 일본의 엔저도 일본인의 한국 관광을 줄어들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동안 사라진 일본인 관광객을 대신해 중국인과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이 그 자리를 채워줘 시장 상인들이 살 수 있었다.


요즘은 시장에 자주 나가 본다. 시장에서 만나는 상인들도 장사가 정말 안 된다며 하소연한다. 나에게 "다른 곳은 어떠냐?", "언제쯤부터나 장사가 될까?"하고 묻는 이가 많다.

서울 명동에서 큰 가게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이 상태로라면 조만간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한다. 명동의 그 가게는 종업원이 10명 정도 된다. 가게를 닫으면 그 종업원들도 일자리를 잃고 흩어지게 된다.

"공장이라도 알아 봐야겠다"는 아내... 마음이 아팠다

요즘 명동에 가 보면,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대형 '화장품점' 중 문 닫는 곳이 많다. 한국 시장에서 그나마 물건을 팔아주던 중국인 관광객마저 사라지면 남대문, 동대문시장, 명동, 제주도 지역 상인들은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나는 얼마 전, 같이 일하던 아내로부터 "이제 어디 공장이라도 알아봐야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 소리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 "그런 소리 말아라"라고 말했으나 사실 나도 걱정이 많이 된다.

난 이제 곧 예순살이 된다. 이 나이에 그런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게 부끄럽고 또 한심하다. 50대 중반인 내 아내가 "공장을 알아봐야 하나?"라는 소리를 하다니, 부끄럽기만 하다. 그런데 이런 고민은 성주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정부 발표가 있기 전에는 해 본 기억이 없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물건 만들어 공급하기 바빴다.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소리가 나왔을 뿐인데 인천에 사는 나는 피해가 막심하다.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을 막겠다며 경북 성주에 사들을 놓겠다는데, 그 피해는 성주 참외가 아닌 인천, 서울, 제주지역 등 상인들이 먼저 입게 생겼다. 사드가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라는 이야기다.
덧붙이는 글 기자 개인블로그 이프레스에도 올립니다.
#사드피해 #사드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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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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