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와강 삼각주
클랄람 부족
댐 철거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었다. 댐에 가깝게 살수록 반대 의견이 높았다는 것이 브라이언 감독관의 말이다. 댐이 철거 되면 필요한 전력도 못 얻고, 경제가 낙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댐에서 생산된 전력은 지역의 수요와 발전용량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브라이언 감독관은 "댐 철거 전후 경제성을 자세히 비교하는 자료는 없지만, 지금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라 말했다. "필요한 전력은 다른 지역에서 공급되고 있으면서도 강의 흐름이 자연적으로 복원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그에 따라 반대하던 주민들도 우려했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도하고 있다는 귀띔이다.
댐이 철거되고 강이 복원되자 엘와강이 바다로 만나는 지점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댐으로 막혀 있던 퇴적토가 내려오면서 '산 후안 데 푸카(Strait of Juan de Fuca)' 해협으로 이어진 자연스러운 유사 흐름이 복원됐다. 하구에 350만㎥의 퇴적토가 쌓이면서 삼각주가 형성됐다.
취재팀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드넓은 퇴적토에 도요새, 꼬마물떼새, 갈매기 등 다양한 새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형성된 삼각주로 자연스럽게 해변이 형성됐고, 조개류 등이 살 수 있게 됐다. 퇴적토가 밀려 내려오면서 일시적으로 탁도 문제가 대두됐지만 2015년 이후부터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것이 마이크 담당관의 말이다.
"댐은 무조건 문제를 몰고 온다"댐 퇴적토를 인공적으로 준설하려고 했지만, 비용 문제로 이를 포기하고 자연력에 의해 천천히 흘려보내는 계획을 했다. 엘와강 복원의 특징은 침식에 의한 하도 변화를 꾸준히 관찰하고 있다. 댐 철거 이후 만년설에서 내려오는 유량과 유속의 변화에 따라 침식 현상이 활발해졌다.
엘와댐 상류 8km 지점에서는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강 좌안은 미국 측백나무, 우안은 오리나무 군락지가 형성돼 있는데, 침식에 의해서 나무들이 하도로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이크 담당관은 "침식 과정에서 쓰러진 나무들은 다른 생물들의 먹이 및 서식처 기능을 하는 등 생태적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강 복원은 인간의 과도한 간섭보다 강의 흐름에 맡겨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이다.
브라이언 감독관은 한국의 4대강 사업에 대해 "자세한 맥락을 몰라 뭐라 하기 어렵다"면서도 "댐은 무조건 문제를 몰고 온다"고 지적했다. 댐을 지을 때 악영향을 경감시킬 수 있는 사전조치가 필요한데, 그것이 잘 안 돼 미국도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내 댐 철거 정책에 대해 "지역마다 다르다. 댐을 필요로 하는 지역도 있다"면서도 "안전과 경제성 등 때문에 최근 대형댐을 짓지 않는 추세는 맞다"고 밝혔다.
미국의 댐 정책은 탐험, 개발, 복원의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서부 개척시대 강은 탐험과 모험의 대상이었다. 이를 통해 금광 등 막대한 부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어 정착민들이 생기자 무수히 많은 댐이 들어서는 개발의 시대가 이어졌다. 1800년 미국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부터 1990년대까지 매일 하루에 하나씩의 댐이 생길정도였다.
이후 1990년대부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 내무부 연방개척국장 댄 비어드가 "댐의 시대는 갔다(The era of dams is over)"고 말했다. 더 이상 댐을 지을 공간이 없어진 측면도 있지만, 강의 고유한 유황(계절에 따른 유량과 유속 변화)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인식이, 다시 말해 강을 복원하는 시대가 왔다. 유럽도 비슷한 경향성을 보였다.
사실 한국도 같은 흐름이었다. 2000년대 초중반 한국은 홍수를 강의 일부로 인정하는, 선진국형 물 정책을 계획했다. 그러나 이명박식 4대강 사업은 국제적 하천 정책의 흐름과 정반대로 진행됐다. 4대강 사업을 '강 살리기'라는 것을 두고 국제적 하천 전문가들이 코웃음 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브라이언 감독관은 "엘와강 복원에 관계된 모든 이들의 공통된 생각은 '강은 반드시 와일드 해야 한다' 것"이라 말했다. 때론 거친 역동성과 생명을 품는 안정성이 존재하는 강이 더 많은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그것이 결국에 사람에게, 자연 그 자체에게도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강 복원의 경제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복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엘와강 사례처럼 경제적이면서도 강 복원에 따른 생태계 서비스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4대강 사업과 같은 잘못된 정책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면 이를 바로 잡는 복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 강을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는 것이 곧 돈을 버는 일이다. 그것도 건강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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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철거한 미국... 손해 본 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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