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님, 허리 괜찮으신가요?

[사진과 이야기] 취임 100일, 자세 낮춘 문재인 대통령

등록 2017.08.14 13:43수정 2017.08.1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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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과의 오찬 행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맞이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14일 독립유공자 및 유족과의 청와대 오찬 행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마주한 상황. 휠체어에 앉은 김 할머니와 눈을 마주치기 위해 문 대통령은 자세를 낮췄습니다.

오는 17일 취임 100일을 맞는 문 대통령은 유독 허리를 자주 굽혔습니다. 아이와 눈을 마주치기 위함이기도 하고, 자세를 낮춰 상대편의 손을 잡아 주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5월 9일, 당선된 날부터 그랬습니다. 문 대통령은 당선을 축하하려 모여든 사람과 악수를 나누기 위해 허리를 숙였습니다. 많은 인파가 몰려 혹여나 무대 아래로 떨어질까봐 곁에 있는 사람은 문 대통령의 허리를 잡아주어야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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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9일 오후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대통령의 첫 휴가, 5월 21일이었죠. 경남 양산 자택에 도착했을 때 이미 그곳에는 대통령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어린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아이와의 기념촬영을 위해 문 대통령은 기꺼이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숙였습니다. 7월 31일 여름휴가 때에도 오대산 등반 중에 만난 어린아이의 손을 잡아주기 위해 자세를 낮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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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경남 양산시 매곡동 자택에 도착해 마을을 찾아온 한 어린이 손을 잡고 밝은 모습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구겨진 남방, 편한 바지, 등산화 등 집에서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나온 문 대통령 모습이 눈길을 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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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여름 휴가 이틀째인 지난 7월 31일 강원도 평창 오대산 상원사길 등반 중 만난 어린이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아이와 만났을 때 허리를 굽힌 장면은 여러 번 포착됐죠. 7월 1일 미국 동포 간담회에서 어린이로부터 꽃다발을 받을 때 문 대통령의 모습입니다. 환영의 꽃을 건네는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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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오전 (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캐피탈 힐튼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 참석하며 어린이로부터 환영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자세 낮춤은 동물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5월 21일, 문 대통령은 경남 양산시 자택 앞마당에서 집을 지키는 개 '마루'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오랜만에 주인을 만난 마루는 대통령에게 배를 내맡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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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2시 45분께 경남 양산시 자택 앞마당에서 집을 지키는 '마루'를 쓰다듬고 있다. ⓒ 연합뉴스


심지어 사물에까지 허리를 굽힙니다. 문 대통령은 7월 5일 조선현종 어보, 문정왕후 어보가 대통령 전용기로 들어오자 예를 갖추어 인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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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해 함께 전용기편으로 들어온 조선현종어보, 문정왕후 어보를 보며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 대통령이기에 만나는 사람은 본인보다 직급이 낮겠지요. 그래서인지 공직자를 만날 때 문 대통령은 허리 숙이기 경쟁을 하는 듯합니다. 더 낮게 숙이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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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5월 3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총리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이낙연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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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열린 전국시도지사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장, 도지사들이 서로 인사를 하고 있다 ⓒ 청와대


위로를 위한 허리 굽힘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6월 19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을 마치고 나오던 길. 문 대통령은 밀양 송전탑 할머니가 바닥에 앉아 오열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대로 다가가 손을 내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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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을 마치고 나오다 밀양 송전탑과 관련된 할머니가 오열하자 다가가고 있다. ⓒ 연합뉴스


6월 15일,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을 위한 오찬' 행사에서 국가 유공자가 대통령에게 '경례'를 했습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허리를 숙여 답례를 했죠. 국가 유공자가 걸어온 세월에 대한 대통령만의 예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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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공자의 '경례'에 대한 대통령의 답례는?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낮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을 위한 따뜻한 오찬' 행사에서 한 참석자가 경례하자 허리숙여 답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8월 8일, 문 대통령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났습니다. 이들 앞에서 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서 가슴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사과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세상에 드러난 이후 대통령 사과는 처음이었습니다. 6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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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간담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과 피해자 가족이 대화하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이 장면, 긴 설명이 필요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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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3일 만에 아버지 잃은 김소형씨, 위로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당시 생후 3일 만에 아버지를 잃은 김소형씨를 위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때 문 대통령이 한 얘기입니다. 섬김의 정치, 자세를 낮추는 데서부터 시작되나 봅니다. 이쯤 되니 한 가지 걱정이 드네요. 대통령님, 허리 괜찮으시죠?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낮은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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