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 대구 캠퍼스', 지역 청년들 살리는 길일까?

[2017 전국일주 - 대구·경북 ①] 경북대학생들 반응 '시큰둥'... 학벌주의와 '지역 격차'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

등록 2017.07.17 21:29수정 2017.07.1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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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언론에는 소위 '중앙'이라는 '서울발' 기사만 차고 넘칠 뿐 내가 사는 곳을 다룬 기사는 찾기 어렵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지역이 희망'이라는 믿음으로 지역 시민기자를 만나러 가면서 해당 지역 뉴스를 다룹니다. 첫 행선지는 대구입니다. [편집자말]
서울에는 힘이 있다. 일자리, 문화예술, 교육, 교통 등의 모든 것들이 집중되어 있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주체로서 존재한다. 이제 서울을 벗어난 모든 것에게는 패배를 덧씌운다. 1등급부터 9등급까지 수능 등급을 나누듯, 지역도 서울을 기준으로 등급을 나눈다.

지난 10년간 지역민들의 삶의 공간은 더 견고하게 등급화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에 따라, 새 정권의 공약인 '지방분권'이 다시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이를 바라보는 대구·경북 지역 대학생들의 시선은 어떨까?

한국대 대구 캠퍼스, 가능할까?

 경북대 본관
경북대 본관이상지

지난 6월 28일 대구 지역 신문인 <매일신문>은 지방거점국립대학교(경북대, 강원대, 경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를 통합하여 가칭 '한국대학교'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연합체를 구성한다는 계획을 담은 기사를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대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12년. 당시 서울대를 포함한 국립대학 통합 네트워크 공약을 내세웠다. 이번 '9개 지방거점국립대학교 통합'도 당시 18대 대통령 후보자 시절 공약과 발맞춘 지방분권과 '국립대 살리기' 정책의 하나로 보인다.

반면, 통합의 당사자들인 학생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북대 재학 중인 진승현(22)씨는 "학생들에게 연합대학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도 알려주지 않은 채, 통합만 하면 무조건 좋다는 식으로 인식되는 것이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경북대 학생인 예두열(27)씨도 "정부 주도로 다른 지역의 대학과 통합한다는 사실이 낯설다"라며 "단순히 지방대학들끼리 뭉치면 힘이 세진다는 인식은 지역 간의 개성이나 대학 간 특성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답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전나경(23)씨는 "여러 지원체계를 포함한 연합대학을 만들려는 정부의 취지는 공감하나 서울대학교가 합류하지 않아서 학벌주의 타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지방대학 연합으로 '인서울대학' 이길 수 있을까?"

9개 지방거점국립대학을 하나로 통합한다면 폭넓은 교수진들로 인한 학문적 교류나 학생 개인당 지원 정책이 증가하여, '무상등록금'까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들을 대표하는 매머드급 거점대학들이 서로 힘을 합쳐 덩치는 커질지 모르지만, 이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단순히 규모의 경제로써 해결하려는 접근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대구지역 취업 준비생 A씨는 "서울과 비교하면 대구에서 취업정보를 얻을 수 있는 취업박람회 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지방 학생들이 공기업이나 지역인재 채용에 목을 매는 이유도, 인서울 대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어 대외활동 등의 스펙을 쌓지 못한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두열씨는 "서울에 위치한 기업으로 대외활동을 했다. 교통비는 지급되었지만, 대구-서울을 왕복하는 것에는 많은 시간적 여유와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씨는 "서울에 대외활동 면접을 보러 가면 항상 나오는 질문이 '지방에서 서울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이다"라며 "힘들지 않다고 대답은 했지만 잠깐의 면접을 위해 왕복 4시간 이상을 기차 안에서 보내는 것이 어떻게 안 힘들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나경씨도 "대학생들에게 시간은 곧 아르바이트 시급으로 환산된다"며 "시간적 여유뿐만 아니라, 재정적인 여유가 없는 지방대생이 서울에서 대외활동을 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B씨는 "블라인드 채용, 지역인재전형 등이 서울 쪽 대학 학생들에게 역차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그러나 서울과 지역 간의 차별이 계속해서 이루어졌고, 지역과 지역대학에서 계속해서 인재가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나경씨 또한 "대구와 비교하면 서울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다 보니 서울로 대학을 진학한 고향 친구들 중에서는 사회적으로 성공할 만한, 혹은 성공에 근접한 친구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 모델'보다 '지역 격차' 해소에 집중해야

 경북대학교 열람실
경북대학교 열람실이상지

수많은 인프라가 집중된 서울과 그렇지 못한 지방의 격차를 단순히 연합으로만 묶으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지역의 문화와 경제, 산업 수준과 형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1+1=2로서 귀결되는 선형적인 방정식으로 이 문제를 고려한다면 지방과 서울의 격차는 좁힐 수 없다.

경북대 재학 중인 이수형(23)씨는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했던 친구들이 방학 때 대구에 내려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거, 서울은 원래부터 있던 건데?'라는 이야기로 귀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서울과 비교하면 지방에는 문화, 기술적인 것을 비롯해 모든 것이 늦게 내려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서울이 낯설긴 하지만 부모님도 서울로 편입을 권유하셨고, 나 역시 더 많은 기회를 얻기 위해서 서울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예두열씨도 "고향은 대구지만, 소수의 공기업 등을 제외하면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며 "(서울에) 가고 싶어서 가는 것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수도권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경북대로 진학한 진승현씨는 "대구에서는 다양한 문화시설, 체인점, 교통까지, 수도권에서는 당연하게 여겼던 부분에서 불편을 느꼈다"며 "대학을 졸업하면 대구가 아닌 수도권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에서 제시한 한국대학교 모델은 서울에서 지방으로 뿌려지는 일시적인 지방정책에 불과하다는 게 대학생들이 한목소리로 하는 말이었다. 각 지역과 대학 등을 고려한 지방분권에 대한 고찰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지방과 서울 간의 계급 격차는 줄어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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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 #경북대학교 #지방대학 #인서울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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