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종이통장, 저소득 소외계층 어쩌나

9월부터 은행 종이통장 발급 중지... 60세 이상은 가능

등록 2017.06.28 18:34수정 2017.06.2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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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부터 금융기관의 종이통장 발급이 사실상 중단된다. 이에 따라 모바일뱅킹을 이용하지 않는 저학력·저소득 디지털 소외계층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 및 시사점'에 따르면 작년 기준 최근 6개월 내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43.3%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대면으로 실시됐다. 아직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 등 기기를 통해 금융기관의 잔액조회, 계좌이체와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종이통장 대신할 모바일뱅킹, 학력·소득 낮을수록 이용 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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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특히 최종 학력이 낮을수록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한은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 가운데 중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가진 이들 중 4.6%만이 모바일뱅킹을 이용했다.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가진 이들 중에서는 37.7%, 대학교 졸업 학력을 가진 이들 가운데서는 56.5%, 대학원 이상 학력을 가진 이들 중에서는 61.2%가 모바일뱅킹을 활용한다고 답했다.

또 소득이 낮을수록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잘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입출금내역, 자동이체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알림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을 살펴봐도, 연간 2000만 원 미만 소득자의 경우 12.8%로 집계됐다. 2000~3000만 원 구간 소득자는 26.8%, 3000~4000만 원 구간 소득자는 32.3% 등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이 비율도 높아졌다. 6000만 원 이상 소득자 중에서는 46.6%나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는 종이통장을 사용할 때의 '통장정리'를 대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서비스인데 이마저도 소득에 따라 이용률에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2000만 원 미만 소득자들은, 모바일뱅킹 가운데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보안 문제가 해결돼도 이용할 의사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15% 정도만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저소득자들이 보안 문제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모바일뱅킹을 사용하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저소득층, 농어민, 장노년층, 장애인 등 소외계층과 일반국민의 디지털정보 격차는 크다. 미래창조과학부의 '2016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이들 4대 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지난해 기준 58.6%다. 이는 일반국민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을 100이라고 했을 때 이들 소외계층의 수준을 의미한다. 즉, 이들이 알고 있는 디지털정보가 일반국민이 알고 있는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는 소외계층의 모바일뱅킹 사용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3년 후에는 종이통장 받으려면 돈 내야 할 수도...금융당국 "교육 강화"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5년 7월 '통장기반 금융거래 관행 등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단계적으로 종이통장 발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었다. 통장거래 관행으로 금융소비자와 금융기관 모두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분실 등 불편이 초래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금감원은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금융기관들이 통장을 발급 받지 않는 소비자에게 금리 우대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도록 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올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금융기관들이 60세 이상이거나 희망하는 이들에게만 통장을 발급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 이후에는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통장발행에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요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금감원 쪽 계획이다. 고객이 60세 이상이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비용의 일부를 면제해주는 식으로 운영하겠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이 같은 금감원의 계획이 수정 없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저학력·저소득 소비자가 불편을 겪거나 비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교육을 강화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곽범준 금감원 은행감독국 은행제도팀장은 "최근 은행 점포수도 감소하고 있는데 모바일뱅킹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도 강화하고, 소비자가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한 방향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이통장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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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경제부 기자입니다. 01094037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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