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대통령 탄핵안이 인용된 뒤 소추위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회 탄핵 소추는) 조선 시대에서 정적을 잡을 때 쓰던 연좌제로 최순실 일당의 잘못을 박 대통령의 잘못으로 덮어 씌운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리 변호인단이었던 김평우 변호사가 지난달 1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 외친 말이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탄핵 결정에 이른 10일까지 박 전 대통령 측 일부 대리인단은 물론, 태극기 집회 참가 인사들에게 숱한 비난과 공격을 받아왔다.
국회 탄핵 소추는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권성동 소추위원단장의 국회의원 지역구인 강원도 강릉에서는 지난달 27일 '탄핵 반대' 세력들이 권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같은 날 권 위원장은 헌법재판소에서 최후 진술문을 낭독하며 "(헌재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결코 부끄러운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진술을 전하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관련 기사 :
울먹인 권성동 "민주주의의 적들로부터 지켜달라").
그로부터 12일 후, 소추위원단은 재판관 전원 대통령 파면 결정을 끌어냈다. 변론 기일 16회, 재판 21회에 걸친 92일 만의 결정이었다. 심판 직후 권 위원장을 비롯한 소추위원들은 담담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며 심판정을 떠났다. 미소를 띠거나 흥분에 찬 이는 없었다.
쉽지 않았던 고비들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권성동 위원장(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겸임)이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의원 9명을 소추 위원으로 임명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새누리당이었던 권성동, 장제원(현 바른정당) 의원을 비롯해 윤한홍(자유한국당), 박범계, 이춘석, 박주민(이상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손금주(이상 국민의당), 이정미(정의당) 의원이 참여했다.
되돌아보면 선고까지 고비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8일 박 전 대통령의 답변서를 공개하는 과정에서는 소추 위원 간 마찰이 일기도 했다. 여론 재판으로 흐를 수 있다는 권 위원장의 우려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공개해야한다는 다른 야당 의원들의 주장이 맞붙었기 때문이다. 권 위원장은 결국 "소추의원단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며 답변서를 공개했다. 공개 이후에는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거센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심판 과정에서도 난관은 등장했다. 박주민 의원은 1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7일까지 (헌재가) 대통령 대리인단 측에 끌려간 측면이 있었다"고 전했다. 심판 초기 대통령 대리인단 측이 심판을 지연하며 대거 증인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헌재가 공정성을 들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난관은 헌재의 '태도 전환'으로 해결됐다. 박 의원은 "소추위원단이 계속 헌재를 비판하자 지난달 9일부터 (헌재의) 태도가 달라졌다"면서 "당시 헌재가 공정성 시비 차단을 위해 대통령 측 이야기를 듣다가, 대리인단의 태도나 (심판 절차) 지연 등의 모습으로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니 균형을 잡아야겠다고 인식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