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8월 12일 "임금 인상"과 "사원 복지" 개선 요구 사항을 벽에 적어 놓고 파업을 진행 중인 한진교통노동조합
박용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나는 기관사예요. 지하철의 맨 앞칸이 내가 일하는 일터죠. 벌써 13년 차 베테랑이네요.
나는 이곳 지하에서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을 통해 바깥의 세상을 봐요. 6월 내내 이곳도 긴박한 나날의 연속이었어요. 최루탄을 피해 계단으로 내려오는 시민들을 보면 거리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그려졌어요. 지하철 두 번째 칸에 올라탄 대학생들의 얼굴은 초여름 강한 햇빛에 까맣게 그을려 있었을 거에요.
우리도 근무가 없는 날이면 거리로 나갔어요. 거리에 서면 오랫동안 쌓여있던 노동의 피곤함이 금방 사라지곤 했지요. 최루탄 냄새는 우리에게 피곤함을 허락하지 않거든요. 오로지 눈물과 콧물, 기침만 선사할 뿐이죠. 학생들과 함께 거리에 서면 여기가 내 나라고 우리가 진짜 국민이 된 것 같았어요. 우리나라니깐 우리가 민주주의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거리에서 배운 민주주의를 일터로 가져오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일 먼저 민주노조를 만들었지요. 우리가 바랬던 건 시민의 안전과 직장의 민주화였어요. 적절한 인원 증원과 안전을 위한 시간 배분, 그리고 노동에 합당한 임금인상을 요구했어요.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위협과 탄압이었죠. 아직도 우리의 민주주의는 미완인 상태로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공장 매점에서 일하는 20대 종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