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가 지나간 자리, 떠난 사람들과 남은 사람들

등록 2017.09.09 17:31수정 2017.09.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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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소성리로 진입하는 초전면 삼거리 9월 7일 오전 10시, 사드 차량 진입 작전을 마친 경찰 차량들이 철수하고 있다

성주 소성리로 진입하는 초전면 삼거리 9월 7일 오전 10시, 사드 차량 진입 작전을 마친 경찰 차량들이 철수하고 있다 ⓒ 유문철




긴급요청, 내일 새벽 사드 배치, 소성리로 모여라!


"긴급요청. 국방부 사드 배치 발표 예정. 내일 새벽 사드 반입 예정. 소성리로 6시까지 모여 주세요."

6일 오후 두시. 농민회 긴급 문자가 들어왔다. 기어이 사드 추가 배치가 진행되는가 보다. 속이 탔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농민회원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한창 가을 농사일을 하다가 피곤에 지쳐 다들 쉬거나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 성주로 달려갈 수 없는 상황이다. 급한 마음에 혼자라도 가볼까 궁리해 보지만 차가 없다. 단양에서 성주까지 160Km. 차로 두 시간 거리. 물리적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가 무겁게 짖누른다. 이를 어쩐다?

밤새 SNS로 소성리 상황을 안절부절하며 지켜 보았다. 가을비를 맞으며 소성리에 모인 주민들과 시민들이 다가오는 사드를 막기 위해 만전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경찰이 무려 8천명이 밀려들었고 소성리는 포위되었다. 자정. 경찰이 사드 진입 반대 시위대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400 명 대 8000명. 차와 트랙터에 몸을 쇠줄로 묵고 밤새 저항해 보지만 중과부적. 400명 전원이 경찰 손에 붙잡혀 길가로 끌려 나갔다. 아침 8시 마침내 사드 차량이 활짝 열린 도로를 따라 지나갔다. 사드 차량이 지나가는 걸 울분에 차서 바라보는 주민과 시민들은 오열을 터뜨렸다.

뒤늦었지만 단양군 농민회원과 성주를 향해 내달렸다. 두 시간을 달려 남김천 IC에 들어섰다. 미군 유류트럭과 미군들, 경찰들이 보였다. 경찰은 길목마다 늘어서서 소성리로 가는 길을 막았다. 소성리 방향 갈래길에서 경찰이 차를 세웠다.

"어디 가십니까?"


"그건 왜 묻죠?"

"소성리 쪽으로는 못갑니다."


"왜죠?"

"사드 반대 시위대가 길을 막아서 못갑니다."

경찰이 거짓말을 한다. 소성리로 가는 길을 막는 건 경찰이지 시위대가 아니다. 차를 돌려 소성리로 가는 방향을 찾았다. 다음 길목에서 제지하는 경찰에게 성주군청에 볼 일 보러 간다고 했다. 이번에는 통과다. 온 길에 경찰버스와 트럭, 경찰들이 깔렸다. 작은 시골에 이 무슨 난리인가? 흡사 민란이라도 났단 말인가?

소성리회관 진입도로를 빠져 나오는 사드 차량 9월 7일 오전 10시 20분, 사드 발사대 관련 차량 50여대가 사드 배치를 마치고 돌아가고 있다

소성리회관 진입도로를 빠져 나오는 사드 차량 9월 7일 오전 10시 20분, 사드 발사대 관련 차량 50여대가 사드 배치를 마치고 돌아가고 있다 ⓒ 유문철


간신히 소성리 앞 4km 지점인 성주 초전리 입구 삼거리까지 왔다. 더 이상 차를 타고 갈 수 없어 길가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소성리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경찰병력이 개미처럼 많다. 애꿎은 의경들이 시골 도로에서 가을 뙤약볕 맞으며 고개를 숙이는 논과 참외밭을 바라보고있다. 앳된 청년들의 표정이 무척 어둡다. 3km를 걸어 소성리회관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간다.

소성리회관까지 2km 남은 지점에서 경찰이 제지를 한다. 사드 차량들이 소성리를 빠져 나간다고 위험하다며 차량이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란다. 위압적인 미군 트럭과 경찰 버스와 패트롤카, 덤프트럭들이 수없이 지나간다. 저 트럭들을 막으러 어젯밤, 아니 오늘 새벽에라도 오지 못한 상심에 슬픔이 인다. 제 할 일을 마치고 유유히 되돌아가는 사드 차량에 이어 도로에 서 있던 경찰들도 철수한다. 돌아가는 경찰들 표정이 밝다. 산골 작은 마을에 소풍 나온 건가? 저 멀리 소성리 회관이 보인다. 저 곳에 있는 주민과 시위대의 표정은 어떨까?

성주 소성리 회관 앞 7일 오전 사드 차량 통과 후 경찰들이 철수하고 있다. 소성리 마을회관 일대가 아수라장이다

성주 소성리 회관 앞 7일 오전 사드 차량 통과 후 경찰들이 철수하고 있다. 소성리 마을회관 일대가 아수라장이다 ⓒ 유문철


"청소하고 가, 이 놈들아", 아수라장 소성리회관

"청소 하고 가. 이 나쁜 놈들아." 

철수하는 경찰들을 향해 시위대가 분노의 외침을 던진다. 아수라장, 아비규환이다. 4백여 명 주민과 시위대를 막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 말 그대로 인산인해다. 상주에서 유기농 농사짓는 자칭 '유기농 독립군' 박희준 농민이 소성리회관에서 피곤에 지친 얼굴로 먼저 알아보고 다가와 손을 움켜잡았다.

"경찰이 만 명도 넘게 왔어. 내가 경찰버스를 다 세어 보았거든. 우린 400명이나 될까? 남자들 500명만 더 있었으면 사드 막아냈을 거야. 여성분들이 많았는데 우리 힘이 너무 부족했어. 분통이 터지네. 집에 갈께. 피곤해서 좀 쉬어야겠어."

아수라장인 소성리회관 주변을 둘러본다. 경찰 8천명을 동원한 기습 사드 추가 배치 현장은 전쟁터나 마찬가지다. 400여 명의 성주 주민과 시민들이 온 몸을 던져 필사적으로 막았으나 역부족이었다. 사드 차량과 트럭들 수십 대가 떠나고 제 할 일을 마친 경찰들도 떠났다. 밤을 샌 각 시군 농민회원들, 시민사회단체들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십자가를 지고 경찰과 마주섰던 문규현 신부님이 소성리회관 뒤편 나무그늘에 앉아 무심히 그 모습을 바라본다.

사드가 지나간 자리 문규현 신부님과 소성리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지난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드가 지나간 자리 문규현 신부님과 소성리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지난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문철


사람들이 떠나간 자리,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사람들이 떠나간 자리. 주민과 남은 사람들은 아수라장인 소성리 회관 주변을 말끔히 치운다. 경찰들도 청소를 했다. 경찰 방패들이 전리품처럼 소성리 마을회관 한켠에 쌓여있다. 비극이다. 시민과 경찰이 언제까지 싸워야 하나? 그것도 미국을 위해서. 남은 사람들, 특히 소성리 할머니들은 전쟁의 잔해더미를 바라보며 상처입은 가슴을 서로 쓰다듬는다.

사드 배치 차량을 막던 현장에 서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배회한다. 해남에서 농민약국을 운영하는 염채언 농민약사가 소성리 할머님들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 성주군여성농민회원이자 성주 읍내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염채언님은 지난해 7월 13일, 사드 배치 발표가 나자 사드 반대 투쟁에 앞장섰다. 황교안 총리가 성주에 왔을 때 군민 연설로 군민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조선일보>는 염채언 약사를 '전문시위꾼', '북핵 옹호녀'라며 파상적인 색깔공세를 펼치며 괴롭혔다. 그럼에도 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염채언 약사는 올해 해남으로 이사하고 나서도 성주를 자주 찾는다.

"어제 올 수가 없었어요. 새벽 3시에 출발해서 6시에 용봉 삼거리에 막혔어요. 경찰이 소성리로 못들어가게 해서 제가 함께 하는 성주 평화를사랑하는예술단 몸짓패 단원들 아침 사주고 10시 반에야 회관에 왔어요. 국민을 상대로 정부가 거짓말을 안했으면 좋겠어요. 사드는 북핵 방어용이라는 거짓말이 너무 화가 나요. 미국의 태도가 적반하장인 것도 그렇고요. 그런데도 소성리 할머님들이 참 대단하세요. 지난 4월 16일 첫 사드가 들어왔을 때 아무 것도 못했는데 이번에 400명이 싸우는 보시고 역부족이지만 할 수 있는 건 다해보셨다며 후련한 마음이 있으셨데요. 제가 참 미안하면서도 의연하신 할머님들께 고마워요."

해남에서 새벽길을 달려온 염채언 농민 약사 사드 반대 투쟁에 앞장서 온 염채언 농민 약사가 소성리 할머니들 곁을 지키고 있다

해남에서 새벽길을 달려온 염채언 농민 약사 사드 반대 투쟁에 앞장서 온 염채언 농민 약사가 소성리 할머니들 곁을 지키고 있다 ⓒ 유문철


염채언 약사와 나지막히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본 옆에서 지켜보던 성주투쟁위 안살림을 일을 하는 손소희님이 피곤에 지친 슬픈 눈으로 말을 건넨다.

"밥 먹고 가세요. 원불교에서 곧 300인분 점심을 가져 오신데요. 밥이 아주 맛있으니까 꼭 드시고 가셔야 해요."

싸움을 함께 하지도 못하고 맛있는 밥을 얻어먹을 염치가 없다. 하지만 아픔을 함께 하고 위로를 나누는 자리라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또다시 서성거렸다. 지갑을 뒤져 봉투도 없이 후원금을 내미는 것으로 미안한 마음을 대신한다.

성주 농민 경운기 타고 소성리를 나오다

원불교에서 준비한 점심이 소성리회관이 아닌 읍내로 갔다는 소식에 왔던 길을 터덜터덜 걸어 맥없이 돌아간다. 가을 햇볕이 무척 따갑다. 걷기가 힘이 들어 지나가는 차에 손을 들었다. 한 대, 두 대. 손을 젓거나 모른 채 하고 지나간다. 체념하고 다시 길을 걸는다. 불과 두 시간 전에 급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발길을 재촉하며 소성리회관으로 향할 때와는 달리 한발한발 내딛는 것이 힘겹다. 퉁퉁퉁퉁. 경운기가 다가왔다. 우리 앞을 지나가던 경운기가 논 옆에 섰다. 마스크를 쓴 나이 든 농민이었다. 논을 둘러보러 온 건가?

"사드 막으러 오신 분들인가요?"

빼짝 마르고 강단 있게 생긴 나이든 농민이 카랑카랑한 소리로 묻는다.

"네. 단양에서 왔다가 돌아가는 중이예요. 단양군농민회입니다."

"아, 그래요? 전 성주농민회원인데요. 고생이 많았소. 타시오. 내가 데려다 줄테니까. 초전리 읍내에서 농민회원들이 밥 먹는데 같이 먹읍시다."

경운기를 몰고 사드 저지에 나선 성주군농민회 최진국 농민 경운기를 몰고 인근 대전리에 사드 저지에 나섰던 최진국 농민이 단양군 농민회 김동율 농민을 태우고 농민회 모임으로 향하다

경운기를 몰고 사드 저지에 나선 성주군농민회 최진국 농민 경운기를 몰고 인근 대전리에 사드 저지에 나섰던 최진국 농민이 단양군 농민회 김동율 농민을 태우고 농민회 모임으로 향하다 ⓒ 유문철


감격과 감동이 밀려온다. 시골에서 경운기보다 좋은 자가용이 어디 있던가? 성주 농민은 예초기와 장화, 우비가 널부러진 경운기를 주섬주섬 치운다.

"자, 여기 타요. 좀 불편하겠지만 걷는 거 보단 낫잖소? 난 최진국이요. 경운기가 경찰 트럭 사이에 끼어 있어서 이제사 경운기를 찾아서 밥 먹으러 가는 중이요. 지난밤 경찰놈들과 싸우다가 손가락을 이래 다쳤다오."

최진국 농민의 왼손에 붕대가 감겨있다. 투박한 농민의 손에 감긴 흰 붕대. 가슴이 찡해온다.

"어제밤 함께 싸우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정말 이렇게까지 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이렇게 와주셨으니 정말 고맙소. 일단 농민회원들 모여 있는 곳으로 갑시다. 초전농협 옆에 식당에 모여 있어요. 좀 덜컹거릴테니 꼭 잡으시요."

최진국 농민이 능숙한 솜씨로 힘차게 경운기를 몬다. 경찰버스와 언론사 차량들, 승용차들이 느린 경운기를 추월해 간다. 차를 세워두었던 초전리 삼거리에는 여전히 경찰차량과 일반차량들이 뒤섞여 아수라장이다.

퉁퉁퉁, 경운기 몰고 농민회원들 만나러 가자 성주군농민회 최진국 농민이 경운기 몰고 사드 저지에 나선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회원들이 모여 있는 식당을 향해 가고 있다

퉁퉁퉁, 경운기 몰고 농민회원들 만나러 가자 성주군농민회 최진국 농민이 경운기 몰고 사드 저지에 나선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회원들이 모여 있는 식당을 향해 가고 있다 ⓒ 유문철


8 km 가까운 거리. 승용차로는 금방이지만 경운기는 가다서다를 되풀이 했다. 경운기를 뒤따르다가 차를 몰아 먼저 초전농협 앞에서 최진국 농민을 기다렸다. 한참 만에 경운기 소리 드높이며 나타났다. 반가운 마음에 승용차에서 내려 경운기에 올라탔다. 시골길을 가르며 신나게 달려 식당으로 갔다. 소성리회관에서 헤어졌던 조원희 상주시 농민회장이 식당 앞에 서 있다가 반갑게 맞는다.

"진국이 형님 오시네요. 대전리에서 여기까지 경운기 몰고 오신 거요? 유 회장도 같이 오셨네."

"소성리에서 나오다가 경운기 얻어 탔죠. 최고의 드라이브였어요."

무거운 마음을 털어내려 밝게 인사를 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농민들이 20여명 가까이 식당에 모여있다. 권오현 전농 경북도연맹 의장, 이재동 성주시 농민회장을 비롯해 밤새 사드를 막느라 분투한 경북 일대 농민회원들이 국밥과 소주 한잔으로 피로를 달래고 있었다.

"여기 앉으쇼. 고생 많았소. 먼저 밥부터 드시고. 담양이 아니라 단양이죠? 내가 단양 수몰되고 신단양 만들 때 자주 가서 잘 알지. 옛날에 고속도로 없을 때 죽령재 넘어서 자주 다녔고."

권오현 농민이 지난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정담을 건넨다. 손을 다치고 다리가 불편한 최진국 선배님이 내 앞에 앉으셨다. 소주를 한 잔 건네려니 맥주 컵을 내미신다.

"고뿌로 드실라고요?"

"그럼요."

소주를 맥주 컵으로 마른 목을 축이고는 말을 꺼낸다.

최진국 농민, 사드 문제와 농업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다

"단양군농민회가 언제 생겼소?"

"올해요. 백남기 회장님 투쟁한 결과로 단양군 농민회 깃발을 올렸지요."

"그랬구만. 단양에 원래 농민회가 없었지. 충주가 오래 되었고, 영동은 있었는데 없어지고. 박기수 부의장(진천군 농민회, 현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을 잘 알지. 옛날에 농어촌사회연구소 시절부터 알아요. 농민운동 오래 했지. 농민이 정치의 중심이 되어야 해요. 농정의 주체가 되어야 해. 근데 사람들이 그런 걸 잘 몰라요."

성주 시골길 경운기 드라이브를 마치고 최진국 성주군농민회원과 유문철 시민기자가 소성리에서 출발,초전면소재지까지 8킬로미터를 달려 사드 저지 투쟁을 마친 농민회원들과 합류하다

성주 시골길 경운기 드라이브를 마치고 최진국 성주군농민회원과 유문철 시민기자가 소성리에서 출발,초전면소재지까지 8킬로미터를 달려 사드 저지 투쟁을 마친 농민회원들과 합류하다 ⓒ 유문철


경운기 모는 늙은 시골 촌부의 강단진 풍모와 예리한 눈빛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최진국 농민은 윤금순 전 국회의원과 유기농 참외농사 지으며 농민운동을 한평생 해왔다. 그 뚝심과 지혜가 온 몸과 말투에서 배어 나온다.

"노무현 정부 때 당시 문재인 수석이 우리말도 잘 못하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하고 한미 FTA 주도했잖아. 가장 큰 피해는 농업이 입는 거였고. 그 때 우리가 그랬잖아. 노무현 대통령보다 문재인 수석이 문제라고. 원래 농촌에서 농민들이 민주당에 표를 더 줬어. 20만표는 더 나왔어. 박근혜 때 노령연금인가 하는 걸 내미니까 농민들 표가 박근혜에게 더 간 거지. 표가 그렇게 가니까 문재인 정부가 농민들한테 표가 안 나온다고 외면하는 거야. 대통령과 측근들의 농업에 대한 인식이 없어. 이러니 농민들이 싸울 수밖에 없어. 이제 나락 수확 시작되잖아. 큰 일이야."

지난밤 사드차량 진입 저지를 하느라 손가락 부상에다 목소리가 쉬어버린 최진국 농민은 소주로 마른 입을 적시며 사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문재인 정부가 아무리 개혁적인 정부라 해도 한미관계의 특성상 제약이 많아. 우선 지금 사드 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당사자야. 북핵과 사드 문제의 기원인 1953년 8월 27일 체결된 휴전협정을 보자고. 협정 당사자는 북과 유엔, 중국이잖아. 종전협정과 평화협정으로 가야되는데 우리는 당사자가 아니야.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위한 신중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는 거야. 그러기 위해서 한미연합군사훈련부터 하지 말아야 하는 거야. 근데, 청와대에 지혜로운 인물들이 보이질 않아."

평화와 방패 소성리회관에 경찰 방패들이 쌓여 있다. 평화를 요구하는 사드 배치 저지 주민과 시민, 사드 배치를 강행한 정부의 방패가 역설적인 대비를 이루고 있다

평화와 방패 소성리회관에 경찰 방패들이 쌓여 있다. 평화를 요구하는 사드 배치 저지 주민과 시민, 사드 배치를 강행한 정부의 방패가 역설적인 대비를 이루고 있다 ⓒ 유문철


400 대 8000. 힘겨운 싸움이었다. 사드 추가배치 저지 싸움에서 성주 농민들과 군민,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은 또 졌다. 성주와 경북의 농민들을 투쟁의 한가운데에서 앞장서서 싸우고 있다. 성주 농민과 군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북 모두의 운명이 걸린 절체절명의 싸움이다.

"난 벌초하러 가요. 와 줘서 고맙고 또 봅시다. 금방 끝날 싸움이 아니니까."

밤새 싸움에 피로에 지치고 손가락까지 다친 최진국 농민은 다시 경운기에 힘찬 시동을 걸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사라진다. 절망은 곧 희망이다. 한번 지고, 두 번 져도 굴하지 않는다. 한평생 농촌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기 위한 수없는 싸움에서 지면서도 굴하지 않고 살아온 최진국 농민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희망을 품고 단양으로 돌아간다.
덧붙이는 글 유문철 시민기자는 충북 단양에서 10년째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유기농민, 블로그 단양한결농원으로 농사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농민회총연맹 단양군농민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드 임시 배치 #소성리 #성주군농민회 #단양군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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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단양한결농원 농민이자 한결이를 키우고 있는 아이 아빠입니다. 농사와 아이 키우기를 늘 한결같이 하고 있어요. 시골 작은학교와 시골마을 살리기, 생명농업, 생태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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