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에게 불합리한 제도, 손 봐야 한다"

[인터뷰] '아시아의 창' 이은혜 변호사 "이주여성도 사람이다"

등록 2017.07.04 09:53수정 2017.07.0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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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622 아시아의 창 이은혜 변호사(가운데), 이영아 상임이사(왼쪽), 김나희 활동가(오른쪽)
170622 아시아의 창 이은혜 변호사(가운데), 이영아 상임이사(왼쪽), 김나희 활동가(오른쪽)송하성

 170622 군포 아시아의 창
170622 군포 아시아의 창 송하성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A씨는 3살 자녀를 남겨두고 지난해 이혼을 했다. 양육권은 남편이 갖는 것으로 하고 자신은 한 달에 두 번 아이를 만날 수 있는 면접교섭권만 인정받았다.

그런데 남편은 자신이 아이를 만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혼할 때는 면접교섭권을 인정하는 조건으로 했지만, 남편은 '자신과 아이를 버리고 떠났다'는 생각에 아이와의 만남을 철저히 차단했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아직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A씨는 지금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서 비자를 연장하는데 아이를 만났다는 증거를 가져오라고 한다. 면접교섭권을 행사해 아이를 만나고 있다는 증거를 가져와야 비자를 연장해 준다는 것이다.

남편이 아이를 못 만나게 한다는 얘기도 소용이 없다. 남편을 상대로 소송을 하거나 한국을 떠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처럼 결혼이주여성에게 불리하게 돼 있는 제도에 대해 이주민 지원단체 '아시아의 창'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6월 22일 오후 아시아의 창에서 일하는 이은혜 변호사를 만났다.

다음은 이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이런 일로 어려움을 겪는 이주여성들이 많나?
"생각보다 많다. 이주여성들은 상대방의 잘못으로 이혼할 경우 자녀를 키우지 않더라도 면접교섭권만 가지고 체류 연장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면접교섭권을 제대로 행사하고 있는지 출입국 쪽에서 지나치게 엄격하게 확인하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는 자녀를 안 보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언제, 어디서 자녀를 만났으며 무엇을 했는지 진술하고 사진을 첨부해서 제출하도록 한다. 이때 남편이 아이와의 만남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 이주여성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그밖에 양육권을 가지고 자녀를 직접 돌보는 경우에 생업 때문에 자녀를 친척에게 맡길 수도 있는 건데 이런 경우를 출입국은 허용하지 않는다."

-남편을 상대로 소송을 하면 해결되는 문제 아닌가?
"그렇지 않다. 면접교섭 이행 명령 소를 제기하면 당연히 이주여성이 이기는데 그래도 아이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소송을 제기하면 남편에게 과태료가 100만 원 정도 부과된다. 그럼 남편은 과태료 100만 원을 내고 다시 보여주지 않는다. 소송을 할 때마다 100만 원 정도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이런 소송을 하고 판결을 받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나.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끝까지 자녀를 보여주지 않으면 이주여성은 무익한 소송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특히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아이를 만나지 않고 있으니 한국을 떠나라는 얘기만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전반적인 과정을 보며 느끼는 것은 한국은 이주여성을 한국 남성의 배우자로서 기능할 때만 우리의 일원으로 받아주겠다는 태도를 가진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 이주여성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 남성의 배우자라는 기능적 측면만 강조하는 것이다. 그나마도 이 이주여성들은 자녀가 성년이 되면 비자 연장이 되지 않아 모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미성년 자녀가 커서 성인이 되면 더 이상 만나지 말라고 하는 태도도 우습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남편이 자녀와의 만남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법원의 면접교섭 이행 명령 판결이 나면 다른 조건 없이 비자를 연장해 주어야 한다."

-이주민들이 법률적으로 유의할 사항이 있다면?
"고소 고발 소송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그런데 상담을 해보면 억울한데 증거가 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 핸드폰을 이용한 녹음, 사진 촬영 등을 꼭 해두어야 한다. 그 핸드폰 마저 잃어버릴 수 있으므로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보내거나 해두면 나중에 억울한 일이 발생했을 때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공익활동 변호사의 길을 택한 이유는?
"한마디로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공익활동 변호사라고 하면 대단한 일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학창 시절을 거치며 다른 여성을 돕는 것이 나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전 세대는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생각이 있었다면 요즘 세대는 공익활동도 나를 위해,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다."

-국제결혼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외국 여성과 결혼하기를 원하는 한국 남성은 아내 나라의 말을 배울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각오가 없다면 다문화가정을 이루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주여성이 한국으로 시집오면 한국 문화와 생활에 무조건 맞출 것을 요구하고 그렇게 되기를 원해서는 안 된다. 한국 남성도 아내와 소통하기 위해 아내가 하는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한다. 부부는 서로 노력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기다문화뉴스에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아시아의창 #결혼이주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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