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 오토바이로 숲길을 할퀴지 말아 주세요"

숲길 보호는 숲길지기들만의 몫이 아니다

등록 2017.05.17 11:30수정 2017.05.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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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괴정 뒷산에 예산군이 붙여 놓은 경고문이다.
육괴정 뒷산에 예산군이 붙여 놓은 경고문이다. 이재환

충남 예산 내포문화숲길을 걷다 보면 가끔은 눈살을 찌푸리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숲길 중턱까지 난 산악용 오토바이의 바퀴 자국이다. 마치 산길을 할퀴듯이 휩쓸고 지나간 바퀴 자국을 보면 숲길을 걸으며 느꼈던 상쾌한 기분이 반감되기도 한다.

지난 16일, 충남 예산군 수덕사 인근 육괴정 뒤편의 야산을 찾았다. 내포문화숲길 노선점검 팀과 함께 숲길을 걷기 위해서다. 내포문화숲길 '원효 깨달음 길'과 연결되어 있는 육괴정 뒷산은 남근을 닮은 거북이 바위가 있는 산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육괴정 뒷산에는 남근을 닮은 거북이 바위가 있다.
육괴정 뒷산에는 남근을 닮은 거북이 바위가 있다. 이재환

내포신도시 충남도청 인근에 있는 홍예 공원을 지나, 수암산 뫼넘이 고개를 지나면 둔리 저수지가 나온다. 뫼넘이 고개는 그 옛날 삽교 일대의 내포 지역 주민들이 수덕사로 불공을 드리러 오가던 길이다.

뫼넘이 고개를 지나 둔리 저수지 인근의 야산에서 능선을 타고 수덕사 방향으로 가다 보면, 야산 곳곳에 산악용 오토바이로 인해 숲의 흙길이 깊게 파헤쳐진 흔적이 보인다. 

 수암산 뫼넘이 고개이다. 고개에는 갈곳과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들이 있다.
수암산 뫼넘이 고개이다. 고개에는 갈곳과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들이 있다. 이재환

 산약용 오토바이가 회전을 하면서 만든 자국으로 추정 된다. 바위 옆 쪽 흙길이 오토바이의 회전각을 따라 움푹 파여 있다.
산약용 오토바이가 회전을 하면서 만든 자국으로 추정 된다. 바위 옆 쪽 흙길이 오토바이의 회전각을 따라 움푹 파여 있다. 이재환

김영우 내포문화숲길 사무처장은 "숲길 곳곳에 산악용 오토바이가 지나간 흔적이 많다"고 말했다. 내포문화숲길 팀이 정기적으로 노선을 점검하는 이유는 숲길에 장애물은 없는지, 풀이 많이 자라지는 않았는지 등 걷기에 불편을 주는 요소들을 사전에 제거하는 작업을 벌이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내포문화숲길 관계자는 "야산에서 산악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 라이딩 후에 인터넷 카페나 홈페지에 동영상을 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해당 동영상을 근거로 경고 조치나 고발조치도 하지만 그때 뿐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산악오토바이 마니아들이 어떤 기분과 마음가짐으로 산길을 휘젓고 다니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이 숲길을 보호하고 지키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숲은 인간이 없어도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숲이 없으면 생존이 어려운 존재이다. 숲은 인간에게 신선한 공기를 전하는 '산소 저장고'이기 때문이다. 숲을 보호하는 사람 따로, 훼손하는 사람 따로인 현실은 그래서 더 씁쓸하게 느껴진다. 
#산악 오토바이 #내포문화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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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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