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폭탄' vs '문자항의', 그리고 시민의 정치참여

[주장]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간절함에 대하여

등록 2017.05.31 17:49수정 2017.05.3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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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의 간절함

'다른 후보들의 표는 기표용지 선 밖으로 나간 것도 많고, 애매한 표들이 있는데 문재인 표는 하나같이 네모칸 안에 얌전하게 찍혀져 있었다.' 투표의 개표에 참관했던 사람의 목격담이다.

'잉크가 번질까봐 몇 번이고 후후 불면서 말렸어요', '저는 아예 투표용지를 접지 않았어요' 이건, SNS 상의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투표 경험담이다.

선거일 전에는 '무효표 되지 않게 투표용지 접는 법: 가로로 접으면 잉크가 다른 후보에게 묻어서 무효표가 될 수 있으니, 세로로 접으세요!' 라는 트윗도 돌았다. '다른 쪽에 묻어도 무효표가 되지 않아요!'라는 댓글에는 '저도 아는데 혹시 모르잖아요!, 조금의 가능성도 없애야지요.'라는 답변이 붙었다.

SNS 상에서 발견된 이런 문재인 지지자들의 행동들의 공통점은 '간절함'이었다. 그들의 간절함이 혹시라도 무효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정성껏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투표를 하는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물론, 다른 후보자들의 지지자들에게도 간절함이 있었겠지만, 유독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은 적극 지지층이 많았고, 간절함의 표출에 적극적이었다.)

이런 문재인 지지자들의 '간절함'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된 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자를 따서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고, 대통령의 '넥타이', '안경테', '구두' 하나하나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버스를 타고 이동한 것을 보고 오바마 대통령의 방탄리무진버스를 사주자는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정책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문자항의' Vs '문자폭탄'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행동에 대하여 기득권과 언론들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야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문자폭탄'을 받았다고 하며, 이는 '테러'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의원은 문자폭탄을 보낸 사람들을 조사해야 한다고도 했다.

언론에서는 '문자폭탄'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받아 적고 있다. 그 어떤 언론에서도 '문자항의'라는 제목은 사용하지 않는다. 일부 방송에서는 '맹목적으로 비난을 가한다'거나, '문재인 지지자들의 과한 행동은 또다른 사회 갈등을 낳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이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너무 심한 일을 한 것처럼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당으로서 온갖 특권과 불법을 저지르고도 진심 어린 사과 한번 없던 야당 국회의원들과, 이에 동조하여 감시자 역할을 하지 않고 권력의 나팔수 역할을 했던 언론의 보도이기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시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광신도', '문빠' 또는 '테러'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워 감시 기능을 약화시키고,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를 떨어뜨리려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바로 그것이다.

문자폭탄이 아니라 문자항의다

나 역시 이런 의심을 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내가 본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광신도'도 '테러범'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합리적인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기존 언론뿐 아니라 트위터 및 페이스북 그리고 팟캐스트 방송 등 여러 매체를 통하여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판단하였다. 이를 통해 촛불 혁명을 통해 무능하고 부패한 대통령을 끌어내렸으며, 이후 이전 정권의 적폐를 청산할 인물들을 검증하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택된 분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선택 과정 중 문재인 대통령이 살아온 길과 비전이 훌륭하다 판단되었기에 그를 지지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위한 인물일 뿐이지 숭배의 대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것은 기존 기득권과 언론들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전의 노무현 대통령을 교훈 삼아 기득권 세력들이 똘똘 뭉쳐서 저항을 할 것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의 지지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 어용시민을 자처하며 문재인 대통령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다.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 '문자항의'가 다소 과해 보일 수는 있으나, 이것은 단순한 팬심이 아니라 성공적인 개혁을 바라는 상당수 국민들을 대신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표현이다.

따라서 기득권과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스스로 뼈를 깎는 반성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것이지, '테러', '무분별한 팬심' 운운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시대착오적 발상일 뿐이다. 스마트폰 하나면 정보를 누구와도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리고, 시민들은 촛불 혁명의 경험으로 스스로의 의견표출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들의 의견 표출은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음식점에서 음식이 맛이 없어도 항의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잘못된 일이라 판단하는 일에 문자를 자제해 달라는 것은 음식이 맛이 없어도 맛 없다고 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고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말고,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집회에 나가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이라도 할 수 있다. 하려고 하면 너무 많다"라고 하셨다.

작년부터 오늘까지 되돌아보자! 많은 시민들이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않았고, 나쁜 신문을 보지 않았다. 촛불집회에 나갔으며, 인터넷에서 그리고, SNS상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하고, 나쁜 정당과 대통령에 대하여 욕을 했다.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가? 나쁜 대통령은 감옥에 가있고, 나쁜 정당의 지지율은 땅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그리고, 나라가 빠른 속도로 정상화 되고 있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사회를 바꾼 것은 시민들 스스로의 참여였다. 그리고 이들의 상당수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가 되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광신도가 아니다. 참된 민주주의, 최첨단의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가는 선도자들이다.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확대가 될 것이다.

기득권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스스로 성공을 이루어낸 성공체험을 하였으며, 자신들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확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위의 특성으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초심을 잃고, 기존의 박근혜,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처신을 보인다거나, 부패한다면 시민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세상을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해 행동하는 참된 민주주의의 실천자들에게 공지영 작가님의 소설에 인용되었던 경전의 글귀를 빌어 응원의 글을 남긴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대의 신념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그 누구의 비판에도 흔들리지 말고 그대의 길을 그대의 동료들과 함께 걸으라!
#문자폭탄 #문자항의 #문지지자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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