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구성원들, 왜 사장 해고를 주장하나

[미디어 톺아보기 20] MBC사장 결정, 시작부터 '삐걱'

등록 2017.06.27 16:14수정 2017.06.2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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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최남단에서 외친다. 김장겸은 물라나라! -제주MBC 구성원
지역MBC의 몰락, 책임 질자 누구인가 –여수MBC 구성원
MBC 정상화의 첫걸음, 김장겸은 물러나라 –목포MBC 기술부문
김장겸, 고영주는 즉각 퇴진하라 –전주MBC 구성원
김장겸과 이진숙은 MBC를 당장 떠나라 –대전MBC 구성원

더 이상 지역을 더럽히지 마라! -부산MBC 구성원
"고마 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대구MBC 구성원
김장겸이 떠나야 지역MBC도 바로 선다 –울산MBC 구성원
김장겸, 충분히 말아먹었다 –안동MBC 구성원
김장겸과 송재우는 집으로 –춘천MBC 보도편성 부문

전 지역에서 방송사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들끓는 분위기다. 거의 매일 구성원들이 돌아가며 성명을 내고 있다. 다름 아닌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방송사 사장에게 나가라고 요구하고 있으니 어찌된 영문인가.

한라산에서 설악산까지 한반도 전 지역에서 구성원들의 거센 퇴진요구를 받고 있는 타깃의 주인공은 바로 김장겸 MBC 사장이다. 지난 2월 28일 취임사에서 "정치 등 외부 환경보다 내부 생존전략에 집중하겠다"던 그가 6개월도 안 돼 생존마저 위태롭게 됐다. 2020년까지 3년 임기를 보장 받고 출항할 때부터 불안한 기류를 내비치더니 기어코 올 것이 오고야 만 꼴이다.

야당 추천 이사들 빠진 MBC 사장 결정... 시작부터 '삐걱'

서울 본사는 물론 전 지역에서 김 사장은 물론 그와 뜻을 함께하는 지역 MBC 사장에 대한 퇴진요구의 바람이 드세다. 초강력 퇴진요구 바람을 맞게 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다.

MBC는 지난 2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3명의 사장 후보 중 전 MBC 보도본부장을 지낸 김장겸 후보를 신임 대표이사로 전격 선임했다. 그러나 이 때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방문진) 이사 9명(청와대 포함 여권 추천 6명, 야권 추천 3명) 중 야권 추천 이사 3명 전원이 불참했다.


야권 이사들은 당시 "선임 과정이 졸속"이라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방문진 이사들이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 보이콧을 놓은 것은 초유의 일이다. 9명의 방문진 이사들은 신임사장 선임에 앞서 2월 16일 진행된 'MBC 차기 사장 후보에 대한 1차 표결'에서 권재홍 MBC 부사장과 김장겸 보도본부장, 문철호 부산MBC 사장 등 3명으로 압축했으나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까지 방법과 시기 등을 놓고 우려와 비판이 잇따랐다.

당시 야권 추천 이사(유기철·이완기·최강욱)들은 "국회에서 MBC와 관련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이 논의 중이고, MBC 지역방송사 사장 비리 의혹에 연루된 방문진 이사들에 대한 특별감사가 필요하다"며 사장 선임 절차 연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절반 이상의 다수 여권 추천 이사들은 들은 체 만 체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을 포함해 여권 추천 이사들끼리만 사장 후보 14명을 놓고 표결해 3명으로 압축한 데 이어 최종 1인까지 선임하고 말았다.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제기되는 마당에 MBC 안팎에서 우려했던 인물이 사장으로 결정되었으니 시작부터 역풍은 예고된 바나 다름없었다. 

사장으로 최종 낙점 받은 김장겸 사장은 1987년 MBC에 입사해 런던특파원, 정치부장, 보도국장 등을 역임했지만 구성원들로부터 사장 후보로서 적합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 온 인물이란 점에서 갈등과 마찰의 골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김장겸 사장, 박근혜 방문진이 선임...청와대 사장"

그의 사장 선임에 대해 당장 언론노조 MBC본부(MBC본부)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즉각 성명을 내고 MBC 방문진의 김 사장 선임을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김장겸 사장은 청와대 사장"이라며 "'박근혜 방문진'의 선임 강행은 극우 세력의 마지막 저항"이라고 입을 모아 비난했다. 특히 MBC 구성원들은 "MBC를 몰락시킨 장본인인 김 사장의 선임은 박근혜 정권의 3년 연장"이라고 못 박고 "부적격 사장을 용납할 수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밝혔다.

그렇다면 방송사 종사자들은 왜 김 사장 취임 초부터 그토록 성토했을까? 그 이유는 당시 구성원들이 내놓은 성명과 기자회견문 등에서 잘 묻어났다. 구성원들은 김장겸 당시 사장 내정자가 '2011년 이후 MBC 뉴스 파탄의 주역이자 총책임자'라며 사장 자격이 없다고 꾸준히 비판을 제기해 왔다.

MBC본부는 당시 내놓은 성명을 통해 "김장겸 씨가 정치부장으로 주도했던 2012년 대통령 선거 보도는 사상 최악의 편파보도였고, 보도국장 재직 시에는 세월호 유가족을 '깡패'라고 지칭한 것으로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샀다"면서 "최근에는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철저하게 축소‧은폐했고, 오히려 태블릿 PC의 진위를 문제 삼는 '가짜 의혹'으로 사건의 본질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김장겸 씨는 김재철‧안광한 사장을 거치는 동안 MBC 뉴스를 극소수 극우 세력의 전유물로 전락시켰다"며 "언론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21조와 MBC 방송강령을 모두 위반한 김 씨는 공영방송사 사장 자격이 없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개입설도 MBC본부는 지목했다. 이들은 "김씨의 '청와대 내정설'이 파다하게 퍼졌다"며 "공안검사 출신 극우파 인사인 고영주가 이끄는 방문진은 이런 청와대의 지침을 일사불란하게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민언련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때부터 "박근혜 정권이 쫓겨나듯 MBC 언론장악 부역자들도 종말을 고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며, 우리도 MBC를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한 싸움에 힘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방송사 구성원들에 힘을 보탰다.

뼈아픈 불신 원인, '세월호 참사 축소·왜곡', '최순실게이트 축소'

김 신임 사장에 대한 불신과 비판들 가운데 크게 3가지가 가장 뼈아픈 대목으로 시선을 끌었다. 첫째는 온 국민이 세월호 참사로 가슴 아파할 당시 세월호 참사 사건을 축소·왜곡하는 데 앞장섰다는 점, 둘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축소 보도하는데 앞장섰다는 점, 셋째는 권력의 눈치를 보며 뉴스데스크를 속칭 '청와데스크'로 전락하는데 기여한 점 등이 그것이다.

가뜩이나 이명박 정권이후 권력에 의한 낙하산 사장 투하로 MBC는 극심한 편파·왜곡보도와 오보 등으로 국민의 편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신뢰도와 인기도가 나락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신임 사장의 편파성 시비는 누구보다 구성원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MBC본부가 최장 기간(170일)인 '김재철 사장 퇴진 및 공정방송 쟁취 투쟁 파업'이후 발표한 '공정말살 7인' 명단에도 오른 이름이 신임 사장에 선임됐으니 방문진의 사장 선임 결정이 얼마나 원망스러웠겠는가? 그것도 여권 이사들로만 구성된 결정이라는 점이 더욱 갈등을 자초한 형국이다. 오죽했으면 MBC본부는 김 사장 취임식장 앞에서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불복종 의사를 밝히는 피케팅을 벌일 정도였다.

MBC 구성원들은 지난달 배포한 <문화방송 노보>(225호, 5월 29일)에서 '김장겸․고영주 퇴진, 우리의 힘으로 쫓아 내겠습니다'란 타이틀과 함께 퇴진행동 선언문을 공개했다. 여기에서도 김 사장에 대한 불신 이유를 뚜렷이 명시해 놓고 있다.

"김장겸 사장은 암흑시대 9년의 한 가운데에서 보도국을 장악했다.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그리고 사장까지 유례없는 수직 상승이었다. 2012년 대선 편파 왜곡보도, 2014년 세월호 유가족 모욕과 왜곡보도, 2016년 최순실 게이트 축소 물타기 보도, 2017년 대선 최악의 편파 왜곡보도까지, 김장겸 사장은 이 모든 사태의 현장을 지휘한 직접적 책임지다. 그 김장겸의 뒤를 봐주며 MBC 파괴를 합작한 자가 고영주 이사장이다."

MBC 구성원들 "권력의 방송, 극우파의 선전도구가 되기 싫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도 지난 5월 26일 김장겸 MBC사장, 고영주 방문진이사장을 비롯한 고대영 KBS 사장, 이인호 KBS 이사장,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을 '언론적폐 5인'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퇴진과 언론 정상화가 완성될 때까지 총력투쟁에 나서기로 결의한 바 있다.

한발 더 나아가 MBC본부는 "기자회견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김장겸 MBC 사장과 언론 부역자들이 MBC에서 퇴출될 때까지 거리 선전전을 비롯한 다양한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혀 장기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럴 경우 지난 정권 시절 벌어진 최장기간 파업기간 동안 많은 구성원들이 해직과 해고, 집단소송 등으로 겪은 적지 않은 후유증에 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국 각지에서 MBC 구성원들이 성명을 내며 김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는 <방송노보>에서도 밝혔듯이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는 '권력의 방송', '청와대 방송' 소릴 들었다면 이젠 '극우파의 선전도구가 된 방송' 때문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 외에도 구성원들은 '뉴스를 경영진의 사적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점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 대선 기간 중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00분 토론>에서 'MBC 정상화 문제'를 언급하자, 사측이 즉각 <뉴스데스크>를 동원해 문 후보에 대한 보복 보도를 퍼부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당시 편파보도가 심했던지 방송사 노조 등 구성원들조차 "낯부끄러울 정도였다"고 표현한다.

1961년 12월 라디오방송을 개국해 정규방송을 시작한 MBC는 최초의 민간 상업방송으로 출발하여 국·민영방송 이원화시대의 막을 연 공영방송으로 손색없이 성장해 왔다. 늘 '국민과 함께 하는 방송'임을 자부해 왔던 방송이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면서 공공성과 공정성, 객관성이 이토록 훼손된 까닭은 무엇일까?

이명박 정권 들어 최고 권력의 핵심부 인사가 낙하산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공공성을 비롯한 방송의 사회적 책무와 기능이 크게 망가졌음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권력이 쉽게 방송에 개입할 수 있는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공영방송의 적폐청산은 한발도 나아갈 수 없다.
#MBC #공영방송 #사장퇴진요구 #청와대방송 #김장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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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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