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아들 침례식 때.
김지영
- 목사님은 처음부터 큰 교회 들어가서 목회할 마음이 없었네요?"없었죠. 그것도 다 연줄이라. 몇 번 그런 기회가 있었는데 저도 사람이라 고민을 많이 했죠. 막말로 거기 가면 좋은 차 나오고 경제적인 문제 해결되고. 종교의 권력화란 말 있잖아요. 대표적인 게 서울 사랑의 교회인데, 지하철 문을 열면 교회 정문이란 말이죠. 교회 땅도 아니고 서울시 땅인데. 그 교회에 누가 나와요. 아마 한국을 주무르는 권력기관의 힘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명단을 차지하고 있을 거예요. 교회권력이 곧 국가권력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죠. 교회가 그래선 안 됩니다. 교회는 약자와 강자가 모두 중요한 존재예요. 부자들의 영혼도 중요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영혼도 똑같이 중요하죠. 유난히 한국의 큰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의 영혼에는 관심이 없어요."
- 전주에 오셔서 '노가다'에는 어떻게 입문하시게 되었나요?"처음부터 노가다를 한 건 아니에요. 청주 교회를 정리하고 전주로 와서 '타코야끼' 노점을 계속 운영했어요. 그러다 북파부대 동기가 소개해줘서 목수 '오야지'를 만나게 됐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 신학대학원까지 나오고 현직 목사인데 노점이나 노가다 같은 걸 하는데 망설이거나 거부감은 없었나요?"보통 목사들은 그런 일 안 하죠. '뽀다구' 나는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으면 사모님이 다른 일을 하거나 하죠. 그래도 목사인데 아무 일이나 할 수 없다는 생각인 거죠. 그러니까 요즘 목사들이 사회복지 사업에 '올인'을 해요. 목회하고도 연관되고 수입도 되거든요.
저 같은 경우 교회에서 나오는 수입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하고요. 처음부터 신도 분들에게 헌금을 강요하지도 않았어요. 십일조 자체도 아예 없어요. 교회 월세 내고, 아이들 와서 밥 먹고 기본적인 운영을 하려면 어쨌든 수입이 있어야 돼요. 저는 그냥 여러분들이 상식과 이성으로 돈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하지 말라고 해요. 나머지는 목사가 무슨 일을 해서든 알아서 채우는 거죠. 제 눈에 다른 '뽀다구' 나는 일이 보였으면 했을 거예요. 하지만 제 눈에는 그저 노점이나 노가다 같은 일들만 보이더라고요."
- 교회 신도 수가 어떻게 됩니까?"사람들이 목사는 사회 주류고 무조건 잘 먹고 잘사는 줄 알아요. 평균적으로 일 년에 각 교단마다 백 개 교회가 세워지면 살아남는 교회는 그중 하나에요. '미자립교회'라고 하는데 이게 지금 전체 한국 교회의 50%가 넘어요. 세워졌다 사라지는 교회들이 훨씬 많아요. 큰 교회는 전도하지 않아도 교회가 커지는 반면 작은 교회는 계속 사라지는 거죠. 우리 교회는 출석 신도가 이삼십 명 정도 돼요. 그것도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대학원 동기 목사랑 교회를 합쳤어요. 그 친구도 따로 일을 하고 저도 일을 하고."
- 설교하실 때는 주로 어떤 말씀을 하시나요?"'무조건 믿지 말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건 맹신이다. 죽어서 천국에 간다? 성서의 천국이란 표현도 잘못됐어요. 대한민국의 영토가 어디냐면 통치자의 통치가 미치는 곳이죠. 하나님 나라는 어디까지냐. 하나님 통치가 미치는 곳이죠. 그게 어디냐면 사후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세 상도 하나님 나라죠. 이 땅에서 내가 힘들고 고생했지만 죽으면 천국에 간다? 그건 아니다. 지금 이 사회가 불의하고 어수선한데 여기서 방관하고 침묵하는 것이 범죄다. 그렇지만 보수적인 교인들은 이 말을 굉장히 싫어하죠. 찬송가도 사회성은 모두 빠져 있고 영생, 복락, 축복 이런 것에만 맞춰 있는 거죠."
- 기복신앙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는 건가요?"종교가 기복적일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걸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말자는 거죠. 죽어서 좋은 데 간다는 게 기복인데 그건 사후의 문제고 신의 영역이고요. 우리가 사는 이 땅 이 삶 주변에 불의하고 잘못된 것을 외면하지 말자는 거죠."
- 목사님이 노가다 현장에서 목수 일을 하시는데 다른 분들의 시선은 어떤가요?"신앙이 없는 불신자들은 대단하다고 하고 신앙이 있는 분들은 '목사가 왜 그래, 기도해야지' 이런 식이죠. 하지만 저와 비슷한 경우가 드러나지 않게 많이 있어요. 큰 교회 중심으로 목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이 있으니까 그런 시선들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거죠."
- 목사님이 가지고 계신 신앙의 핵심은 무엇인가요?"제 신앙적 모토는 쉼, 일치, 기다림입니다. 마태복음 11장 28절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모두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신앙 자체가 영혼의 안식, 쉼인데 헌금 내야 한다. 봉사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이런 것들에 너무 얽매여 있죠. 그다음 일치는 '니 교회 우리 교회' 따지고. 한 예수님을 믿는데 교회가 하나로 되지 못하고 어떻게 세상에 하나님을 외칠 수 있느냐는 거죠.
저는 침례교 목사지만 교파의식이 없습니다. 기다림은 그거예요. 불교는 '윤회 수레바퀴 역사관'이잖아요. 기독교 역사는 '직선사관'이에요.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 거예요. 시한부 종말론자들 때문에 그런 말을 기피하는데, 기독교는 원래 종말을 위해서 가는 거예요. 다만 그 종말이 시작인 거죠. 종말론적 삶. '예수가 이천 년 전에 왔는데 다시 안 오더라, 그래서 뻥이다'라고 말을 하는데 영원한 시간에서 이천 년은 점도 안 되는 시간이잖아요."
나는 그런 의미에서의 종말론적 삶에 있어서 사후에 가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그건 신의 영역이고. 내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불의한 일이 있다면 혼자 고칠 수 없어도 흔적이라도 남겨보자. 그러면서 부단하게 부대끼는 거죠."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나는 노동이 축복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