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사의 좁은문, 기간제교사는 만능키 가져도 좋을까요?

[주장] 비정규교사, '아프니까 임용해라' 아닌 '아프니까 없애라' ③

등록 2017.08.22 17:52수정 2017.08.2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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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재 '기간제교사의 정교사전환'을 주장하는 전기련(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의 전신인 전기협(전국기간제교사협의회)을 2012년에 조직하고 활동한 공동대표였습니다. 몇 년 전 교단을 완전히 떠나고 전기협 활동도 중단했으나, 이후 조직된 전기련의 활동을 아낌없이 지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교사전환 주장을 반대하며, 그 이유와 대안적인 교직사회 청사진을 과거 기간제교사들이 겪는 차별문제를 연재했던 이곳 오마이뉴스를 통해 주장하려 합니다.

교육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니 현 갈등의 당사자들과 교육당국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이 글을 읽고 함께 답을 찾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글의 순서는, 글①,②로 기간제교사의 문제와 대안적 교직사회를 그린 뒤, 글③으로 전기련의 '기간제교사의 정교사전환' 주장 관련 정교사 선발에 관한 의견을 밝히겠습니다. 이상의 세 논의는 연결되므로 부디 함께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기자 말

앞서 저는 기간제교사 등 비정규교사 문제 및 임용절벽의 대안으로 '정교사백퍼학교'를 제안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정교사백퍼학교'의 늘어난 정교사 자리에, 전기련의 현 주장인 '기간제교사의 정교사전환'을 적용해도 좋을까요?

저는, 전기련의 선생님들껜 정말 죄송하지만 그것은 부당하다고, 현재로선 선생님들께서도 임용고사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를 전기련 주장의 근거를 반박하는 방식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전기련 주장①
기간제교사들이 정교사로 전환돼도 임용고사 수험생의 피해는 없다?

'기간제교사의 정교사전환'을 가장 반대하는 이들은 임용고사 수험생들입니다. 교대생들은 정원이 1/8로 줄어든 것이 이 때문이 아니냐며 이를 반대하고 임용절벽을 해결하란 집단시위에 나섰고 곧 중등 예비교사들도 공부를 중단하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전기련은 오해라고 합니다. 정교사 자리를 충분히 확보해 '모두 함께' 앉으려는 것이지 결코 자리를 뺏으려는 게 아니란 겁니다. 하지만 저는 적어도 당분간은 '모두 함께'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정교사백퍼구조'가 된대도 'OECD평균 수준의 교사대학생비율' 실현 등으로 교원수급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예상됩니다. 교원자격증 남발을 막고자 교직이수제를 폐지한대도 현 이수자들의 졸업시까지는 그 시행이 어렵고, 사립학교 교사의 국가 채용은 엄청난 반발이 예상되므로 그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이런 현실상황상 아무리 정교사 자리가 늘어도 '기간제교사의 정교사전환'은 수험생들의 자리를 뺏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엔 없습니다. 비록 '모두 함께' 앉고자 할 뿐, 그것이 '본의 아닌' 것임을 알지만 말입니다.


한편 일각에선, 한 교육감이 정교사전환과 임용고사 정원이 '별개 사안'임을 공언하였다며 곧 기간제교사들의 인력풀을 만들어 이들을 무기계약직, 중규직 등으로 전환할 거란 얘기가 나옵니다. 그렇게 하면 '이 자리들은 본래 대체∙임시직 자리'이니 '임용고사 정원과 별개'라며 '모두 함께'를 위한 대안을 마련했다고 말할 여지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교사백퍼학교'에서 그 자리들은 수는 줄어도 '정교사 자리'가 됩니다. 그러니 양자는 절대 '별개 사안'이 될 수 없고 결국 당분간 정교사 자리를 둘러싼 의자놀이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전기련 주장②
사립학교에선 임용고사 없이 정교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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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인원 감소 항의' 전국교대생 총궐기대회 초등교사 임용 예정 인원 감소에 교대생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OECD평균 수준 학급당 학생 수 감축’ ‘1수업 2교사제 졸속 도입 등 단기적 대책 철회’ 등을 요구하는 전국교육대학생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 권우성


전기련은, 임용고사 관련 형평성 지적에 사립정교사가 임용고사를 거쳤느냐고 반문합니다. 그런데 이 반문은 그 전제가 무엇이든 문제됩니다. 만일 '사립학교는 인맥과 돈으로 불공정하게 정교사를 채용한다'는 전제 하의 주장이라면, 이는 전기련이 지금껏 지양해온 길을 지향하는 모순이 됩니다. 반대로 '사립학교는 임용고사 외의 나름의 공정채용을 한다'는 전제 하의 주장이라면, 그럼 그런 공정절차를 왜 기간제교사들은 거치지 않아도 되는지 설명하지 못합니다.

전기협 활동 당시 사립학교의 불공정채용만을 알려왔지만, 공정절차로 정교사를 채용하는 사립학교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경험을 말씀드리면, D학교 전형엔 영어경제필기시험(AP교과)과 영어경제수업 시강이 있었는데 수업 평가자는 바로 학생들이었습니다. 최종에서 탈락했지만 교사채용에 학생 평가를 반영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했고, 합격한 분의 수업을 복도에서 엿들으며 유창한 영어실력과 꼼꼼한 설명에 감탄했기에 저는 불합격에 불만이 없었습니다.

최종합격했지만 가지 않아 지금도 죄송한 H고는 전교조가 그 해에 가장 공정채용한 학교로 선정한 곳인데, 1차 필기시험만 무려 일곱 과목이고 논술까지 하루 종일 시험이 있고 2차 시강도 까다로워 시험장에선 임용고사와 별반 다르지 않단 얘기가 오갔습니다. 또 제가 역시 채용됐던 곳이라 오해하실 수 있으나, 처음 정교사가 됐던 사립학교에서 저는 어떤 인맥도 돈도 없이 필기시험, 시강 등을 거쳐 공정채용된 경험이 있습니다.

이처럼 돈과 인맥 없이 때론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공정채용되는 사립정교사들이 분명 있습니다. 특히 위 D학교 정교사가 된 분은 서울대 수석 졸업으로 그 분은 특정 사립학교들을 원해 일부러 임용고사를 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학벌주의에 기대는 게 아니라, 이처럼 일부러 임용고사를 거부하고 다른 높은 관문을 넘은 이도 있는데 '사립정교사도 임용고사 안 봤다'며 기간제교사들이 아무 절차 없이 정교사로 전환된다면, 그것은 공립정교사뿐 아니라 공정채용된 사립정교사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기련 주장③
교사 자격을 이미 인정받은 우리, 별도의 시험은 불필요하다?

저는 전기련의 기간제선생님들이 교사 자격이 없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간제교사 경력 없는 임용고사 수험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교원자격증 소지자니까요. 기간제교사가 기간제교사채용 관문을 더 거치긴 했습니다. 그런데 수험생들 중엔 공부를 위해 그 절차에 일부러 응시하지 않은 이들도 있는 이상 어느 한쪽이 더 자격이 있다고 하긴 어렵지 않을까요?

그리고, 적나라하게 얘기하는 게 저도 괴롭지만 '사실'을 말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어떤 학교에선 서류만 내고 곧바로 기간제교사가 된 일도 있습니다. 또 전기협 활동 당시와 현재 교단의 지인들을 통해 그와 비슷한 경우를 들어왔습니다. 아니 절차를 거친들 대부분 임용고사에 비할 순 없음은 전기련 선생님들도 인정하실 겁니다. 그리고 전기련 선생님들이나 저나 알고 있습니다. 인맥에 의한 기간제교사 채용도 분명 존재한단 걸 말이죠. 각 기간제교사 채용절차는, 공정하고 엄정했을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간제교사란 이유만으로 정교사로 전환하는 게 과연 공정한지 저는 의문입니다.

전기련 주장④
임용고사만이 정교사의 자격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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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정규직화 요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저 역시 임용고사가 정교사의 유일한 자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임용고사를 통과하지 못한 이도 아이들에게 평생의 스승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기간제교사로서 소위 산전수전 다 겪고 약자의 설움을 느껴본 분들은 소외받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품어 안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임용고사의 가치가 '믿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 정부정책에 대한 개인의 신뢰는 공익 앞에서 보호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기간제교사들의 고용안정이란 공익을 위해 정교사 전환을 추진한다면 딱 그만큼 수험생들의 고용안정이 훼손되는데 이를 두고 진정한 공익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또 계약기간을 정해 공립정교사 전환 약속 없이 근무한 기간제교사와 합격점수를 받으면 공립정교사가 된다는 정부 공고를 믿고 공부한 수험생 중 보호될 이를 굳이 택해야 한다면 저는 수험생의 편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한동안 노량진에서 임용고사 공부를 했습니다. 가장 예쁜 나이에 수험생이 된다는 건, 미래의 공립학교 정교사에 대한 꿈이 없는 한 절대로 견딜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해 임용고사에서 낙방한 뒤 저는 곧 기간제교사 근무를 시작하고 사립학교로 전향했습니다. 기회비용을 고려해 임용고사를 포기하고 공립학교 정교사의 꿈도 접은 거죠. 지금 그때로 돌아간다면, 저는 스스로 포기한 꿈을 노량진에서 컵밥 먹으며 부여잡은 이들 앞에서 주장할 자신이 없는 겁니다.

또 전기련은 정부가 교원수급불균형에 대해 기간제교사의 정교사전환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하는데, 그럼 임용고사 낭인도 같은 피해자이니 이들 역시 무조건 정교사로 전환돼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얘깁니다. 기간제교사 채용 관문을 더 거쳤다고 한다면 저는 일부러 이를 거치지 않은 수험생과의 형평성 문제뿐 아니라, 잠을 아껴 공부한 기간제교사와 공부에서 손 놓은 기간제교사 간 형평성 문제는 무시해도 좋은지 묻고 싶습니다.

현존임용체제를 믿어 힘들게 정교사가 된 이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으며, 학부모들이 자녀와 자신의 교육권 침해를 주장할 여지도 있을 겁니다. 이외에도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등 수많은 이들이 수많은 권리 침해를 주장할 수 있어 결국 현 정교사전환 정책 결정이나 이를 위한 관련법 제정은 행정소송 및 헌법재판으로 이어질 듯 합니다. 아니 제게도 임용고사 응시자격이 있으니 그 땐 저라도 원고가 되고 싶은 게 솔직한 지금의 심정입니다.

시험만이 자격일 수는 없으며 시험은 언제든 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엄연히 믿어온 이들이 있음에도 교육계가 장기간 고민하고 합의해서가 아니라 그저 현 정책의 표면적 완성을 위한 임시방편으로 현임용체제를 무시하고 기간제교사를 정교사로 전환하는 것이 과연 '시대적 요구'란 말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그것이 정말 '시대적 요구'라면 저는 '그 시대'엔 믿음을 배반당한 이들의 시위와 소송 등으로 지금보다 더 큰 갈등과 혼란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복지운동 실천가인 교수님과 책을 쓴 일이 있습니다. 책의 첫 부분에 '행복을 찾아서'란 영화를 소개한 것은, 주인공인 흑인 노숙자가 필사적으로 '행복을 추구해' 주식회사 정사원이 된 것을 성공신화로만 미화해선 안 된단 얘길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우리에겐 '행복을 추구할 권리'뿐 아니라 '행복할 권리'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교직사회에서 정교사 자리 자체가 아직 모두의 행복할 권리를 보장할 만큼 충분하지 못한 지금으로선 당분간 경쟁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교사의 행복할 권리가 보장되길 바라지만, 그것이 완성되는 어느 날까지는 안타깝게도 행복을 추구할 권리, 정교사 기회의 보장만이 가능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전기련 주장⑤
기간제교사직은 상시직이다?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상시직'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에 전기련은, 사립의 경우 '상시직'인 '정교사 자리의 기간제교사'들이 있고, 공립의 경우 교직사회 전체로 보면 휴직이 상시적으로 발생되므로 '휴직대체 기간제교사도 상시직'이라고 합니다. 

전자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립정교사채용공고'에 따라 최종합격하고도 그 학교 기간제교사로 근무한 '정교사 자리의 기간제교사'는 '정교사백퍼구조'와 별개로 정교사로 전환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전기협 활동시 그런 소송을 계획하고 제가 소송비용을 내겠다며 원고를 모아봤지만 용기 낸 분들이 없었습니다. 지금이라도 그런 분이 연락주시면 과거 비슷한 피해를 입은 이로서 기꺼이 돕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정교사 자리의 사립기간제교사'라면 문제가 있습니다(이는 앞서 나간 글②와도 관련됩니다). 즉, 2년 넘게 근무한 사립기간제교사를 기간제법을 활용한 소송이나 그 법리에 따른 현 정규직화 정책을 통해 무기계약직(또는 정교사)으로 전환하면 치열한 관문을 거친 사립정교사들과의 형평성 문제는 차지하고서라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예컨대, A사립학교에서 각각 2년 넘게 근무한 '정교사 자리의 기간제교사' 갑과 '휴직대체 기간제교사' 을이 위 소송이나 정책을 통해 정교사로 전환된다고 할 때, 갑과 달리 을의 경우엔 휴직한 교사 복직 시 '한 자리 두 교사'라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렇다고 갑만 정교사로 전환해주면 차별 문제가 생깁니다. 자기 자리가 정교사 자리인지 알고 근무하는 사립기간제교사는 드뭅니다. 교육청에도 허위보고 하는데 하물며 기간제교사에게 알려줄리 없죠. 그러니 둘 모두 정교사 전환 기대 없이 근무했는데 갑만 정교사가 되면 형평성 문제가 있는 겁니다.

저는 이런 문제가 정교사와 기간제교사의 구분을 기간제법에 따른 '기간 제한' 아닌 교육공무원법이나 사립학교법에 따른 '사용 제한'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교육공무원법∙사립학교법이 기간제법을 배제하는 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마치 사과의 세계에 배의 법을 적용할 때처럼, 교직사회에 기간제법을 적용하면 어딘가 아귀가 맞지 않아 이처럼 '한 자리 두 교사'나 기간제교사들 간 차별 문제가 생겨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교직사회 전체로 보면 휴직대체 기간제교사들은 상시직'이란 주장은 이보다 문제입니다. 일단 그처럼 넓게 해석한다면 대체 우리사회에서 상시직이 아닌 직종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공립학교에선 모두가 '임시∙대체 기간제교사'이므로 '한 자리 두 교사'의 문제는 보다 많이 발생할 겁니다. 또 사립학교와 달리 공립학교의 경우엔 그 정교사 자리를 준비해온 임용고사 수험생이 6만여명에 달하는 만큼 너무 많은 이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겨납니다.

여기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게 또다른 비정규교사인 영어회화전문강사(이하 영전강)들입니다. 최근 영전강 두 분이 2심 판결로 '상시직', 즉 무기계약직 지위를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저는 그 판결이 가능한 건 지난 MB정부가 '사실은 교사직'이나 법적으로는 교사로 분류되지 않는 '수업하는 회계직'을 만들어낸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적으로는 교사가 아니'어서 이분들에겐 어쩔 수 없이 기간제법의 '상시직' 논리가 적용돼버린 겁니다.

하지만 말씀드렸듯 교직사회에 기간제법의 상시직 논리를 무조건 적용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영전강은 누군가를 대체한 비정규교사는 아니어서 '한 자리 두 교사'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무기계약직 인정은 사실상 이들을 임용고사 합격 없이 공립학교 정교사로 임용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그러면 임용고사를 신뢰한 정교사들, 또 현재 신뢰하며 공부 중인 수험생들을 배신하며 형평성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대법원은 부디 '교직사회의 특수성을 인정한' 판단을 해주시길 바라는 한편, 영전강들이 승소 가능성을 떠나 MB정부의 그릇된 정책에 대한 손해배상만 묻고 무기계약직 지위는 주장하지 않으셨으면 하고 바랍니다. 

같은 맥락에서, 기간제법 논리가 현 기간제교사들에게 적용돼 어떤 사유였든 2년 이상 근무했다면 '상시직'임을 인정받을 수 있고 따라서 현 정책에서도 정규직전환 대상이 될 수 있다손 하더라도, 저는 전기련 선생님들이 정교사전환 주장을 멈춰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것은 비록 기간제법을 실제 적용할 수 있대도 이로 인해 너무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저는 아무래도 그것이 '차별'이고 '불공정'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정교사백퍼학교'의 완성은 임용고사 낭인 문제의 해결

이처럼 '기간제교사의 정교사전환'엔 여러 문제가 있는 만큼 저는, 현재로선 불가피하게 임용고사를 통해 정교사를 채용해야 하며, 저의 제안인 '퍼플교사'를 통한 '정교사백퍼학교'에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때 장기간 기간제교사로 근무하며 시험에서 손을 놓은 지 오래된 분들로선 새로운 체제가 오히려 힘드실 수 있습니다. 저는 그분들을 위해 교직사회의 구조개혁이 충분한 유예기간을 거쳐 점진적으로, 예컨대 임용 정원을 나눠 선발하는 방식 등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교사가 되고 싶음에도 장기간 기간제교사로 근무하거나 임용고사 낭인이 된 것이 그저 개인의 탓은 아니므로, 정부는 교원수급정책에 실패해온 책임을 지고 새로운 구조로 전환함과 동시에 이들에 대해 충분히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몇 년 간 임용고사 정원이 한 명도 나지 않은 과목과 관련해선 정부가 손해배상 책임까지 질 여지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또 지금껏 잘못된 구조 속에서 고통당한 이들이 이직을 원한다면 정부가 그들을 대대적이고도 특별하게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재활프로그램보다 훨씬 적극적인 직업교육이나 창업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기본적인 생활지원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기련과 교직사회 구성원의 진정한 목표는 '평등한 교직사회'

과거 전기협을 만들고 기간제교사가 겪는 문제를 알리고자 기간제교사와 정교사간 이해관계가 구조적으로 충돌하는 지점을 지적하면서 뜻하지 않게 정교사들에게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이 글로 기간제선생님들에게 상처를 줄지 모릅니다. 또 기간제교사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자신을 아끼지 않고 활동해온 전기련 선생님들의 노력을 한순간에 폄하하는 게 될까 걱정됩니다. 무엇보다 자격 없는 이가 글을 썼으니 어떤 비난을 받을까 두렵고 무섭습니다.

그럼에도 주제넘게 나서는 건 책임감 때문입니다. 저는 전기협 활동 당시 차별과 희망고문에만 집중해 기간제교사 일자리 자체의 아픔은 간과했습니다. 그런 제게 현 정교사전환 주장은 교직사회의 아픈 구조를 제발 멈춰달라는 비명으로 들립니다. 그래서 '퍼플교사'를 활용한 '정교사백퍼학교'를 대안으로 제안해봅니다. 그리고 저는, 당장 나의 정교사 전환은 아닐지언정 기간제교사의 아픔이 다시없을 평등 교직사회가 실현될 수 있으니 전기련이 지금의 주장 방향을 바꿔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전기련 선생님들의 주장엔 동의할 수 없으나 불볕더위 속에서 시위를 하며 고생하는 모습엔 격려를 보냅니다. 그 모습 이면의 눈물이 제게는 보이니까요. 하지만 제겐 수험생들과 정교사들, 학부모들의 눈물도 보입니다. 부디 전기련을 비롯한 교직사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눈물을 닦고 진정한 평등교직사회를 만들 수 있는 대안, 합의점, 그 무엇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비록 저의 '퍼플교사'와 '정교사백퍼학교'가 대안이 될 수 없대도 이것이 그 무엇의 단초라도 될 수 있길, 논의 장이라도 열 수 있길 바랍니다.
#정교사백퍼학교 #퍼플교사 #기간제교사의 정교사전환 #비정규직 제로 #비정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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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현재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yoolawfirm@naver.com)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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