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체포나 구속당한 피의자가 법원에 적법성 여부에 대한 심판(적부심사)를 청구할 권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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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12조 제4항은 체포나 구속당한 피의자가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이어 제5항은 체포나 구속이 이루어질 경우 그 사유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고지되어야 함을 규정한다. 일명 미란다의 원칙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제6항은 체포나 구속당했을 경우 법원에 적법성 여부에 대한 심판(적부심사)을 청구할 권리까지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에게 변호사를 붙여주고 미란다 원칙을 고지해주고 더 나아가 그의 체포나 구속이 적법한지 법원에 물을 수까지 있도록 보장해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점거 중인 공장을 스스로 나온 노동자들을 경찰은 폭력적으로 연행하려 했다. 미란다 원칙도 고지되지 않았고 체포사유도 명확하지 않았다.
체포는 인신(人身)을 직접 구속하는 행위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면 자칫 심각한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하지만 법적 절차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면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는지 여부조차 알 수 없을 가능성도 크다. 때문에 그들이 가진 권리를 알려 줄 필요가 있다. 미란다 원칙을 고지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자신의 권리를 안다 하더라도 정확한 법적지식이 없이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항의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전투경찰들에게 둘러싸여 연행된 노동자들은 법률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법적 지식이 부족했을 것이다.
설사 안다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항의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스스로 법적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면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권 변호사는 노동자들에게 법적 도움을 주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가 도움을 주고 싶어도 피의자를 만날 수 없다면 도움을 줄 수가 없다. 권 변호사가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호송차로 다가가 연행된 그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면접·교통권의 행사가 가능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류모 중대장은 권 변호사가 노동자들을 만나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오히려 권 변호사마저 체포해 버린 것이다.
대법원도 인정하였듯 권 변호사의 체포는 불법체포였다. 권 변호사는 억울하게 체포되어 갇힌 것이다. 억울하게 갇혔다면 최대한 빨리 풀려나야 한다. 하지만 그를 가둔 경찰에게 아무리 풀어달라고 해도 스스로 풀어줄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때문에 법원에 체포나 구속이 적법한지 물어볼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 체포나 구속에 대한 적부심사의 청구가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다.
한 걸음 더 들어가면, 평범한 사람들은 평생을 살아도 경찰이나 검사에게 조사를 받아 볼 일이 없다. 전과 10범인 사람이라 해도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은 경험은 10번뿐이다. 몇 건은 무죄를 받았다 하더라도 20번을 넘기긴 어렵다.
하지만 경찰이나 검찰은 한 달에 수십 많게는 수백 건의 사건을 처리한다. 게다가 그들은 전문지식을 갖추었고 공권력이라는 막강한 수단까지 보유하고 있다. 결국 피의자와 수사기관의 대결은 필연적으로 불평등할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이 압도적인 우위에 위치한 상황에서 수사와 재판은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 그렇기에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엄격한 규칙이 필요하다. 피의자에게 변호인을 지원해 주고 체포나 구속은 엄격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그 정당성에 대해 법원에 다시 한 번 심판을 구할 수 있는 등의 형사절차가 그것이다.
경찰서장급인 총경이 실형을 선고받고 당연퇴직 당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경찰 내부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이 정도 연행도 못해서 어떻게 수사를 하고 범죄자를 잡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보았듯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는 체포나 구속은 심각한 인권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방해된다면 피의자가 수사기관의 행위가 위법한지 여부조차 알지 못한 채 수사가 진행되는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때문에 적법한 절차에 의한 체포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는 최소한이면서도 필수적인 권리인 것이다. 그것을 위반한 류모 총경의 처벌은 당연하다.
오히려 위법을 저지른 류모 경감을 총경으로 승진시켜주고 그가 실형을 선고받아 당연퇴직되자 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경찰의 모습은 형사절차가 철저히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를 경찰 스스로 설명해 주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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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사람사이 대표 변호사다. 민변 부천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경기도 의회 의원(부천5, 교육행정위원회)으로 활동 중이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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