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이 "많이 쓰라"고 말한 이유

[서평]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등록 2017.07.25 09:29수정 2017.07.25 09:29
0
원고료로 응원
소설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스티븐 킹이라는 이름을 다들 한 번 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영화 <미저리>, <그린 마일>, <캐리>, <샤이닝>의 원작자로 유명한 소설가다. 오랜 세월 엄청나게 많은 소설을 다작했고, 그 다작한 작품들 상당수가 명작 영화로 재탄생하거나 전세계에 번역되어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기도 했다.

스티븐 킹은 많은 작품을 쓰면서도 각 소설의 내용과 설정이 서로 다르고, 개성있는 캐릭터를 통해 여러 장르를 넘나든다는 점에서 훌륭한 작가다. 정제된 명작을 한정된 시간 동안 조금씩 남기는 작가들도 있지만, 스티븐 킹은 많은 소설을 많이 성공시킨 보기 드문 사람이다.


평소 스티븐 킹의 글을 좋아했고,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와 시나리오를 좋아했다. 스티븐 킹 원작의 소설로 만든 영화 <미저리>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던 것이 기억난다. 그런데 친구로부터 아직 <유혹하는 글쓰기>를 보지 않았냐는 질문을 들었다. 스티븐 킹의 많은 작품을 본 것은 아니지만 몇 권 정도는 읽었지만 처음 듣는 소설 제목이었다. 당장 사러 가서 집에 가져오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유혹하는 글쓰기>는 스티븐 킹의 창작론을 담은 책이다. 스티븐 킹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창작에 대한 철학을 담았다. 책의 전반부는 킹의 어린 시절 악동과 같은 모습, 고학생으로서 힘든 경험을 했던 청춘 시절, 그리고 작가로서의 성공을 안겨준 첫 번째 작품 '캐리'가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와 함께 독자를 맞이한다.

스티븐 킹은 재치넘치는 문체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설명한다. 아버지가 일찍이 집을 나가셨기 때문에, 스티븐 킹은 형과 함께 홀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그런데 이 두 형제는 워낙 호기심도 많고 재주도 뛰어나서 전자석을 만들려다가 공동주택의 전기를 다 나가게 만드는 등 끼가 넘쳤다. 그렇게 유쾌한 형이 자신 만의 신문을 만들어서 인쇄하게 되자, 킹은 여기에 참여하며 소설을 연재하며 글쓰기를 시작한다.

킹의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킹은 자신이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교사가 되기 위해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을 진학하고 등록금 마련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는 생활을 반복했지만 교원 자격증을 땄음에도 교사로 취업하지 못한다. 그는 세탁소에서 일하면서 바닷가재를 먹은 손님들의 식탁보를 빨며 돈을 벌었다.

그러던 그는 간신히 교원으로 취업하고,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짬짬이 글을 쓴다. 잡무가 많고 회의가 이어지는 직업의 특성 때문에 글쓰기에 전념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집에 돌아가면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비교적 유명하지 않은 잡지사나, 성인 잡지에도 자신의 소설을 투고하며 '글은 잘 썼지만 우리 회사와는 맞지 않아서 안 되겠다'는 연락을 받는다.


그렇지만 스티븐 킹의 아내는 그 일을 쓸데없거나 한심한 일이라고 한 번도 하지 않았고, 스티븐 킹은 선생님으로서 학생을 지도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느끼면서도 밤마다 글을 계속해서 써나간다.

그러다가 대박이 터진다. 따돌림의 대상이 된 여학생이 초능력을 쓴다는 내용의 '캐리'가 엄청난 흥행을 하게 되어 40만 달러에 팔려나간 것이다. 이 소설이 작품으로서 엄청난 흥행을 거두어 돈을 벌게 되면서 스티븐 킹은 작가로 알려지게 된다. 그는 자신을 응원했던 아내에게 감사를 표했다.


나는 그녀의 양쪽 어깨를 감싸쥐었다. 그리고 보급판 판권이 팔렸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녀는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듯했다. 다시 말해주었다. 태비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 어깨 너머로 작고 초라한 우리집 안을 둘러보더니 곧 울기 시작했다. -106p

스티븐 킹은 창작론에 대해 말하기 전에, 글쓰기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연장통에 비유하며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의 이모부는 필요한 연장을 연장통에 넣어 들고 다니면서 사용했다고 한다. 그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모부의 연장통처럼, 미리 글쓰는 능력을 발휘하기 전에 필요한 연장을 갖춰놓고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티브. 일단 여기 와봐야 또 뭐가 필요할지 알 수 있지 않겠니? 연장은 전부 다 갖고 다니는 게 좋단다. 안 그러면 뜻밖의 일이 생겼을 때 김이 빠져버리거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글쓰기에서도 자기가 가진 최선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연장들을 골고루 갖춰놓고 그 연장통을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팔심을 기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놓으면 설령 힘겨운 일이 생기더라도 김이 빠지지 않고, 냉큼 필요한 연장을 집어들고 곧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136p

'연장통'의 위층에 들어가야 할 연장은 바로 낱말이다. 필요한 단어를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책은 이를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쉬운 낱말을 억지로 어려운 낱말로 바꾸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글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한다.

문법도 반드시 챙겨야 할 연장의 하나다. 킹은 지나치게 수동태를 자주 활용하지 말 것을 권한다. 수동태를 자주 사용하면 글이 지나치게 우회적이고 나약해진다는 것이다. 부사의 사용도 될 수 있으면 줄이고, 많이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연장을 잘 준비해서 필요한 때에 쓸 수 있게 되었다면, 글을 쓸 차례다. 킹은 글쓰는 능력은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글을 계속해서 연습한다고 갑자기 천재적인 작가가 되진 않지만 점점 좋은 작가가 되면서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다양한 책을 읽고 폭넓은 독서를 하면서 자신만의 작품을 가다듬어야 한다. 작가의 창조적인 삶에서 독서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또한 독서를 하는 사람은 창작의 과정에 익숙해지고 그 과정도 편안하게 느끼게 된다. 많이 읽고 많이 쓸 것이 요구된다.

글을 쓰는 장소는 일정하게 정해두는 편이 좋다. 자신만의 장소에서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글을 쓰는 곳이 화려하거나 고풍스러울 필요는 전혀 없으며, 집중할 수 있는 장소면 된다. 전화나 TV는 없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일정한 목표량을 정하고(가령, 하루에 1천 단어를 쓰기로 정한다던가), 문을 닫고 나올 때는 분량을 목표량을 맞춰야 한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다른 작가의 영향을 받아 문체를 모방하게 될 수는 있지만, 특정 장르에 대한 작가의 접근방법 자체를 베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유명한 작가 누구처럼 특정 장르의 소설을 써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마음 먹어봐야 별 볼일 없는 모방작이 될 뿐이라고 한다.

작가가 되려는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쓰되, 그 속에 생명을 불어넣고, 삶이나 우정이나 인간관계나 성이나 일 등에 대하여 여러분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을 섞어 독특한 것으로 만들라는 것이 핵심적인 조언이다.

스티븐 킹이 워낙 뛰어난 작가이기 때문에, 글쓰기에 관한 책은 어떨까 궁금했다. 정석적이고 안정적인 방법을 권한다는 점에서 책에 신뢰가 갔다. 자신만의 경험을 풀어내면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려는 것이 느껴졌다.

스티븐 킹은 정말로 글쓰는 것을 사랑하는 듯 보였다. 책속의 그는 힘든 생활 속에서도, 자신이 창조한 등장 인물들에게 집중했고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일을 사랑했다. 좋은 글은 못쓰더라도, 스티븐 킹처럼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리뉴얼판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김영사, 2017


#스티븐 킹 #글쓰기 #창작 #독서 #창작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화해주실 일 있으신경우에 쪽지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 4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5. 5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