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4년 마광수 교수가 연세대에서 강의하는 모습.
연합뉴스
나는 학내언론사 활동에 푹 빠져 자체 휴강을 밥 먹듯이 하던, 불성실한 대학생이었다. 그랬던 내가 자발적으로 청강까지 하면서 열정을 보였던 수업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마광수 교수님의 '연극의 이해'.
마광수 교수님의 수업을 청강했던 2013년 무렵, 당시 나는 대학 교육이란 것에 크게 실망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수업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소통이 실종된 지루하고도 뻔한 강의. 거기에 덧붙여진 고리타분한 교수들의 권위적인 설교. 그런 것들로는 도저히 내 지적갈증을 해소할 수 없었다.
'마광수 교수'에 대한 오해'비싼 등록금을 내가면서 내가 대체 뭐하고 있는 걸까'라는 고민에 한창 빠져있던 그때. 마 교수님께 <연세춘추>(연세대 대학언론사) 취재와 관련한 조언을 들을 일이 있어서 몇 번의 연락을 주고받으며 인연을 맺게 됐다.
대학언론사 기자로 활동하다보면 여러 교수님들께 자문이나 조언을 구할 일이 잦다. 그런데 조금 유명하다 싶은 교수들은 취재요청을 무시하기 일쑤다. 거절도 아닌 무시. 몇 번이나 공손하게 연락을 드려도 이렇다저렇다 답조차 안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어디 그뿐인가. 다짜고짜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며 시비를 걸어오는 교수들도 간혹 있었다. 이런저런 희한한 교수들에게 시달리다가 알게 된 분이 바로 마광수 교수님이었다.
마광수 교수님은 달랐다. 별것 아닌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답변해주셨고, 학생 기자에 불과한 나를 인간적으로 존중해주셨다. 사실 나도 마 교수님과 직접 소통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변태 기질 있는 별난 교수'쯤으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척 신사적인 모습에 오해가 깨지면서 마광수 교수님이 어떤 분인지가 무척 궁금해졌다. 그래서 당시 휴학생이던 나는 교수님께 청강해도 되겠느냐는 메일을 드려 허락을 받은 뒤 '연극의 이해'를 듣게 됐다.
한국 사회의 '가면'을 질타하던 마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