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명 위협하는 원자력 관리, 언제까지 이럴 건가

[주장] 안전성을 내팽개친 비윤리적이고 무책임한 한국원자력연구원

등록 2017.04.22 16:09수정 2017.04.2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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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발표한 원자력안전성 관리실태 조사결과(2011년∼최근)에 따르면 원자력연구원은 그동안 방사성폐기물 무단폐기 및 방치 20건, 허가 없이 또는 허가범위를 초과해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 사용 7건, 방사선감시기 경보 발생 시에도 중단 등 비상조치 미이행, 측정기록 조작, 소각기록 축소 또는 누락(은폐) 등 9건을 포함한 총 36건의 위법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안전법 위반행위에 대해 행정처분 및 검찰 고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2월 9일 방사성폐기물 무단폐기 중간발표 이후 더 많은 불법 행위가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원안법령 위반사항 외에 연구부정 사례, 조사과정에서 허위 진술 회유, 허위자료 제출 등 조사방해 행위까지도 확인된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의 도덕적해이가 도를 넘어선 것이다. 이에 대전시, 대전환경운동연합은 규탄 성명서를 냈고, 30km연대는 21일 원자력연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번 조사결과로 대전 시민을 넘어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해 온 행위가 천하에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경우 국민의 안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강력한 규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원자력연구원의 비윤리성과 무책임한 범죄행위는 용납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원자력연구원의 뿌리 깊은 안전불감증 수준을 판단해 볼 때 지금까지 밝혀진 것이 전부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실제로 하나로외벽공사 부실, 고준위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봉 1699개를 지역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30년 전부터 반입, 기체방사성폐기물 외부 방출 등 여러 의혹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문제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원자력연구원은 사건 축소, 은폐 등으로 일관하면서 지탄받아 왔다. 그럴 때마다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면서 비전문가라고 오히려 시민들을 가르치려 들었다.(관련 기사 : 안전한 도시 대전의 장애가 될 원자력연구원)

체르노빌, 후쿠시마 이후 핵시설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높은 가운데도 연구자들이 이런 비윤리적인 행위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참 개탄스럽기만 하다. 원자력연구원은 인간과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방사성폐기물의 위험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연구자 집단이다. 안전성을 내팽개친 비윤리적이고 무책임한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원자력연구원의 안전 불감증과 도덕적 해이가 이 정도 수준인 것은 그동안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특혜를 받으면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있지만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로 정보조차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간판 원자력연구원 정문
한국원자력연구원 간판원자력연구원 정문이경호

이번 사태는 위험천만한 원자력시설들의 안전관련 연구를 총책임지고 있는 국책연구원의 안전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하고 원자력 규제기관도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몇몇 대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환경운동연합이 원자력연구원을 이번 기회에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이유이다. 30km연대는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원자력연구원을 규탄하고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방사성폐기물 무단배출, 원자력연구원 해체하라")


우리는 원안위가 조사과정에서 방사선 영향평가를 실시한 결과 자체처분 또는 배출관리기준 미만임을 확인하는 등 환경에 대한 방사선 영향이 미미하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36건의 위반행위에 대한 방사선 영향평가 결과에 대해 시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

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폐기물 관리와 관련된 3개 시설(핵연료재료연구동, 가연성폐기물처리시설, 금속용융시설)에 대해서 대전시민들이 우려한 사용후핵연료나 하나로 원자로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


방사성물질을 배출하는 굴뚝도 여러 개이고, 실험이나 연구과정에서 배출될 수 있는 가능성들도 높아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역의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대전시도 지적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모든 공정에서 나오는 모든 방사성물질의 누적량들을 산정해봐야 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더 이상 원자력연구원의 일부 조사결과만을 가지고 원자력연구원 전체의 방사성영향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속단하지 않길 바란다.

폐쇄적이며 독단적인 원자력 정책을 지역시민이 수용하기는 어렵다. 안전관리를 다층적으로 바꾸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국민 누구도 이제 더 이상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신뢰할 수 없다. 정부와 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계의 뿌리 깊은 적폐를 청산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 해야 한다.
#원자력연구원 #불법 #도덕적해이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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