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친구사이 사무국장이 지보이스 단원들과 함께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이씨는 테너를 맞고 있다.
이희훈
지보이스(G_Voice), 국내 유일의 '게이 코러스'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소모임으로 2003년 창단됐다. 지보이스는 능숙하거나 매끄러운 노래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게 아니다. 게이(남성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에 당당하며 그 목소리를 낼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삶을 드러내며 존재를 노래하는 게이 코러스인 셈이다. 20대부터 40대까지. 인권활동가부터 대학원생, 의사, 취업준비생까지.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다양하듯 지보이스의 구성원 역시 다채롭다.
종걸씨의 일요일 일정 대부분은 지보이스 연습이다. 노래하는 걸 워낙 좋아해 망설임 없이 가입했다. 게다가 지보이스는 게이라는 나 자신을 숨기지 않아도 됐다. 활동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알아서 입조심 말조심... 왜?종걸씨는 진즉 알았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 사람도 있지만, 그는 좀 빨랐다. 여섯 살 터울의 누나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때 누나가 보는 미국영화를 따라 봤다. 자꾸 눈길이 가고 생각나는 장면이 있었다. 남자배우 둘이 서로에게 호감을 품는 장면이었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가게에 비슷한 사진이 실린 잡지가 놓여 있었다. 아버지가 안 보일 때, 슬쩍 잡지를 들췄다. 자꾸 눈이 갔다. 어린 마음에 '내가 왜 자꾸 이 생각을 할까' 고민도 했다. 게이가 뭔지 동성애가 무엇인지 어떻게 불러야 할지 아무것도 몰랐지만, '나는 이 사람들과 비슷한 사람'이라는 건 알았다. 본능적인 거였다.
"저는 어렸을 때 제 성향을 알았으니까 사실 어린 마음에 뭐가 좋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말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싫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좋은 걸 좋다고 하면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아무도 말하면 안 된다고 입조심 하라고 한 적도 없는데, 알아서 그랬다. 미션스쿨이었던 학교에서는 동성애가 위험하고 불결하다는 식으로 가르쳤다. 가족 중 아무도 교회에 다니지 않았지만, 매주 일요일 혼자 찾아가던 교회가 멀게 느껴졌다. 찬양을 좋아하며 성가대 활동을 했던 중학생 종걸은 하나님에게 거리감을 느꼈다.
조용히 티 나지 않게. 중·고등학교 내내 신경 쓰며 살았다. 손짓 하나라도 남성답지 못할까 봐, 조금이라도 동성을 좋아하는 게 드러날까 조심했다. 종걸씨가 나고 자란 지역에 동성애자는 종걸씨 하나밖에 없는 것처럼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은 채 꼭꼭 숨겼다. '대학생이 될 때까지, 서울에 올라갈 때까지 참자', 그 생각 하나로 버텼다.
대학교 2학년, 군대를 제대하고 잠깐 고향에서 지냈다. 우연히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그 친구도 동성애자였다. 동성애자는 그 혼자가 아니었다. 어디나 언제나 존재하는 게 당연했지만, 그때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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