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간의 다툼, '폭력' 아닌 '갈등'의 관점에서 출발해야"

[현장] '학교폭력 사후처리' 놓고 긴급 토론회

등록 2017.07.13 20:37수정 2017.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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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전교육연구소, 대전평화연구소,대전학부모연대가 13일 오후 7시 대전 엔지오(NGO) 지원센터에서 '학교폭력 사후처리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 심규상


학교 폭력사건을 처리하는 학교 자치위원회가 교육과 선도라는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자치위원회 기능 혁신을 처방전으로 내놓았다.

(사)대전교육연구소, 대전평화연구소,대전학부모연대는 13일 오후 7시, 대전 엔지오(NGO) 지원센터에서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의 사회로 '학교폭력 사후처리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서울 모 초등학교에서 수련회에서 발생한 학교폭력과 대전 모 중학교에서 발생한 교실 내 성폭력 사건 등 학교 폭력이 끊이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공동대표는 '학교폭력 분쟁 해결 과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주제발표에서 "학교마다 학교 폭력 사건에 대응하는 자치위원회가 설치됐지만 피해 학생의 보호와 가해 학생의 선도 목적에 부합하는 분쟁 해결 기구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우선 "자치위원회가 가해 학생에 대해 징계 조치와 학생기록부 기재 등 징벌을 우선하면서 오히려 피해자의 상처 회복과 관계 개선 등 치유와 회복 중심의 분쟁조정 기구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급학교 진학 시 불이익으로 작용할 것을 걱정하는 가해 학생과 학부모가 피해 사실을 부인하거나 축소하려고 노력하고, 그 과정에 피해 학생과 학부모와의 관계 악화와 단절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자치위원회가 본연의 역할인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며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 관계를 회복하고 학교구성원으로서 온전히 돌아오도록 돕는 과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 가해 학생의 반성과 성찰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자치위원회 기능 변화 ▲ 자치위원회 개시 전 사전 조정과 화해 절차 공식화 ▲ 자치위원회 내부 역량 제고를 위한 교육 강화 ▲ 생활교육 매뉴얼 도입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오영일 대전시교육청 장학사는 토론에서 "최 회장의 의견에 공감한다"면서도 "자치위원회에 사안이 다뤄지면 이미 화해가 불가능해진다"며 "예방이 중요하고 결국 부모의 관심이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 해결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부 기재의 경우 해당 가해학생이 같은 잘못을 안할 경우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학생부 기재된 내용을 삭제 처리하고 있다"며 "하지만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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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전교육연구소, 대전평화연구소,대전학부모연대는 13일 오후 7시, 대전 엔지오(NGO) 지원센터에서 '학교폭력 사후처리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 심규상


"학교폭력 처리 과정도 교육적이어야..."

석연희 대전학부모연대 부대표(대전가정법원 소년부 화해권고위원)는 "화해권고 고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화해하는 것을 보면 늘 '미리 관계개선을 하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폭력 처리 과정도 교육적이어야 한다"며 "피해 학생의 우선으로 고려하되 피해를 유발한 학생도 공동체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대전지부 강영미씨는 "학교 폭력법 폐지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을 폐지하는 대신 학교 교칙에 의한 상벌위원회로 대체하고 학생 스스로 구성원으로 참여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또 "학교의 조정 기능과 교육 기능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숙영 좋은교사운동 회복적생활교육센터 대표는 "아이들 간의 다툼을 갈등의 관점으로 보지 않고 폭력의 관점으로 보다 보니 처벌과 징계로 가는 것"이라며 "우선 학교폭력법을  개정하고 장기적으로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선도위와 자치위도 통합하고 대화 모임 등을 통해 갈등을 잘 해소하는 관계 회복 방법에 대한 소통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 중학교 집단음란행위, 종합 대책 왜 안내놓나?"

윤정호 대전 관저고 교사는 "학교 관리자의 판단에 따라 자치위 소집 여부는 물론 일방적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 경우 사건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회복적 생활교육 관점에서 서로 대화하며 관계를 풀면 대부분 문제가 잘 해결된다"며 "교육 당국에서 교사들에게 갈등 해소방법에 대한 소통 방법 연구와 교육에 투자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방청석에서 토론회를 지켜보던 지정배 대전전교조 정책실장은 오영일 대전시교육청 장학사에게 "대전 모 중학교 수업 중 집단 음란행위는 언론 보도 내용보다 훨씬 심각했다는 학부모들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며 "사건이 알려진 직후 전문기관이 피해 학급 학생들을 전수조사한 자료를 제공 받아 그 내용을 토대로 시교육청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폭력 #자치위원회 #갈등 관리 #학교폭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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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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