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날 다른 모습으로 언론에 등장한 대통령 셋

[주장] 문재인, 노무현-박근혜 과오 반면교사 삼아 성공한 대통령 되길

등록 2017.05.24 10:24수정 2017.05.2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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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남소연

지금쯤이면 모내기 준비에 바빠지는 시골풍경이 그립다. 모심기를 준비하면서 써레질 한 논에 흙탕물이 가득 차있는 모습들이 그려지는 시기다.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소만(小滿)이 며칠 지난 23일 세 명의 대통령이 언론에 등장한다.

전직 대통령 한 사람은 8년 전 23일 불행하게 생을 마감하였고, 많은 국민들이 추모의 마음을 가지면서 매년 이날 그의 생가와 묘지가 있는 봉하마을을 찾는다. 또 다른 전직 대통령은 삼성 등 대기업에서 592억 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 18가지 혐의로 구속기소되어 이날부터 재판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이 TV를 통해 전해졌다. 현직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그동안의 다른 대통령들과는 다르게 소통과 화합의 행보를 거침없이 보여주면서 국민적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과는 다르게 오로지 자신의 희생과 진정성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렇다할 세력도 없는 그가, 엄청난 정치자금을 사용하지도 않고, 소외받은 사회적 약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권위주의를 없애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여러 정책들을 시도하였으나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혀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그를 지지했던 세력들마저도 등을 돌리는 형국에서 대통령의 임기를 마치게 되었고, 새로 등장한 대통령은 힘이 빠질 대로 빠진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가혹할 정도의 핍박을 거듭하다가 급기야 막다른 골목에서 최후의 선택을 하도록 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확고한 지지기반이 있었더라면 결코 그렇게 무참히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떻든 노무현 대통령의 희생으로 그의 세력들이 다시 부활하는 계기가 되었음은 자명한 일이다.

취임 전 우려 덜어낸 문재인 대통령 행보

23일은 노무현 대통령 8주기였다. 특히 이번 8주기는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한 직후여서 감회가 남다를 것임을 주변의 분위기를 봐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친서민적 행보, 국민의 감성을 자아내는 감성적인 행보, 사회 여러 세력 들을 등용하는 통합적 행보 등으로 국민들의 기대를 한껏 받고 있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대와 우려가 섞인 상태에서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 인수위가 없이 곧바로 취임하다 보니 공백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걱정, 그가 깊숙이 몸담았던 참여정부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행보는 그러한 우려를 덜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가 완벽하게 성공한 정부로 불리지 못하는 이유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손발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를 옆에서 돕다가 청와대에 입성한 그룹은 정책을 집행하고 실현할 능력이 부족했고, 여러가지 마찰만 일으켰다. 그러다 보니 언론이나 기득권 세력과 잦은 충돌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확실히 달랐다. 우선적으로 그를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던 그룹들이 자리를 비켜주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집중력을 발휘할 전기를 마련했다. 실질은 자발적으로 비킨 것인지, 아니면 전략적인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어떻든 반가운 일이다. 난 이것을 두 가지 의미로 생각한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속했던 더불어민주당 등의 여러 세력들에 대해 '선거를 도왔다는 이유로 자리를 챙겨달라고 요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을 가능성이다.

또 다른 하나는 측근들이 등용되었을 때 언론 및 상대편에서 과도한 견제와 비판을 받게 되고, 그러다 보면 초반 국정운영의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이점을 염려한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통합의 정치를 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면서 집중력 있는 국정운영이 가능하게 된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임기 동안 계획하고 있는 정책운영의 기본적인 방향, 개혁의 걸개를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소통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사소한 문제도 언론에 공개를 하게 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정권 초반 언론과의 관계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지엽적이고 세세한 절차적 문제까지 언론에 공개하면 상대편으로부터 과도한 공격을 받게 된다. 사소한 시빗거리를 없애기 위해서도 개략적인 사항만 공개를 하고 나머지는 신속하게 진행해서 결과를 공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소통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정책수행의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으며 결국은 소통을 위한 소통에 머무는 형국이 될 수도 있게 된다. 개혁은 항상 기득권 층의 반발을 불러오게 되고 그러한 반발은 사소한 부분이라도 발목을 잡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대다수의 국민들이 원하는 경우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고, 어떠한 비판이라도 묵묵히 견디어내면서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한다.

선거과정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부분이라고 해도, 국민적 약속을 그대로 지키려고 무리할 필요는 없다. 다만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면 그 부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있어야 하지만 무리하게 지키려 들면 여러가지 후유증을 낳게 된다.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대통령, 특히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지역, 세대, 이념성향의 사람들을 위한 대통령도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고의 틀 깨지 못해 불행 자초한 박근혜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첫 재판을 마치고 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첫 재판을 마치고 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이희훈

또 하나의 운명, 박근혜 대통령이다.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던 세월호 참사 등이 그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은 국민과 함께 울고 웃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과는 동떨어진 제왕적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의식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국회의 탄핵소추를 받아서 헌법재판소가 파면결정을 하기에 이르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아울러서 특가법상의 뇌물죄 등으로 구속되어 영어의 몸이 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 지도자는 항상 국민들을 향하는 마음이 남달라야 한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가슴이 울컥하는 어진 마음이어야 하고,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할 수 있는 통찰력이 있어야 하며,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는 깊이 뉘우칠 수 있는 부끄러움이 있어야 하고, 스스로 사양할 줄 아는 겸양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평소 필자의 지론이다.

'맹자' 공순추편(公孫丑篇)에 나오는 사단설(四端說)의 내용이다(無惻隱之心 非人也 無羞惡之心 非人也 無辭讓之心 非人也  無是非之心 非人也. 惻隱之心 仁之端也 羞惡之心 義之端也 辭讓之心 禮之端也  是非之心 智之端也,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는 것은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어짐의 극치이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은  옳음의 극치이고, 사양하는 마음은 예절의 극치이고,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은  지혜의 극치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에 힘입어 대통령이 되었다. 자신이 처절하게 살아오면서 터득한 삶의 지혜가 없는 상태였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사단의 마음을 갖지 못하였다. 자신의 부모가 비명횡사한 것에 대한 원망, 자신은 다른 국민들과는 달리 계속해서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머물다 보니 세상과 격리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정치 지도자의 모습에서도 소통이나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였고, 대통령이 되어서도 혼자 유폐되어 폐쇄적인 국정운영을 하게 된 이유다.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자신의 본모습이 드러나야 하고,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신비한 존재로 남아야 한다는 우월의식에서 불행이 싹트게 된다. 원만한 소통과 화합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사고의 기본 틀을 형성했던 60-70년대와는 달리 이미 국민들의 생각은 누가 어떤 자리에 있든 서로가 동등한 존재여야 하고, 비약적으로 발전한 과학기술 덕분에 모든 정보를 일반인들까지도 공유하는 상태에서 자신만의 성을 지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그 사고의 틀을 깨고 나오지 못하면서 불행을 자초한 것이다.

노무현, 박근혜 대통령의 불행은 운명이다. 개인적인 운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운명이고, 대한민국의 운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불행한 대통령들과 각별한 인연을 이어가면서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하는 또 다른 운명에 처해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는 거의 공동정부에 준하는 정도로 국정에 깊숙이 관여를 했다. 노무현 정부의 성공과 좌절을 모두 함께 해야 하는 운명이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선거에서 경쟁을 통해 패배함으로써,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실패하여 중도 퇴장하면서 그 자리를 급작스레 이어받아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운명에 동참한 것이다.

사람은 성공을 통해서 배우는 것보다 실패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두 대통령의 실패를 가까이에서 경험했기 때문에 그들의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성공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운명이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박근혜재판 #문재인운명 #노무현운명 #박근혜운명 #노무현박근혜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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