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일 산본역 앞 광장에서 열린 아들의 1주기 추모행사에 참여한 김용만(왼쪽) 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막내아들을 먼저 보내고 지난 1년이 많이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지냈나?"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1년이 어떻게 지났나 싶기도 하다. 가을에야 일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서, 몇 달을 앓았다. 봄이 되면서 다시 사업이나 생활을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1년 전을 생각하면, 힘든 일도 정말 많았다. 죽고 싶다는 생각도 문득문득 들었다. 사건 초기에는 우리 ◯◯이를 비하하고, 우리 가정 문제로 몰아가는 얘기들도 많았다. 그럴 때 정말 죽어버릴까 생각도 했던 것 같다. 힘들 때 같이 해 주신 여러 분들을 생각하면서, 또 우리 ◯◯이 생각을 하면서 쓰러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 생각하면, 이번 전주에서 자살한 학생의 부모님도 걱정이 많이 된다. 나도 지금도 ◯◯이 생각하면 북받치는데, 그 부모님은 얼마나 힘들겠나. 부모님들이 힘냈으면 좋겠다. 이 문제가 더 잘 알려졌으면 좋겠는데, 대선에 묻혀서 걱정이다."
- 청년이 현장실습 나갔다가 자살하는 일이 또 발생했다.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하는 일인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무엇보다 이런 일이 또 발생해서 안타깝다. ◯◯이를 보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랐는데, 1년도 되지 않아 또 비슷한 일이 발생하니 마음이 더 아팠다. 구의역 사고도 그렇고, 우리 ◯◯이도 현장실습에서 출발한 취업 자리에서, 잘못된 환경과 조건에서 일하다 발생한 사고다. 그런데 작년에 ◯◯이 문제로 싸울 때는 주로 회사에만 재발 방지 대책을 묻고, 학교 교육당국에는 문제를 제대로 제기하지 못 했던 것 같다.
◯◯이는 사망 당시에 졸업생이었기 때문에, 학교나 교육청에서는 더 신경을 안 썼던 것 같다. 이미 졸업생이고 노동자인데 학교가 무슨 상관이냐는 태도였던 것 같다. 학교에서 소개해준 취업이었고, 전공이랑 전혀 관계 없던 업종에 나간 허울뿐인 현장실습이었다. 표준협약서에는 실습 나가는 당사자인 ◯◯이 도장마저 제대로 찍혀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교육 당국이 당시에 책임을 전혀 느끼지 못 했으니, 이런 일이 또 발생한 것 같다. 기업 뿐 아니라 교육 당국도 재발 방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는 끝내 학교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듣지도 못 했다. 시사 프로그램에서 학교를 취재하러 가니 '졸업생까지 A/S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학교는 진심으로 책임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 교육 당국은 비극이 계속 발생하는데도,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처방만 하려는 것 같다. 일단 현행 현장실습을 멈추고, 제대로 댄 대책 마련 후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기업만 얘기할 게 아니라, 정작 출발점인 학교에서부터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나 자신도 특성화고를 나왔고, 전공을 살려 대학에 가지 않고도 취업하게 한다는 특성화고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렇지만 지금 특성화고 현실, 현장실습 현실은 취지를 못 살리고 있는 것 같다. 고칠 게 너무 많다.
우리 ◯◯이만 해도, 인터넷 쇼핑몰을 전공했고, 그런 전공 살려서 할 수 있는 일, 해 볼만한 일도 많았을 것 같다. 이런 부분에 전문적인 선생님이 업체를 적극 발굴해서 실습을 해 볼 수 있도록 도왔어야 하는데, 그냥 일손 필요하다는 곳에 학생들을 아무렇게 내보냈던 것 같다. 지나고 보니 학생들을 회사에 납품하듯 보냈던 것 같다. 군대 갈 때까지, 일단 1~2년만 쓸 물건처럼 취급했던 것 같다. 그러다 애들이 나가면 다음 해에 후배들로 리필 받아 또 쓰고.
이런 점을 전혀 몰랐다. 학부모들 대부분 그럴 것이다. 학교에서 권해준 현장실습이니 믿고 내보낼 것이다. 학부모들도 이런 실태를 더 잘 알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