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입구에 염산 소분시설, 서천 월포리 주민들 분노

군청이 건축 허가 내주자, 화학물질연구원 찾아가 부적합 판정 '읍소'

등록 2017.06.08 17:45수정 2017.06.0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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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군 마서면 월포리 주민들이 8일 오전 버스를 타고 대전 유성구에 환경부 산하 화학물질안전원을 찾아 염산소분시설 공장을 허가한 서천군수를 성토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주민들은 엉터리 심의를 통해 건축허가를 내준 서천군을 성토하는 한편 화학물질안전원에 대해서는 "엄격한 평가로 부적합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 심규상


요즘 충남 서천군 마서면 월포리 주민들의 최대 걱정은 가뭄 피해가 아니다. 더 큰 걱정이 생겼다. 서천군이 마을 입구에 덜컥 공업용 염산 소분 공장 건축허가를 내주었기 때문이다. 염산 소분 시설은 염산을 작은 저장용기에 나누어 담아 판매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설이다.

주민들은 토지주인 A씨가 지난 2월 마을 입구에 창고를 지으려 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토지주가 '단순 창고를 지으려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지소유주가 서천군청에 낸 건축허가 신청서를 보면 단순 창고가 아니었다. 토지주는 마을 입구(196-25번지, 1720㎡) 부지에 77㎡ 규모의 창고 안에 염산 소분 시설을 만들겠다고 신고한 것이다.

게다가 해당 공장 부지와 불과 80여미터 옆에는 서천국민체육센터와 서천국민종합운동장, 산양 목장 등이 들어서 있다. 또 부지에서 300미터 이내에는 약 20여 가구의 주민들이 거주 중이다. 주민들이 수시로 이용하는 월포리 마을회관과도 500미터 거리다.

주민들은 염산이 누출될 경우 집단 피해가 예상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천군 마서면 월포리 주민들이 8일 오전 버스를 타고 대전 유성구에 환경부 산하 화학물질안전원을 찾아 염산소분시설 공장을 허가한 서천군수를 성토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주민들은 엉터리 심의를 통해 건축허가를 내준 서천군을 성토하는 한편 화학물질안전원에 대해서는 "엄격한 평가로 부적합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 심규상


문제는 서천군 도시건축과가 한 달 만에 농림과(산지전용), 환경보호과(환경관련법), 금강유역환경청(화학물질 관련법) 등 관련 부서와 관계기관의 업무협의를 거쳐 건축허가를 내준 데 있다.

군청 관계자들에 따르면, 환경보호과에서 염산 누출과 인근 농경지 및 바다 오염을 우려해 반대 뜻을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작 마을 주민들이 염산 소분시설 건축 허가가 난 사실을 안 것은 지난 4월 언론보도를 통해서다. 이때부터 주민들은 월포리염산시설저지대책위원회(대표 이상무)를 구성하고 연일 군청을 오가며 항의하고 있지만 이미 건축허가가 나간 뒤라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주민 50여 명은 8일 오전 버스를 타고 대전 유성구에 있는 환경부 산하 화학물질안전원을 찾았다. 남아 있는 화학물질안전원의 '장외영향평가'에서 사업주에게 부적합 판정을 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다.


장외영향평가란 공장 내에서 염산 등 화학물질이 누출됐을 때 주민들에게 인적ㆍ물적 피해를 생기지 않도록 시설이 안전하게 설계했는지를 기술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다. 평가에서 위험도가 높게 나올 경우 관련 시설을 불허할 수도 있다.

주민 대표들이 8일 화학물질연구원의 윤준헌 사고예방심사과장을 만나 "집단 거주지인 마을 입구에 위험시설을 설치하도록 해서는 안된다"며 "장외영향평가를 엄격히 해 부적합 판정을 내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심규상


주민 대표들은 이날 화학물질연구원의 윤준헌 사고예방심사과장을 만나 "집단 거주지인 마을 입구에 위험시설을 설치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서천군의 잘못을 반복하지 말고 관련 평가에서 부적합 판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윤 과장은 "관련 규정에 근거해 면밀하게 평가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외영향평가는 염산 누출 사고 시 영향 범위를 따져 시설물이 안전하게 설계됐는지를 주로 평가하는 것으로 부지 적합성 여부는 판단 대상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이날 화학물질안전원 정문 앞에서 엉터리 심의를 통해 건축허가를 내준 서천군을 성토했다. 화학물질안전원에 대해서는 "엄격한 평가로 부적합 판결을 내려 주민들이 다리 뻗고 살 수 있게 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화학물질안전원의 시설물 안전 설계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까지는 최소 6개 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천 월포리 #서천군 #염소소분공장 #건축허가 #화학물질 안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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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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