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의 모습고택의 대문과 사랑채 그리고 안마당의 모습
임재만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행랑채 없이 바로 사랑채가 맞아준다. 사랑채에는 누마루도 있고, 소청마루도 있다. 마루가 높지 않아 그냥 걸터 앉고 싶은 충동이 든다. 보리밥에 상추 한 쌈하면 참 좋을 듯싶다. 댓돌에 흰 고무신이 가지런히 놓여 있어 정숙함 마저 느껴진다.
사랑채를 왼편으로 돌아가자 아담한 뒤뜰이 눈에 들어오고 안채로 들어가는 문이 열려 있다. 안마당으로 가만히 들어가 보았다. 뜻하지 않게 마당에는 우물이 있고 오래된 향나무가 시선을 잡아끈다. 안마당에 있는 우물은 다른 여느 고택에서 쉬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물을 많이 써야하는 여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아닌가 싶다.
안채는 ㄷ 자 형태로 ㅡ 자의 사랑채와 붙어있어 전체적으로 ㅁ자 구조를 하고 있다. 안채 중앙에는 대청마루가 있고 좌우로 방이 하나씩 붙어 있다. 그리고 각방의 남쪽으로 부엌이 하나씩 달려 있다. 사방이 닫혀 있어 답답한 면이 없지 않지만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중부지방 겨울은 몹시 춥기 때문에 추위를 막기 위해 닫힌 구조를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
마침 고택 안채 대청마루에서는 여러 명의 아주머니들이 모여 연잎 밥을 만들고 있었다. 연잎 밥을 만드는 과정도 가까이서 지켜보게 되고, 점심까지 얻어먹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정갈한 반찬도 품격이 있었지만 강낭콩을 듬뿍 넣은 연잎 밥의 풍미와 식감은 일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