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퍼들로 붐비는 산책로
이강진
일단 관광 정보 센터로 향했다. 센터를 찾아 시내 한복판에 들어서니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주차할 자리도 없다. 포기하고 주차장에서 나오는데 차 한 대가 빠져 나왔다. 행운이다. 어렵게 주차하고 관광 지도를 비롯해 이런저런 정보를 수집한 후 바로 옆에 있는 해변에 가봤다.
해변에도 사람으로 넘쳐났다. 시드니는 겨울이지만 이곳은 한여름이다. 수상 안전요원이 세워 놓은 깃발 아래에는 남녀노소가 물놀이하느라 바빴다. 모래사장에는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즐비하게 누워있다.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상반신을 드러내고 일광욕을 하는 여자가 있었다. 처음에는 민망했지만, 요즘에는 자주 봐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보인다.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은 해변 근처에 있는 나무 그늘에 앉아 책을 보거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한가한 오후를 보내는 모습이었다. 신발을 손에 들고 파도를 밟으며 해변을 걸어봤다. 해안을 따라 3, 4층 정도 되는 리조트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리조트 베란다에서 맥주를 손에 들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도 보였다.
바닷가 옆은 누사 국립공원(Noosa National Park)이다. 국립공원을 따라 바닷가를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잠시 걸어 봤다. 산책로에도 사람이 많았다. 서프보드를 옆에 끼고 높은 파도를 찾아 나서는 사람, 친구끼리 쉴 새 없이 떠들며 걷는 젊은이, 아버지는 유모차를 밀고 엄마는 아이를 손에 잡고 걷는 부부, 그리고 우리처럼 나이든 부부 등….
조금 걸으니 바다가 발 아래 펼쳐지는 전망대가 나왔다. 바다에서 서핑하는 사람이 물개처럼 보였다. 멀리까지 펼쳐진 백사장과 해안이 아름다웠다. 서핑하는 사람들과 끝 없이 펼쳐진 풍경이 잘어울렸다. 관광지로 이름이 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산책길을 끝까지 걷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다음 날 하루를 잡아 산책하기로 하고 자동차 있는 쪽으로 돌아갔다.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주차장 근처에 고급스럽게 보이는 선물 가게와 식당이 줄지어 있었다. 식당은 테이블을 정리하며 저녁 손님을 맞으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관광객들은 가게를 기웃거렸다.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다. 싼샤인 비치(Sunshine Beach) 바로 옆에 있는 숙소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파도가 높은 황량한 해변이다. 짐을 풀고 동네 산책길을 걸었다. 집을 떠나 외지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낯선 곳은 아무리 좋아도 집보다는 불편하다. 이러한 생활을 며칠간 해야 한다.
사람은 여행을 왜 할까,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선조들의 대부분은 여행에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즈음은 너도나도 여행을 떠난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행복에 대한 강의를 본 적이 있다. 먹고, 걷고, 추억을 만들 때 행복감이 증진된다고 한다. 그리고 여행은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시킨다고 한다. 바람이 휘몰아치는 낯선 곳에서 행복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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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바닷가 도시 골드 코스트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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