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눈눈이이' 조기교육의 나라!

독일교육이야기⑭

등록 2017.09.11 13:44수정 2017.09.1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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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부모들이 유치원에 들어가는 자녀에게 꼭 해주는 말이 있다.


"다른 친구가 너를 치면 너도 똑같이 쳐라."

독일은 '눈눈이이' 조기교육의 나라다.

유치원 교사들 역시 남학생이 머리채라도 잡아당기면 피해를 당한 아이에게 똑같이 하라고 시킨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몸소 배우는 거다. 남이 때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남을 때리면 똑같이 당한다는 것을. 어떻게 보면 약간 매정하게 들리기도, 살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를 언제까지 따라 다니며 지켜줄 수 없다. 문제가 생겼을 때 능동적으로 자기방어를 하다 보면 문제 해결력이 생기고,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요령도 익힐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차츰 부모로부터 정서적인 독립이 이뤄지는 것 같다. 

구타나 왕따 가해자에게도 유익한 가르침이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로 돌아온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배우기 때문에 함부로 상대방을 괴롭히지 않게 된다. 독일 부모들 역시 이런 부분에 대해 서로 공감하기 때문에, 누가 누굴 때리고, 맞받아치고 하는 일로 시비 트는 일이 없다.

친구는 찐하게 사귀어라


독일 유치원 아이들의 노는 방식은 참 독특하다. 꼭 친구 한 명을 정해서 일대일로 논다. 그러다 친해지면 그 친구 집에 가서 놀고, 더 친해지면 번갈아 친구 집을 오가며 먹고 잔다.
독일 유치원 생활은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자기 집과 친구 집을 번갈아 가며 함께 놀고, 먹고, 자는 생활의 반복이다.

사실 이런 관계 맺기는 부모의 수고와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데려다 주고 데려오고, 먹이고, 재우고, 그리고 함께 놀아주는 일까지. 다 부모의 몫이다. 아이가 둘인 내가 그런 문화에 맞추려면? 거의 매일 아이들과 친구들을 평상시보다 일찍 유치원에서 데려와야 하고, 친구 집에 가서 아이를 찾아와야 한다. 이것은 나에게 색다른 문화였고, 따라 하기 귀찮은, 또 하나의 일거리였다.


그런데 독일 부모들은 이 일을 부모의 당연한 역할로 여긴다. 아이들이 한 명의 친구를 사귀되, 아주 가깝고 친밀하게 사귀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돕는다. 자칫 부모가 이 일에 소홀하게 되면 아이는 또래집단에서 고립되기 십상이고 사회성을 기르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넓게 보단 좁고 깊게'

독일 교육은 친구를 사귀는 것과 비슷하다. 넓게 보단 좁고 깊게 가르친다. 자연수업을 예로 들어보면? 초등학교 자연시간은 교과서가 따로 없다. 교사 재량으로, 학습 주제를 교사가 정한다. 그렇게 정해진 주제에 대해 학습지가 준비되고, 학생들은 한 달 가량 정해진 주제만 공부하게 된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면 해당하는 주제에 관한 40~50장의 학습지가 아이들의 파일철에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어느 날, 큰 아이가 자연시간에 곡물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가지각색의 곡물을 그리는가 싶더니, 씨 뿌림, 성장, 수확 등을 배우고, 그 곡물로 만들 수 있는 음식과 곡물에 포함된 영양소까지 학습지의 빈 공란을 채워가며 꼼꼼하게 배워나갔다. 마지막 시간엔 배운 곡물을 이용한 샐러드를 만들며 '곡물'을 주제로 한 수업을 마무리하였다. 교사는 한 달간 나눠준 프린트물의 정리 상태를 점검하여 채점하고, 잘된 것은 학부모 모임 때 공개하기도 한다. 그렇게 한 가지 내용에 대해 지독하게 배우고 나면 아이들은 모두 곡물 박사가 된다.

덧붙이는 글 1. 이 글은 더퍼스트미디어에 연재된 글의 일부를 기초로 하였습니다.
2. 기자명을 시골교사로 넣어주세요.
#독일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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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키일대학(Christian-Albrechts-Universitat zu Kiel)에서 경제학 디플롬 학위(Diplom,석사) 취득 후 시골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21년, 독일 교육과 생활의 경험을 담은, 독일 부모는 조급함이 없다(이비락,2021)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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