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나씨가 머물던 비닐하우스 숙소 화장질(사진 지구인의정류장)
충북인뉴스
캄보디아 출신의 여성노동자 짠나(가명, 30)씨는 2015년 여름부터 충북 음성군의 한 채소재배 시설하우스 농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E9 취업비자를 받고 합법적으로 취업한 일자리였다. 그가 속한 농가는 21동의 비닐하우스와 2곳의 노지 경작지에서 샐러리, 쌈배추, 당귀, 참나물, 적근대를 재배했다. 이곳에는 짠나씨를 포함해 3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일했다.
짠나씨가 일한 비닐하우스는 일터이자 숙소였다. 비닐하우스 내에 5cm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가건물이 그가 사용한 숙소였다.
환경은 열악했다. 가건물에는 냉방과 난방 장치가 전혀 없었다. 겨울에는 전기장판 하나로 버텼고 여름에는 선풍기 한 대가 전부였다.
욕실이 있지만 한 겨울에도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화장실은 임시로 설치된 이동식 화장실이었다. 부엌은 따로 없었고 비닐하우스 내에 설치된 냉장고와 가스렌지에서 음식을 조리해 먹었다.
숙소로 사용하는 비닐하우스에는 작물이 재배됐고 이곳에 농약이라도 치는 날이면 농약냄새가 고스란히 숙소로 스며들었다. 짠나씨는 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노동시간도 길었다. 오전 6시 혹은 7시부터 일을 시작해 오후 6시까지 일했다. 한 달에 쉬는 날은 고작 이틀뿐이었다. 짠나씨의 근무일지에 따르면 2015년 8월에는 29일 동안 319시간 일했다. 9월에는 28일에 280시간, 10월에는 29일에 290시간을 일했다.
이렇게 해서 그가 받은 임금은 실지급액으로 115만 원에서 130만 원을 받았다. 시간당으로 환산하면 4100원에서 4300원에 불과했다. 당시 최저임금 5580원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견디다 못한 짠나씨는 지난해 8월 과도한 노동시간과 주거시설에 대해 사업주에게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업주는 출근하는 봉고차에서 내리라고 명령하면서 "너는 열심히 일하지 않으니까 고용센터에 신고해서 불법으로 만들겠다"라고 협박했다.
그 이후로 사업주는 더 이상 짠나씨에게 일을 시키지 않았다. 이에 짠나씨가 다시 항의하자 "내일 불법(체류자)을 만들겠다, 불법 하기(되기) 싫으면 1000만 원을 가져와라, 그러면 합법으로 만들어주겠다"라고 협박했다.
이 일을 겪은 짠나씨는 이주노동자들의 돕는 인권단체인 '지구인의 정류장'(대표 김이천)을 찾아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기숙사비 대신 2시간 더 일하라고?
또 다른 캄보디아 출신 여성 A씨는 2014년 한국에 입국해 지난해 말까지 음성군의 한 채소 재배 시설에서 일했다. 그가 일한 곳은 짠나씨가 일했던 곳보다 더 많은 29동의 시설하우스였다. 이곳에는 A씨 외에도 5명의 이주노동자가 일했다.
A씨도 짠나씨와 마찬가지로 비닐하우스에 마련된 가건물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그가 사업주와 체결한 근로계약서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기로 돼 있다. 이중 휴게시간이 1시간 부여돼 하루 11시간을 일하기로 약정한 셈이다. 그런데 임금을 계산하는 월 노동시간이 이상하게 작성됐다.
사업주는 근로계약서에 '11시간 ×28.3일 = 224시간'으로 명시했고 224시간의 임금만 지급했다. 실제로는 '11시간×28.3일 = 311.3시간'이지만 사업주가 눈속임으로 월 90시간의 임금을 주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허위의 근로계약서는 법률에 따라 노동부에 신고됐지만 이 기관은 이에 대해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았다.
A씨는 지난해 어느 날 사업주에게 왜 매일같이 10시간 이상 일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사업주는 "숙소 사용료로 하루 2시간씩 무상노동을 하는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하니 따라야 한다"라며 A씨의 항의를 묵살했다.
이런 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였다. 노동부는 '농축산업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가이드라인'에서 '숙식제공 근로자 부담기준 상한'을 정해놓고 있다. 이에 따르면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같은 임시주거시설에 대한 상한은 월 정액임금의 8%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기숙사비 명목으로 10만9000여 원을 넘을 수 없지만 사업주는 매달 임의로 31만 원 정도를 가져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사업주는 A씨가 기간이 만료돼 퇴직했지만 퇴직금조차 지급하지 않았다. A씨도 결국 '지구인의 정류장'의 도움을 받아 노동부에 진정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