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사드 반대' 편지 전하려다 눈물 흘린 아이들

청와대 앞으로 가다 '불법시위' 이유로 한때 경찰에 막혀

등록 2017.06.03 15:50수정 2017.06.0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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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김천 어린이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사드 철회 편지와 그림 전달 퍼포먼스'에 참가하는 한 어린이가 장소문제로 주최 측과 경찰 간의 대치가 길어지자 눈물을 쏟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김천 어린이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사드 철회 편지와 그림 전달 퍼포먼스'에 참가하는 한 어린이가 장소문제로 주최 측과 경찰 간의 대치가 길어지자 눈물을 쏟고 있다. ⓒ 연합뉴스


결국 아이 몇몇이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들은 아이를 감싸 안았다. 아이들과 엄마들은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글귀와 파란 나비가 그려진 하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인 경북 성주 소성리 옆 김천에서 버스를 타고 올라 온 이들이었다.

4살부터 초등학생까지의 어린이 20여 명과 그들의 부모까지 합해서 총 45명 되는 인원이었다. 이들은 3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사드 철회 소원 편지와 그림을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들을 처음 맞이한 것은 경찰들이었다. 아이들의 그림과 편지를 '시위 도구'로 보고 막은 것이다. 청와대 앞 분수대는 '특정경비구역'이긴 하지만 관광객들만 아니라 1인 시위를 하는 이들도 있는 곳이다.

사드저지전국행동 측 관계자와 엄마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강아무개(40)씨는 "경비계장인가 하는 사람이 불법 피켓 시위를 한다면서 방송까지 하니까 애들이 놀랬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기자들에게 보여준다고 애들 그림 꺼낸 거고 들고 갈 생각도 없다. 그림을 다 내려놓고 정리하면 (청와대 앞 분수대)로 안내해준다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도 이렇게 계속 막고만 있다"고 말했다.

딸을 안고 있던 김아무개(42)씨는 "우리는 애들 그림이랑 편지만 전달하고 청와대 구경하려고 온 거다"면서 "애들이 그린 그림, 편지 갖고 불법집회 한다고 하니까, 유치원 다니는 애들이 무서워서 우는 거 아니냐"고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가방에 편지랑 그림 넣고 가겠다고 했는데도 이러면 집회하라고 유도하는 것 아니냐"고도 말했다.

8살 딸, 5살 아들과 함께 올라 온 김아무개(37)씨도 "(사드 배치 철회) 소성리 집회 가면 늘 하는 말이 '문재인 대통령님, 사드 철회 해주세요'다. 그러면 그 분이 어디 있는지 보여주고 싶고, 거기서 기념 촬영도 하려고 온 건데 왜 불법 시위라면서 막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그는 그러면서, "엄마가 그저 '가자'고 해서 애들이 따라온 게 아니다. 애들도 왜 (사드 배치 철회를) 해야 하는지,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가 얼마나 나쁜지 다 안다"라며 "잘못된 것을 바꾸는 정당한 요구를 어떻게 하는지,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올라오면서 경찰이 우리를 안내해주고 보호해줄 것이라고 가르쳤는데, 아이들에게 (경찰이) 오히려 무서운 존재가 돼 버렸다. 이 아이(5살 아들)는 '폴리(기자주: 경찰차를 모델로 한 만화 캐릭터)'가 꿈이라고 하는데."


a  3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김천 어린이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사드 철회 편지와 그림 전달 퍼포먼스'가 열리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김천 어린이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사드 철회 편지와 그림 전달 퍼포먼스'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청와대로 향하는 길은 30여 분 지난 뒤에야 열렸다. 경찰은 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고 길을 열어줬다. 또 기자들의 사진 촬영이 끝난 뒤, 준비한 그림과 편지를 대표를 정해 청와대에 전달하기로 했다.

엄마와 아이들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미리 준비한 그림들을 들고 기자들의 촬영에 응했다. 아이들은 "사드 가고 평화 오라", "NO 사드, 오직 평화", "대통령님 우리에게 사드는 필요 없어요" 등이 적힌 그림을 들고 엄마들 앞에 섰다.


김천 율곡초등학교 1학년 김민아양이 아이들의 대표로 문 대통령에게 쓴 자신의 편지를 대표로 낭독했다.

"제발 사드가 물러가게 해주세요. 촛불 집회 나가는 대신 집에서 편안히 티비도 보고 가족과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도 많이 갖고 싶습니다. 엄마 아빠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되면 사드가 물러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율곡동 주민 대다수가 대통령님을 뽑았습니다. 경상북도에서 제일 많이 지지했다고 합니다. 저를 포함하여 엄마 아빠의 믿음과 율곡동 주민들의 믿음이 꼭 이뤄지도록 해 주세요. 사드는 미국으로. 사드 가고 평화 오라!"
#사드 #김천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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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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