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경인여대 이승만 석상, 1년 5개월 만에 철거

<뉴스타파>의 사학적폐 관련 취재 중 철거... 경인여대 "비판 많아 철거 검토 중이었다”

등록 2017.08.24 12:49수정 2017.08.2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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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3월 경인여자대학교에 설치된 이승만 전 대통령 석상(왼쪽)과 지난 20일 철거한 후 석상 자리.
2016년 3월 경인여자대학교에 설치된 이승만 전 대통령 석상(왼쪽)과 지난 20일 철거한 후 석상 자리.사진출처ㆍ경인여대 대나무숲

인천 계양구 계산동에 있는 사립 전문대학인 경인여자대학교(총장 김길자)가 지난해 3월 학내에 설치해 논란이 일었던 이승만 전 대통령 석상을 설치 1년 5개월 만에 철거했다. 석상 철거를 놓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경인여대는 학교 잔디광장에 설치한 높이 3m의 이승만 전 대통령 전신 석상을 지난 20일 철거했다고 23일 밝혔다.

석상 설치 당시 경인여대는 "이 전 대통령이 교육 발전에 이바지한 측면이 크고, 대학 지표에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설치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당시 명예총장이던 김길자 현 총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대한민국사랑회가 설치를 제안했고, 교직원과 총학생회의 기부금이 포함된 총1억 3500만 원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사랑회는 대한민국 정통성과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함이라는 목적으로 2007년에 설립된 단체로 건국절 제정, 이승만 동상 세우기 등의 운동을 펼치고 있다.

당시 석상 제막식을 앞두고 학생들이 설치를 반대하는 대자보를 부착하는 등, 반대 목소리를 냈고, 지역 시민단체도 "독재자이자 친일잔재 청산을 거부한 친일파 비호자이며, 한국전쟁 때 국민을 버리고 간 인물의 석상을 대학에 세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설치를 반대했다. 하지만, 학교당국은 학생들의 대자보를 철거하고 제막식을 강행했다.

그 후에도 '경인여대 대나무숲'과 같은 경인여대 학생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커뮤니티에선 "이승만 석상이 수치스럽다" "부숴버리고 싶다"는 등의 반대 목소리가 계속됐다. 지역 시민단체들도 석상 철거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계속 냈다. 그러나 학교당국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20일 돌연 석상을 철거하자, 그 배경과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 <뉴스타파>가 최근 '사학적폐 추적' 두 번째 이야기로 경인여대와 관련한 내용을 취재했는데, 비판 여론을 의식한 학교당국이 석상 철거를 서두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21일 '사학적폐추적② 경인여대, 이승만 석상 실종 사건'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하면서 경인여대가 총장 관련 민간단체(=대한민국사랑회) 행사에 학생과 교직원을 동원하고, 석상 건립 시 학생회비 1000만 원 기부를 강요했으며, 학생들에게 기독교 세례를 강요했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이 뉴스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으며, '경인여대 대나무숲'에 올라온 기사엔 "철거를 환영한다" "창피하다" "진실이 밝혀져 다행이다"라는 등의 댓글 수백개가 달리고 있다.


한 학생은 "석상 철거와 관련한 문제제기를 했던 14~15학번 학생들은 교수에게 불려가 취업과 관련한 협박식 말을 들어야했다. 학생들이 움직일 때는 꿈적도 하지 않던 학교가 기자의 취재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석상을 치워버렸다"는 글을 남겼다.

또한, 학생이 아니라고 밝힌 한 시민은 "뉴스타파를 통해 알려진 사항만을 가지고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행동이 경인여대를 바꿀 수 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인여대 홍보팀 담당자는 23일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뉴스타파의 보도와 관련해선 아직 말할 입장이 없다"며 "그동안 비판 목소리가 많아 철거를 계속 검토하다가 다음주 2학기 개강을 앞두고 불필요한 잡음이나 사회적 이슈를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철거한 것이다. 뉴스타파 보도를 의식해 서둘러 철거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이승만 석상 #경인여대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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