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시절 윤소하 의원의 모습.
윤소하 의원실 제공
군대 얘기가 나오자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섞였다. 무용담 같은 '특전사' 시절 얘기가 끝나자 "정신 차리고 '운동'한" 얘기로 흘렀다.
"부채의식이 늘 한켠에 자리 잡고 있어서 군대 제대하자마자 운동권에 뛰어들지 않았나 싶어요. 그 후로는 운동적 삶, 목적의식적인 삶만을 살았죠."1985년, 제대 후 그의 일상은 '청년 운동, 노동 운동, 전선 운동'이 전부였다.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목포시지부 조직부장을 했고, 목포민주주의청년연합 의장을 했으며 참여와통일로가는목포시민연대 대표를 지냈다. 이후에도 숱한 의장·대표직을 거치며 목포에 뿌리를 내렸고 이를 기반으로 두 번 지역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20대 때 정의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가 사회운동을 하는 사이 집안 경제는 아내 몫이었다. 84학번 수석으로 대학교에 들어온 아내는 함께 운동을 하던 동지였지만 결혼 후 생계를 짊어진 가장이 됐다. 이따금씩 아내가 "형, 소주 한 잔 합시다"하면 그는 지레 겁을 먹는다고 했다.
"'당신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했는데 내 인생은 뭐냐'고 하는데 할 말이 없죠. '형, 한 병 더 마십시다' 하면 아이고 오늘은 죽는 날이구나..."
▲윤소하 정의당 의원
권우성
"20대엔 격랑 속에서 좌충우돌해야... 지금은 그렇게 살면 내쳐버리잖아"아내의 희생 속에 운동권에 투신한 30여년 세월을 지나 결국 국회의원이 됐지만 윤 의원은 열패감에 시달렸던 20대에 대해 "그런 세월이 또 있을까" 싶은 나날이었다고 말한다.
그에겐 '그립고 그리운 20대'. 그 한복판을 두 딸도 지나가고 있다.
"큰 딸은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해서 국문학과나 영문학과에 가고 싶다더라고요. 근데 애 엄마가 '굶어 뒤질 일 있냐, 집안 형편 모르냐'고 하대요. 주사 바늘이 무섭다고 겁도 많은 애인데... 내가 벌지 못해서 딸 편을 못 들어줬죠. 둘째도 당연한 듯이 간호학과를 가더라고."국회의원의 딸이라면 으레 '금수저'로 여겨지지만 두 딸은 꿋꿋이 자신의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큰 딸은 대학병원에서 1년 넘게 버티다가 도저히 못 견디겠어서 그만두고 만두집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이미 그가 국회에 입성한 후의 일이다. 둘째 딸도 1년여 취업을 기다리다 얼마 전 광주에서 간호사 일을 시작했다.
두 딸을 보면 안쓰러운 감정이 솟는다.
"20대에는 좌충우돌, 그렇게 살아야 해요. 겉멋도 부리고 격랑 속에서 살아야지. 실컷 방황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체화되는 게 많거든요. 아이들이 그런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을 때 품어줄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내쳐버리잖아요. 천천히 삶의 방향을 잡아가면 되는데 말이죠. 80년대에는 절대적으로 빈곤했지만 더불어 함께 가니까 상대적으로 풍족했어요. 지금은 죄다 자기 거 챙기기 바쁘니 사회가 이렇게 된 거예요. 다들 경쟁만 하잖아. 그러니 아이들이 스펙에만 쫓기고 뭘 내지르지를 못하죠."
▲윤소하 정의당 의원
권우성
두 딸의 삶이 바뀌길 바라는 것, 그가 정치를 하는 이유다.
"지금은 나라가 울타리를 쳐주지 않고 무조건 개인 탓으로만 돌리잖아요. 공동체 복원이라는 게 결국 나라가 책무를 다한다는 거거든요. 아름다운 공동체 사회의 복원이라는 거, 그게 내가 정치하는 이유에요. 이게 추상적인 게 아니에요.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자는 거거든요. 그 울타리를 정책적으로 국가 예산으로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어요. 지금 참으면 나중에 좋아질 거야가 아니라 '지금 살기 좋게 해줄게' 하는 정치가 돼야 해요. 미래라는 게 현재에서 출발하는 거잖아요. 자식 세대가 부모 세대 다 못 사는 양극화되고 불평등한 현실을 바꿔줘야죠."'국회의원' 윤소하이자 '아빠' 윤소하의 바람은 하나다.
"우리 딸들이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걸 찾았으면 좋겠어요." 20대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 윤 의원에게 남겨진 몫이다.
윤 의원이 선곡한 오늘의 BGM : Bird on the Wire by Leonard Cohen |
Like a bird on a wire. Like a drunk in a midnight choirI have tried in my way to be free 전선 위의 새처럼, 한밤에 술 취한 주정뱅이처럼 자유로워지려고 했죠 (노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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