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본관
이상지
지난 6월 28일 대구 지역 신문인 <매일신문>은 지방거점국립대학교(경북대, 강원대, 경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를 통합하여 가칭 '한국대학교'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연합체를 구성한다는 계획을 담은 기사를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대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12년. 당시 서울대를 포함한 국립대학 통합 네트워크 공약을 내세웠다. 이번 '9개 지방거점국립대학교 통합'도 당시 18대 대통령 후보자 시절 공약과 발맞춘 지방분권과 '국립대 살리기' 정책의 하나로 보인다.
반면, 통합의 당사자들인 학생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북대 재학 중인 진승현(22)씨는 "학생들에게 연합대학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도 알려주지 않은 채, 통합만 하면 무조건 좋다는 식으로 인식되는 것이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경북대 학생인 예두열(27)씨도 "정부 주도로 다른 지역의 대학과 통합한다는 사실이 낯설다"라며 "단순히 지방대학들끼리 뭉치면 힘이 세진다는 인식은 지역 간의 개성이나 대학 간 특성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답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전나경(23)씨는 "여러 지원체계를 포함한 연합대학을 만들려는 정부의 취지는 공감하나 서울대학교가 합류하지 않아서 학벌주의 타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지방대학 연합으로 '인서울대학' 이길 수 있을까?" 9개 지방거점국립대학을 하나로 통합한다면 폭넓은 교수진들로 인한 학문적 교류나 학생 개인당 지원 정책이 증가하여, '무상등록금'까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들을 대표하는 매머드급 거점대학들이 서로 힘을 합쳐 덩치는 커질지 모르지만, 이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단순히 규모의 경제로써 해결하려는 접근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대구지역 취업 준비생 A씨는 "서울과 비교하면 대구에서 취업정보를 얻을 수 있는 취업박람회 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지방 학생들이 공기업이나 지역인재 채용에 목을 매는 이유도, 인서울 대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어 대외활동 등의 스펙을 쌓지 못한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두열씨는 "서울에 위치한 기업으로 대외활동을 했다. 교통비는 지급되었지만, 대구-서울을 왕복하는 것에는 많은 시간적 여유와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씨는 "서울에 대외활동 면접을 보러 가면 항상 나오는 질문이 '지방에서 서울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이다"라며 "힘들지 않다고 대답은 했지만 잠깐의 면접을 위해 왕복 4시간 이상을 기차 안에서 보내는 것이 어떻게 안 힘들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나경씨도 "대학생들에게 시간은 곧 아르바이트 시급으로 환산된다"며 "시간적 여유뿐만 아니라, 재정적인 여유가 없는 지방대생이 서울에서 대외활동을 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B씨는 "블라인드 채용, 지역인재전형 등이 서울 쪽 대학 학생들에게 역차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그러나 서울과 지역 간의 차별이 계속해서 이루어졌고, 지역과 지역대학에서 계속해서 인재가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나경씨 또한 "대구와 비교하면 서울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다 보니 서울로 대학을 진학한 고향 친구들 중에서는 사회적으로 성공할 만한, 혹은 성공에 근접한 친구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 모델'보다 '지역 격차' 해소에 집중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