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집회 인명사고, 언론도 책임있어

MBC, 조선일보 등 대통령 대리인단 막말 여과없이 보도

등록 2017.03.10 21:37수정 2017.03.1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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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선고에서 박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헌재가 최종 결정문에 밝혔듯이 박 대통령의 파면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대리인단 서석구 변호사를 비롯한 박근혜 추종세력은 헌재 선고 이전부터 지금까지 억지스러운 논리로 불복의 의사를 표하고 있다. 서 변호사는 최종 선고 직후 "헌재가 이석기 석방을 요구하는 촛불세력에 날개를 달아줬다", "촛불세력 못 이겨 참담한 판결"이라면서 헌재에 강력한 유감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의 김평우 변호사는 "탄핵이 인용되면 서울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라는 선동적 발언을 헌재 심판정에서 보란 듯이 내뱉기도 했다. 논리도, 근거도 없이 오직 박근혜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만 남은 이러한 선동에 탄핵을 반대하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는 날이 갈수록 과격해졌다. 파면이 결정된 직후인 10일 오후, 극도로 흥분한 친박 집회에서는 급기야 사망자 2명이 발생하는 등 인명 사고가 일어났다.

참담한 유혈사태, 언론도 책임있어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서 우리는 언론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언론은 서석구‧김평우 등 박근혜 추종세력의 내란선동에 가까운 막말들에 대해 합리적인 비판은 제쳐놓고, 중계방송 하듯이 전달하기만 했다. 심지어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가 막힌 보도들도 나왔다.

이런 일은 탄핵 선고가 나온 10일 당일에도 반복됐다. 이날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가 모두 헌재의 최종 선고를 생중계했는데 이중 JTBC‧TV조선‧채널A‧MBN은 서석구 변호사의 '극언 기자회견'까지 생중계했다. "하나님께서 우리 한국 역사에 깊숙이 개입했는데, 8:0으로 대통령을 탄핵했다는 게 너무나 놀랍고 충격적", "이석기 석방을 요구하는 촛불세력을 따르면 대한민국은 망한다", "촛불은 악의 추종 세력" 등 황당한 발언들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종편 4개사는 모두 교수와 언론인, 전 국회의원 등 패널들을 3~4명 대동한 채 방송을 했지만 이에 대해 아무런 지적을 달지 않았다.

MBN에서는 심지어 서 변호사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들도 나왔다. 진행자 김형오 앵커는 서석구 변호인이 "불복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았다"면서 "선고는 사실상 결정돼있었던 것 아니냐", "언론이 미루어서 4~5월 대선까지 얘기했는데 그런 언론보도 태도에 대해서 유감표명도 없이 선고 내렸느냐"는 서 변호사 발언을 다시 읊어줬다.


그러고는 "8명 모두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판결한 근거는 뭔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용남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전혀 엉뚱한 대답을 내놨다. "헌재가 탄핵을 결정하면서 지금 세간에서 논란이 됐던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구체적인 형사법적 죄명을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며 "추상적인 성실의무 공정 의무 대통령의 권한행사에 있어서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다소 추상적인 의무위반을 이유로 파면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심지어 "형사법적 범죄 성립 여부보다도 최고위직의 국가공무원으로서 헌법상 추상적인 성실의무와 공정의무에 충실해야만 앞으로 대통령으로서 적합한 권한행사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근혜의 중대한 법 위반이 인정된 이유를 물었는데 "헌재가 추상적인 이유로 파면을 결정했다"는 선문답을 한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박근혜가 최순실과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고 대기업의 출연금을 받은 뇌물,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형사법 절차가 아닌 헌법 위반을 판단하는 자리인만큼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표현했을 뿐이다.

최종 선고 직후 서석구 변호사 막말 중계하는 MBN(3/10) ⓒ 민주언론시민연합


진작부터 시작된 언론의 '친박 막말 중계방송'

사실로 드러난 박근혜의 헌정유린은 나몰라라하고 '종북몰이'와 몰지각한 비난만 반복하는 박근혜 추종세력의 말을 비판하기는커녕, 보도로서 유포하고 옹호한 언론의 행태는 최종 선고일인 10일 이전부터 시작됐다.

방송사 중에서는 MBC가 두드러진다. MBC는 지난달 2월 25일 <탄핵 반대집회‥"국민적 저항"> 제하의 리포트에서 "악마의 재판관에서 만약 잘못 판결 내리면 아스팔트에 피를 흘리는 정도를 우리는 훨씬 넘어설 것입니다. 혁명을 훨씬 넘어서는 어마어마한 참극을 보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기자가 "고영태 녹취록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고 탄핵심판을 끝내려는 헌법재판소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고 격조 있게 포장도 해줬다.

22일 헌재 변론에서 나온 김평우 변호사의 '촛불과 태극기가 정면충돌해서 우리나라 아스팔트 길이 피와 눈물로 덮여버린다', '탄핵을 결정하면 내란으로 들어간다', '역사에 없는 섞어찌개 탄핵소추다', '국회의원들이 야쿠자냐'와 같은 극언은, <대통령 측 '총공세'‥27일 최종 변론>라는 제목으로 "총공세"라고 미화하는 한편, 김 변호사의 "섞어찌개" 발언을 "복합범죄"로 바꿔 "작심한 듯 탄핵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포장했다. 사실상 MBC가 박근혜 추종세력의 '헌재 불복'을 공공연히 선동한 셈이다.

신문에서는 조선일보가 나섰다. 조선일보는 2월 22일 <헌재서 벌어진 광경, 파국 예고편일 수 있다>는 사설에서 "시가전, 내전이란 극단적 용어까지 등장했다"고 말하면서도 이를 비판하지 않고 "대통령 변호인단이 말한 내전은 심리적 상태에 관한 한 큰 과장이라고 할 수가 없다"고 평했다.

그렇게 평한 이유는 "우리 사회가 '기각되면 혁명' 아니면 '탄핵되면 피'가 대립하는 막다른 골목으로 꼭 들어가야만 하느냐는 고민" 때문이란다. '불복'을 말하는 건 박근혜 추종세력인데 애먼 촛불 시민들까지 끌어와 김평우 변호사의 '내전 발언'을 정당화한 것이다.

막말도 바로잡지 않는 언론

언론은 사실과 다른 주장, 여론을 호도하거나 그릇된 방향으로 선동하는 발언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런 말들을 중계하듯 날것으로 전달하는 일은 객관성을 해치는 행태이며, 더욱이 MBC나 조선일보, MBN처럼 옹호하기까지 한다면 더 이상 언론의 역할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

언론이 이렇게 유포한 선동성 발언으로 인해 안 그래도 흥분한 친박 집회는 인명 사고까지 내고야 말았다. 이 사태에 있어 과격 행동을 선동한 서석구‧김평우 등 박근혜 추종세력에게만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는 이유다.

언론에게도  책임이 있다. 이런 이유로 박근혜를 심판대에 세운 국민들은 언론 적폐 청산과 언론 개혁을 목소리 높여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 추종세력의 말을 중계 방송하거나 포장하는 언론은 객관적이지도, 상식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MBN #MBC #서석구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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