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종가들이 뜨고 있다

윤형식 전라남도종가회 회장...재단법인 녹우당 문화예술재단 설립도 추진

등록 2017.03.08 13:36수정 2017.03.0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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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녹우당의 소나무. 종가의 깊은 뿌리를 짐작케 한다. ⓒ 이돈삼


'종가는 망해도 신주보와 향로, 향합은 남는다'고 했다. 전통 있는 집안은 망해도 집안의 규율과 품격, 지조는 그대로 남음을 비유한 말이다.

남도의 종가(宗家)가 요즘 뜨고 있다. 전라남도에 뿌리를 두고 대를 이어온 종가는 70여 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10대 이상 대물림해 온 종가가 절반을 웃돈다. 나라에 큰 공을 세우거나 학문과 덕이 높아 종가가 된 불천위(不遷位)도 9곳이다. 가장 오래된 종가는 신안의 한양 조씨 봉사공파로 28대째 내려오고 있다.


종가의 종택(宗宅)도 눈길을 끈다. 200년 넘은 종택이 11군데, 100년 넘은 곳이 7군데다. 가장 오래된 집은 1583년 지어진 장흥 위씨 판서공파 종택이다.

남도의 종가가 용틀임을 있다. 전라남도가 역점시책으로 추진할 '남도문예 르네상스'와 버무려지면서다. 전남의 종가 대표들이 모인 전라남도종가회도 꾸려졌다. 가문의 뿌리를 찾는 것은 물론 오랜 기간 꽃 피워온 남도의 찬란한 문화를 되살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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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식 전라남도종가회 회장. 종가는 지역사와 생활사를 아우르는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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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녹우당. 고산 윤선도의 4대조, 공재 윤두서의 7대조인 어초은 윤효정이 지은 건물이다. ⓒ 이돈삼


"종가는 지역사와 생활사를 아우르는 종합 문화유산입니다. 종가문화에는 우리 선조들의 삶과 정신, 문화가 서려있고요. 전남종가회가 구성된 것은 종가와 종가문화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것을 전승·발전시키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윤형식(84·해남 녹우당 대표) 전라남도종가회 회장의 의미 부여다. 이를 위해 전남종가회와 전라남도는 그 동안 전문기관에 맡겨 전남도내 종가와 종가문화 전반에 대한 전수 조사를 했다. 종가의 역사, 건축, 민속, 문화, 음식을 망라했다. 조사 결과를 한데 모은 '전남 종가문화 현황보고서'도 금명간 나올 예정이다.

"할 일이 많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조명 받지 못한 종가문화를 보존하고 전승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종택도 보수하고 정비해야 하고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종가의 예법, 음식,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종택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려고 합니다."


윤 회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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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종가회 회원들. 지난 2월 14일 해남 녹우당에서 모였다. ⓒ 이돈삼


전남종가회는 종가 간 문화유적 답사나 종가 탐방 등을 통해 교류와 소통도 돈독히 할 계획이다. 종택·종가 예법·종가 음식 등 종가문화와 가치도 찾아 확산시킬 방침이다. 종가의 생활사와 종가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종가문화 사진 전시회도 준비하고 있다.

이 일에는 전라남도가 앞장서고, 종가회원들이 적극 참여키로 했다. 지난 2월 14일 전남종가회 회원들이 해남 녹우당에 한데 모여 결의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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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 윤선도 유물 전시관. 500년 넘게 살아 온 해남윤씨 어초은공파 사람들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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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 윤선도 유물 전시관에서 만난 고산유고집. 대대로 전해오는 보물급 고문서다. ⓒ 이돈삼


윤 회장은 재단법인 녹우당 종가보존 문화예술재단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고산 윤선도(1587∼1671), 공재 윤두서(1668∼1715) 가문인 해남 윤씨 어초은공파의 종가 문화를 보존·관리하는 재단이다.

"귀한 유·무형의 재산을 유지·관리하고, 계승·발전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한 연구도 하고, 후진을 양성하고, 콘텐츠도 개발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사업도 해야 하고요."

윤 회장이 밝힌 녹우당 문화재단 설립 이유다. 이를 위해 전라남도에 재단법인 설립 신청서를 내놓았다. 녹우당 문화재단은 녹우당 종가에서 보유하고 있는 국보와 보물, 유물 등 500여 년 넘게 지켜온 유·무형의 재산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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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 윤선도 유물 전시관의 노비문서. 보물 제483호로 지정돼 있다. ⓒ 이돈삼


"녹우당이 보유한 유물, 문헌, 예술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보유 문화재를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해야 합니다. 이런 일을 하는 학자와 예술가도 지원해야죠. 박물관, 기념관, 교육기관도 설립하려고요. 공재미술관을 건립해 근·현대 작품을 전시하고 공재미술상도 제정할 계획입니다. 녹우당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재와 예술품을 일반 국민들이 향유하는데 필요한 활동도 지원하려고 합니다."

윤 회장이 꼽은 녹우당 문화재단의 할 일이다. 그 목소리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500년 넘게 이어온 종가와 종가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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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초은 윤효정의 묘. 해남 녹우당에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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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녹우당의 숲. 아름드리 나무들이 오랜 세월을 짐작케 한다. ⓒ 이돈삼


윤형식 전라남도종가회장이 살고 있는 녹우당은 해남군 해남읍 연동리 고산 윤선도 유적지에 있다. 고산 윤선도의 4대조, 공재 윤두서의 7대조인 어초은 윤효정(1476∼1543)이 지은 건물이다. 해남 윤씨 어초은공파의 종택이다. 사적 제167호로 지정돼 있다.

녹우당 앞 유물전시관에는 내면의 세계까지 생생히 표현한 윤두서의 자화상(국보 제240호)을 비롯 해남 윤씨 가전 고화첩(보물 481호), 윤선도 종가 문적(보물 제482호), 고려시대 노비문서(보물 483호) 등 많은 문화재와 유물이 전시돼 있다.

덕음산 중턱의 비자나무 400여 그루가 이룬 숲은 500여 년 전에 조성됐다. 천연기념물 제241호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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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녹우당 풍경. 전라남도 해남군 해남읍 연동리에 있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남종가회 #윤형식 #녹우당 #고산기념관 #녹우당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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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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