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준비하는 안철수 후보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대선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첫째, 안철수 후보는 햇볕정책의 역사적 위상과 그 의미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햇볕정책은 남북화해협력을 통해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한국 내 진보적 대북 접근 방식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역사적 개념어이다.
햇볕정책은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 교류 협력을 통해서 상호 이익 창출, 군사적 간장 완화, 한반도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지향하는 한국 내부의 진보적 대북 접근법을 대표하고 상징한다. 그래서 햇볕정책은 개별 정권의 정책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선 가치이자 노선을 뜻한다.
물론 김대중 정권 이전 노태우 정권의 대북정책 역시 대북포용정책의 범주 안에 넣을 수 있다. 노태우 정권은 탈냉전 분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자 1988년 7.7 선언으로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성공하였고, 남북한 관계 개선에도 나섰다.
그 결과 남북한 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남북고위급 회담을 8차례 개최하여 1991년 9월 유엔 동시가입, 1991년 12월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그리고 그해 12월 말에 있었던 비핵화 선언 등 매우 큰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노태우 정권의 대북 정책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정치·사회 세력과의 연계가 없이 진행되다보니 구조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었다. 공안통치와 훈령조작 사건은 이것의 대표적인 사례이며, 그렇다보니 이것이 해당 세력의 정치적 노선으로 체화되지 못한 채 넘어가버렸다.
바로 이 지점에서 김대중 정권의 특수성이 매우 강하게 부각된다. 김대중 정권은 대북정책의 전환을 중요한 정치적 정체성의 근거로 인식하면서 접근하였다. 또한 남북정상회담까지 성공시켰다. 그 결과 기존과 다른 진보적 대북접근을 하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창출하려고 했고 여기에 성공했다.
그래서 햇볕정책은 진보적 대북접근법을 상징하는 역사적 개념어가 된 것이다. 대북 압박/강경 노선을 주장하는 보수 세력들이 '햇볕정책'이라는 용어에 집착하고 이를 상대 진영의 정체성의 근거로 삼으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안 후보가 과거와 달라진 한반도 정세 변화를 반영하려는 취지였다고 한다면 '햇볕정책 기조 계승'이라는 원칙은 밝힌 후에 현재의 조건에 맞게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새롭게 모색하려고 한다는 식의 입장 표명이 바람직했던 것이다.
둘째, 안철수 후보는 햇볕정책이 갖는 국제적 의미 및 위상에 대한 이해가 짧다. 우선 '햇볕정책'을 국제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햇볕'이라는 용어는 김대중이 1993년 영국 유학 시절에 자신의 평화통일 구상을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에 비유하면서 나오게 된 것이다.
한 예로 김대중은 1993년 6월 6일 영국 런던대학교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라는 연설에서 나그네의 외투를 벗게 하는 것은 강풍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라는 비유를 사용한 바 있었다. 이처럼 김대중이 이솝우화를 인용한 것은 북한 문제의 평화적인 해법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를 넓히기 위한 목적과 관련이 있다.
북한 문제는 남북한 뿐만 아니라 국제적 관점에서도 동시에 접근해야만 하는 복잡한 사안이다. 그래서 이솝우화의 이야기를 통해 진보적 대북 접근법에 대한 국제적 차원의 폭넓은 이해와 지지를 유도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김대중이 1997년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그의 평화통일 구상은 실제 정책으로 구현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햇볕정책'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김대중이 1998년 4월 3일 영국 런던대학교 연설에서 '햇볕정책'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그 날 연설에서 이 용어가 나온 것은 맞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했다시피 햇볕이라는 용어는 이미 1993년 김대중이 영국 유학 시절에서 처음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김대중의 국제적인 위상과 외교력이 더해져 햇볕정책(the Sunshine Policy)은 한국의 진보적 대북접근법인 대북포용정책을 상징하는 국제적인 용어가 되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학계, 언론계 등에서 보수 세력의 강경 노선에 대비되는 한국 내 접근법을 지칭할 때 'the Sunshine Policy'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만큼 햇볕정책은 국제적으로 보편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명사가 되었다. 그럼에도 안철수 후보가 햇볕정책 용어에 대해서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면 외부에서는 혼란을 느낄 수도 있다. 따라서 안철수 후보는 햇볕정책이 갖는 국제적 위상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셋째, 안철수 후보가 현재의 안보 분야 위기 책임에 있어 보수 정권 뿐만 아니라 진보 정권의 책임도 함께 거론한 것은 매우 큰 문제다. 안 후보는 23일 유세와 TV토론에서 현재 안보 위기에 있어 기존 진보 정권도 책임이 있다는 언급을 했고, TV토론회에서는 그 근거로 1차 핵실험을 언급하기도 했다.
위와 같은 인식 자체가 북핵/미사일 문제가 악화된 구조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짧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안 후보가 1차 핵실험을 언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김대중의 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