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창 화백의 <한 사람>전에 등장한 고문 피해자 서승, 침묵 속의 한국 아이, 그리고 문규현 신부.
이주빈
5.18열사 고 윤상원, 그가 4.3의 통곡 여전한 제주도에 갔다. 정영창 화백의 회화 <윤상원>으로 되살아난 그는, 옛 제주대병원에 새로 만들어진 예술공간 '이아'에서 다른 '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 '한 사람'은 불러도 오지 못하는 4.3의 원혼이거나 아등바등 오늘을 살아가는 바로 당신이다.
기다림은 명백하다. 생과 사가 명백하듯, 흑과 백이 명백하듯, 비움과 채움이 명백하듯. 우리의 명백한 기다림은 무엇을 향한 것인가. 정영창 화백은 그것은 '부활'이라고 이야기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라크에서, 광주에서, 제주에서, 세월호에서 어처구니없이 죽임 당해야 했던 한 사람, 한 사람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것. 정 화백이 그린 광주 5.18묘지에 핀 <하설초>처럼 찬란하게 부활하는 것.
제주문화예술재단(이사장 박경훈)이 예술공간 이아에서 지난 1일부터 오는 8월 15일까지 여는 '정영창 초대전 <한 사람>'은 여러 면에서 흥미로운 전시회다.
1957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정 화백은 1983년 독일로 건너가 뒤셀도르프 미술대학 마스터 클래스를 졸업한 뒤 뒤셀도르프에 거주하며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의 현실과는 한 발 비켜 서있는 것처럼 보이는 정 화백은 그 어떤 내재인(內在人)보다 치열하게 현실을 살아왔다. 그는 광주 학살에 치떨려 고국을 떠났고, '사과할 줄 아는 전범국가'이자 분단국가였던 독일의 한복판에서 변화를 목격했다.
그의 작품 활동 이력이 이를 증명한다. 2002년 정 화백은 뒤셀도르프 방공호 성당 갤러리에서 <전쟁과 평화>전을, 뒤셀도르프 시립미술관에서 <전쟁>전을, 다시 2005년 뒤셀도르프 방공호 성당 갤러리에서 <어제는 오늘>전을 열었다. 독일의 지역사를 다룬 책 <전쟁과 유토피아> <뒤셀도르프의 전쟁과 평화>가 "전쟁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작가"하며 한국인 최초로 정영창 화백을 소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