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화재 점포 대체상가인 베네시움
박영숙
- 대구시에서 제공하는 베네시움으로 이사 안 가시나요?한복집 주인: "거기도 여러 가지로 문제가 복잡해요. 대구시에서 60억 가까이 지원해서 리모델링을 하고 있거든요. 근데도 베네시움 점주 대표와 우리 대표가 점포세 무상 계약 기간 시작일을 우리가 입점하는 날로 하는 게 아니고, 수리 시작한 1월부터 하기로 계약했다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우리가 들어가서 무상으로 장사할 수 있는 기간이 채 2년도 되지 않거든요. 점포 꾸미는 데 자기 돈 들여야 하구요.
그래서 입점을 포기하는 상인들이 늘고 있어요. 지금 이 점포도 불안불안해요. 계약 기간이 끝나면 가게 주인이 점포세 올리려고 할까 봐요. 지금으로선 새 건물 짓는 게 최선의 해결책이에요. 화재 후 대체 장소가 금방 마련되는 것도 아니고, 그곳으로 옮겨가서 장사가 잘된다는 보장도 없고, 여기 저기 옮길 때마다 점포 꾸미는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요.
4지구에도 자기 점포 가지고 장사했던 사람, 남의 점포에 세만 들었던 사람, 자기 점포 반, 세 얻은 점포 반으로 장사했던 사람, 모두 입장이 다르다보니 서로 의견을 합한다는 게 쉽지는 않아요. 그래도 우리는 어서 빨리 건물이 다시 서는 것만 학수고대 하고 있어요. 때로는 여러 가지 돌아가는 상황이 못마땅해도 내색하지 않고 새 건물 짓기만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대구시에서는 4지구만 다시 짓는 게 아니고 서문시장의 다른 건물까지 모두 합쳐서 큰 쇼핑센터식으로 지으려 한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그러면 그것은 전통시장이 아니잖아요? 그냥 쇼핑센터지, 쇼핑센터에 우리 같은 포목전이 들어갈 수나 있겠어요?"
- 제가 듣기로는 새 정부에서 '전통시장 살리기'에 엄청난 공을 들인다고 알고 있는데요. 국가 정책 방향과는 어긋나네요. 전통시장은 전통 시장다워야지요.한복집 주인: "전통시장이 좀 질서 없는 것 같이 보여도, 점포뿐 아니라 노점상 등 전체 부양 인구가 어마어마하지요. 서문시장을 싹 밀고 현대화시키면 말 그대로 시장은 없어지는 거예요. 번쩍번쩍한 빌딩에서 지금처럼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할 수가 없지요. 그리고 그렇게 하자면 어느 세월에 건물을 완공하겠어요. 그냥 불난 건물이나 다시 짓게 해달라는 그 마음밖에는 없습니다. 내년 지방 선거 전에 그렇게 추진 안 되면 또 한세월 기다려야 하는 거예요. 어차피 우리 돈으로 설계비, 건축비 내서 다시 짓는 것이니, 제발 우리 뜻대로 빨리 추진되면 좋겠습니다."
한복집 주인(아내): "요즘 서문시장은 먹는 가게만 잘 되는 것 같아요. 같이 더불어 사는 것이 시장의 장점이긴 한데요. 먹는 가게는 사실 정식 점포가 아닌 곳이 대부분이니, 가스나 전기 시설 등이 좀 걱정이 되긴 해요. 너무 무분별하게 허가를 내주다보니 지나다가 보면 허술한 시설물들이 한두 곳이 아니에요.
야시장까지 개점해서 더 그런 거 같아요. 노점 권리금이 1억 되는 곳도 있다고 들었어요. 어떤 때는 우리보고 빨리 차 빼라고 하기도 해요. 야시장 문 열어야 한다고요. 근처 노점 음식 가게들도 덩달아 영업시간이 늘어나는 거예요."
서문시장다운 모습으로 재건축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상인이나 대구 시민들이나 매한가지이니, 대구시가 이런 여론을 잘 수렴해서 어서 빨리 재건축에 나섰으면 한다.
불난 후 몸과 마음이 어수선한 상태에서도 시장 사람들은 힘을 내어 새로운 삶터를 꿈꾸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었다. 모쪼록 이런 참변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대구시는 안전한 서문시장 만들기에 만전을 기했으면 한다. 불난 자리가 제대로 아물어 새 살이 돋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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