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었다.유달리 긴 겨울날 거리에서 보내야 했던 겨울이었다. 그 겨울도 지나가고 봄이 오고 있던 무렵, 동창 JH와 한강-낙동강을 도전해 보기로 했다.
김길중
탄핵 심판이 막바지에 달하던 1월, JH가 찾아와 하루를 보내고 갔다. 몇 안 되는 친하게 지내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밤사이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이 사태는 언제쯤 어떻게 끝맺게 될지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엉뚱하게도 이 대화의 결론은 '자전거 여행으로의 공모'였다. 여전히 막연한 계획일 뿐인 유럽여행에 관한 기대와 두려움 속에서 갈등중인 내게 용기를 불어주었다. 5월 연휴에 서울과 부산을 달려 종주를 해보자는 데로 뜻이 모아졌다.
자전거를 통해 많은 걸 얻었고 그 얻음을 나누는 게 필요하다 싶었다. 그래서 자전거 여행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 작년이다. 내가 자전거를 즐겨하는 것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받아 타기 시작한 주변 사람도 여럿이다. JH도 그중 한 명이다.
미국 생활을 하던 4년 전쯤의 일이다. 카톡으로 오랜만에 말을 건네 온 순간 나는 20만 원짜리 생활자전거로 홀로 곰티를 넘고 있었다. 땀을 식히며 잠시간의 대화를 나눈 JH의 마지막 말은 '좋은 취미를 가졌군!'이다. 여행기를 써서 올리고 지인들에게 보내주었는데 이를 유심히 읽은 모양이다. 그때부터 소리 소문 없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1년이 못 되는 동안 열심히 탄 것이다. 서울․부산 간 550Km가 넘는 만만치 않은 코스를 같이 달려보자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둘은 각각 작년에 그 길에서 고전을 겪었다. 청주를 통해 남한강을 달리다 봄날의 비바람에 탈나고 이틀을 곯아떨어진 게 길벗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여름, 부산을 출발해 낙동강 험난한 고갯길에 탈진해 구미에서 포기한 것이 JH의 그 길에 대한 기억이다.
4박 5일의 계획은 합의를 통해 3박 4일로 단축되었다. 하루에 150km를 달려야 하는 일정이다. 작년의 경험도 있어 가족과 지인들의 염려를 안심시킨 것은 둘의 여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