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 못 없애는 은행들의 진짜 속사정은?

[이유 있는 카뱅 돌풍 ①] 공인인증서, 금융당국 규제 없어졌지만 책임 피하려 '느림보' 변화

등록 2017.08.01 20:27수정 2017.08.0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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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고객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 출범 5일 만의 성과다. 시중은행이 지난해 1년 동안 모바일뱅킹 등으로 15만 개의 계좌를 만들어 준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카카오뱅크가 성공한 이유는 무엇인지 몇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말]
"만약 공인인증서를 아예 없애면 해킹 등 사고 때 무조건 금융회사가 책임지게 된다."

공인인증서를 완전히 없애지 못한 이유에 대해 1일 한 시중은행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은행에 책임이 없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며 "은행이 증명하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보상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무턱대고 없애면 은행 간 혼란이 발생된다"며 "만약 없앤다면 협의를 거쳐야 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시중은행들이 금융사고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기 위해 이러한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공인인증서를 고집하는 것에 대해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아닌) 은행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카카오뱅크 등이 돌풍을 일으킨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공인인증서 없이 은행업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유효했다는 평가다. 누리꾼 empty****는 "가입도 쉽고, 무엇보다 공인인증서를 깔지 않아도 되니까 엄청 편하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불편한 공인인증서 없애... 해킹 당해도 책임진다

카카오뱅크

이처럼 공인인증서 없이도 금융거래를 가능하게 한 점에 대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공인인증서는 보안관리의 책임을 소비자가 지는 형태다. 공인인증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해킹을 당하거나 개인정보가 노출되면 개인에게 관리부실 책임을 따지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공인인증서가 아닌 자체 인증서를 쓴다. 소비자가 아닌 카카오뱅크가 직접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이런 카카오뱅크만의 자체 인증서는 애플리케이션 내부에 마련돼있어 소비자들 눈엔 띄지 않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계좌가 해킹됐다는 것은 카카오뱅크 자체가 뚫렸다는 이야기와 같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이런 확률은 극히 낮지만 만약 일어난다고 해도 은행이 책임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달 출범한 카카오뱅크에 앞서 지난 4월 문을 연 케이뱅크의 경우 소비자가 공인인증서 사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공인인증서 없이도 거래가 가능하지만 공인인증서를 쓰겠다는 고객도 있어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며 "가입할 때 휴대폰인증 대신 공인인증서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인터넷전문은행들도 대출 때는 공인인증서를 요구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계좌조회, 송금 때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에 크게 호응했고 이에 시중은행들도 공인인증서 지우기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공인인증서 없이 사용 가능한 '더간편한뱅킹'을 내놨고, 올해 5월에는 이를 개선하는 작업을 거쳤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에서야 '간편뱅킹 서비스'를 선보이며 공인인증서 없이 금융업무를 볼 수 있는 길을 터놨다.

규제 오래 전 풀렸지만 시중은행은 '느림보' 변화

또 하나은행은 지문, 홍채 등으로 금융거래가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였고, 국민은행은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 등을 출시했다. 하지만 이는 지문 등을 인식할 수 없는 휴대전화를 가진 이들은 이용할 수 없다는 점 등에서 한계가 있다.

사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이 자유롭게 보안시스템을 마련하도록 하기 위해 2015년 3월부터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규제를 폐지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인인증서 제거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를 감안하면 시중은행들은 턱 없이 느린 속도로 변화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장항배 교수는 "은행 입장에서는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위험이 크기 때문에 최소한의 '담보'를 가져가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공인인증서라는 안전장치를 담보로 한 상태에서 모바일, 인터넷뱅킹 등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어 장 교수는 "금융 보안사고에 대해 은행들이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는 식으로)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공인인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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