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못생긴 호박꽃'이라? 천만의 말씀!

애호박, 호박잎, 늙은호박... 모두 훌륭한 먹거리

등록 2017.07.20 19:41수정 2017.07.2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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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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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호박꽃'이라? 천만의 말씀!


비 그친 아침. 맑은 공기가 신선합니다. 이른 아침에 핀 호박꽃이 참 예쁩니다.

누가 '호박꽃도 꽃이냐'고 했을까요? 이는 호박꽃을 제대로 보지 않고 한 말 같아요.

호박꽃은 뜨거운 여름 한낮에는 꽃잎을 오므립니다. 씨방을 보호하기 위해서랍니다. 쭈꿀쭈굴 고개를 떨군 꽃잎만 보면 호박꽃이 예쁘다고 못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핀 호박꽃을 보게되면 생각이 바뀔 것입니다. 노란 꽃잎이 녹색 이파리 숲속에서 반짝거립니다. 꽃잎 끝에 레이스를 달아놓은 것 같은 우아함은 호박꽃의 매력입니다.

호박꽃을 찬찬히 뜯어보면 새색시의 부끄러운 미소 같은 게 느껴집니다. 꾸미지 않은 소박한 멋 때문에 호박꽃이 좋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호박꽃은 꽃잎이며 수술, 암술 죄다 노란 물감을 칠해놓은 듯싶습니다. 화사한 꽃의 진면모를 보여줍니다.

호박은 가꾸기가 쉽습니다. 삽으로 구덩이를 파 씨를 넣으면 싹이 트고, 기세 등등 자랍니다. 호박을 가꾸며 농약을 뿌려대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구덩이 속에다 인분 한 바가지 넣어주면 더 없이 잘 자랍니다.

호박꽃은 수꽃 암꽃 따로 핍니다. 암꽃은 아기호박을 달고 나와 누구든 구별이 쉽습니다.

호박꽃은 큰 통꽃을 펼쳐 꿀벌 손님한테 넉넉한 인심으로 맞아드립니다. 해 뜨면서 꽃잎을 열자 꿀벌이 찾아와 바쁜 일과를 시작합니다. 꿀벌은 수꽃 수술에서 놀다 꽃가루를 묻힌 다음, 암꽃에 앉아 고개를 쳐 박고 진득하게 빨아댑니다. 꿀벌이 다녀가면 아기호박은 금세 살이 오릅니다.

통통해진 애호박은 나물반찬으로, 또 된장찌개에 들어가면 맛난 음식이 됩니다. 채를 썰어 부친 호박전은 비오는 날, 막걸리 안주로 최고입니다.

연한 호박잎을 데쳐 쌈장에 싸먹으면 반 한 그릇이 뚝딱입니다. 보들보들 쪄진 호박잎쌈밥은 꿀떡꿀떡 색다른 맛이 납니다.

된서리 오기 전, 큼지막한 멧돌호박은 수확의 기쁨을 안깁니다. 예전 시골집 골방에 호박을 쌓아놓고, 죽도 쑤어먹고, 떡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그때 먹은 호박떡의 달달한 맛은 어찌나 맛이 있었던지요. 호박이 있어 겨우내 입이 심심찮았습니다.

그야말로 애호박은 애호박대로 호박잎은 호박잎대로, 또 늙은호박은 훌륭한 먹거리입니다.

맑은 이슬 내린 아침에 청초한 모습의 호박꽃. '호박꽃도 꽃이냐'는 말은 거둬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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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호박꽃 #애호박 #호박잎 #호박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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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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