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흔든' 개성공단, 국제화로 굳건하게 해야

[10.4공동선언 10주년, 지속가능한 서해평화 구축방안] 1. 개성공단 국제화로 한반도 평화를 단단하게

등록 2017.09.15 14:55수정 2017.09.1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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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천 공약 핵심이다. 그리고 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은 2007년 10.4 남북정상 공동선언의 합의 사항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북방정책으로 개선되기 시작한 남북관계는 2000년 6.15선언과 2007년 10.4선언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과 이에 대응한 우리 정부의 5.24조치로 악화되기 시작했고, 2016년 1월 북미회담 압박을 위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이에 대응한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더 악화됐다.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전쟁위협이 드리우는 곳이 바로 북방한계선(NLL) 일대다. 이런 탓에 NLL 인근 수역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로 지정하자고 10.4선언을 했지만, 10년이 지나도 진척 된 게 없다. 오히려 최근 북한의 체제 보장과 북미회담 압박을 위한 6차 핵실험과 이에 맞선 한ㆍ미ㆍ일 공조 대북 압박으로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되는 상황이다.

인천의 경우, 1990년대 초 냉전체제 붕괴와 노태우 정부의 북방외교 추진으로 중국과 러시아와 수교하고 북한과 교류를 시작하면서 인천의 바닷길과 하늘길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에 <시사인천>은 10.4선언 10주년과 문재인 정부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 계획에 맞춰, 서해 평화를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기자 말>

[연재순서]
1. 개성공단 국제화로 한반도 평화를 단단하게
2. 물류인프라 확대로 남북경협에 날개를
3. NLL '해상파시'는 바다 위 개성공단
4. 중국ㆍ대만 '양안관계'에서 배우는 남북경협
5. 남북경협 넘어 환황해권시대를 열자

개성공단은 남북경협 보루이자 한반도 평화 안전핀

남북 경제협력은 노태우 정부의 적극적인 북방외교 정책과 1988년 7.7선언으로 물꼬를 텄다. 그 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10월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끌고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 개성공단이 처음 논의됐다.


개성공단은 2000년 6.15선언 이후 더욱 구체화됐다. 남한은 2002년에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개성공단 개발을 본격화했고, 북한은 같은 해 11월 개성을 경제특구로 지정하는 '개성공업지구법'을 제정했다. 현대아산이 2003년 6월에 개성공단을 착공해 2004년 시범단지를 분양했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2차 가동 중단 때까지 1단계 부지(330만m², 약 100만평) 개발을 마친 상태로 기업 124개가 입주해있었다. 고용된 북한노동자는 5만 4000여 명 규모였다.

2014년 기준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북한에 지급한 인건비는 약 8840만 달러로 개성공단의 연간 생산액 4억 6997만 달러(약 5400억원)의 18.8%를 차지했다. 인건비를 제외한 원자재와 부품은 모두 남쪽에서 가져다 썼다.


이 기간에 남한이 더 경제적 이익을 누렸다. 개성공단이 남한 경제에 미친 계측 자료(한국은행ㆍ한국산업단지공단, 2014년)를 보면, 부가가치 생산액은 개성공단 생산액의 5~10배인 2조 6000억에서 6조원 규모이고, 생산유발액은 3조 2000억에서 9조 40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개성공단은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남한 정부가 단행한 금강산관광 중지 등, 5.24 조치에도 가동을 멈추지 않았다. 남북 교류협력 최후의 보루이자 한반도 평화의 안전핀 역할을 한 것이다.

특히, 개성공단이 들어선 지역은 북한군 6사단과 64사단, 62포병 여단 등 남한의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의 장사정포 핵심부대가 배치된 군사지역이었는데, 개성공단 조성으로 이 군대들이 북쪽으로 15km 이상 후퇴하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또, 국제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개성공단은 남북은 물론 남ㆍ북ㆍ중ㆍ미ㆍ일ㆍ러가 첨예하게 대치하는 동북아시아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했다. 그런데 2016년 1월 체제 보장과 북미회담을 압박하기 위한 북한의 4차 핵실험, 이에 대응한 남한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이 완충지대가 사라졌다.

북 핵실험에 '개성공단 재가동' 흔들


개성공단 개성공단 의류제조공장 북한노동자들.
개성공단개성공단 의류제조공장 북한노동자들.<시사인천 지료사진>

북한이 지난해 1월 체제 보장과 북미회담 압박을 위해 4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이어서 2월엔 광명성(인공위성) 4호를 탑재한 장거리로켓을 발사하자, 박근혜 정부는 이를 도발로 규정하고 대북 제재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하게 했다.

그 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 시 첫 과제로 개성공단 재가동을 천명했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 또한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제재 국면에 변화가 있다면 개성공단 재개 문제를 무엇보다 우선과제로 풀어 나갈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실제로 통일부는 지난 1일까지만 해도 '개성공업지구 시행세칙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희망을 안겼다.

하지만 북한이 8월 30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2호'를 발사하고, 지난 3일에는 6차 핵실험을 강행해, 개성공단 재가동에 기대를 걸었던 개성공단기업협회도 맥이 풀렸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는 물론,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입주기업이 정부를 향해 재가동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기에, 정부 대응과 정세 변화 추이를 지켜보면서 시점을 기다리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재가동까지 버틸 수 있게 정부 확인 피해만이라도 보상해주길"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재가동 시점이 멀어지는 만큼, 재가동 시점까지 기업들이 버틸 수 있게 정부가 피해보상금 지원을 확대해줄 것을 요청했다. 기업들이 그 때까지 버티고 있어야 재가동 시 입주가 가능한 만큼,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또한 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로 보상금 확대엔 미온적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정부가 인정한 피해만이라도 보상할 것을 새 정부에 요청했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올해 2월 개성공단 폐쇄 1년에 맞춰 집계한 입주기업 피해액은 토지ㆍ건물ㆍ기계설비 등 고정자산 5936억원, 원ㆍ부자재 등 유동자산 2452억원, 가동 중단에 따른 미납품 위약금 1484억원, 개성 현지 미수금 375억원, 가동 중단에 따른 영업손실(1년) 3147억원, 거래처 단절 등 영업권 상실에 따른 피해 2010억원 등, 총1조 5404억원 규모다.

하지만 정부가 지금까지 지원한 금액은 4838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가 조사한 피해 규모 7779억원에도 약 3000억원 모자란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당시 정부가 개성공단에 가보지도 않고 피해액을 확정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박근혜 정부는 영업손실이나 납품미수금, 위약금 등의 경우 남북경협보험이 교역보험 대상이 아니고, 또 그 피해를 추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상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 뒤 문재인 정부 또한 예산 문제와 수출입은행 보험금 기지급 등을 이유로 미온적이다.

이런 가운데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가동 중단 약 16개월이 지난 지금 입주기업의 30% 이상이 대출 금리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동 중단 후 은행에서 빌린 자금의 금리가 3∼4%에서 8∼12%까지 올랐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가동 중단으로 인한 기업 신용도 추락을 금리 인상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융자를 지원한다지만 은행은 담보를 설정할 수 없는 업체에 금리를 달리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신한용 회장은 "기업들은 문재인 정부가 개성공단 재개와 피해보상 대책을 추진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북한에)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더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공단 재가동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며 "그래서 전 정부가 확인한 피해액만이라도 우선 지급해주면 재가동 때까지 경영을 유지하면서 버틸 수 있다는 게 기업들의 의견이다"라고 말했다.

"주변국에 한반도 평화와 개성공단 재가동 설득해야"

개성공단기업협회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해 9월 1일 정기국회 개원에 맞춰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고 국회와 정부에 개성공단 폐쇄조치에 따른 피해 지원 특별법 제정과 실질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해 9월 1일 정기국회 개원에 맞춰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고 국회와 정부에 개성공단 폐쇄조치에 따른 피해 지원 특별법 제정과 실질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시사인천 자료사진>

북 핵실험이 고조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ㆍVOA)>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나라가 북한을 경제적으로 더욱 고립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재가동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개성공단 가동 중단 뒤 북핵문제는 더 복잡해졌고, 남북관계는 더 악화됐다. 그리고 대북제재 국제 공조는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가운데, 북한은 또 북미회담을 압박하는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대북 제재에 미온적이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대북 제재의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 후 발표한 지난해 1~3월 북한과 교역액은 총77억 9000만 위안(한화 약 1조 3966억원)으로 중단 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2.7% 증가했다.

우리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5년 기준 개성공단에서 북한으로 유입된 자금은 약 1억 2000만 달러(약 1430억원)다. 그런데 가동 중단 후 북한과 중국의 2016년 1분기 교역액은 2015년 1분기보다 1574억원 늘었다.

즉,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대북 제재에 실효성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중국이 교역량을 대신하고 있으며, 그 사이 우리 입주기업의 피해는 커지고 있고, 개성공단에서 창출했던 남한 경제의 부가가치가 사라지고 만 것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입주 의사는 여전히 높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지난 2월 가동 중단 1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67%가 재입주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인천평화도시네트워크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 러시아에 미국 중심의 대북 제재에 참여할 것을 호소해도 먹히지 않는다. 제재가 아니라 당장 대화와 협상을 시도해야 한다. 남북교류의 상징인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대화를 시작한다면, 북한은 협상의 자리에 나올 것이다"라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북한과 미국, 중국 등에 나란히 특사를 보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4자회담을 설득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국제화로 남북 갈등에도 흔들리지 않게

2016년 2월 가동 중단은 지난 2013년 4월 중단에 이어 두 번째였다. 2013년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자, 우리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발표하고 한ㆍ미 군사훈련이 이어지자, 북한은 같은 해 4월 개성공단에서 북한노동자를 전면 철수시켰다.

첫 번째 가동 중단은 북한이 한 것이고, 두 번째는 남한이 한 것이다. 남북이 한반도 평화와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해 개성공단을 조성했지만, 남북 간 정치ㆍ군사적 갈등에 입주기업만 피해를 보고 있다.

한반도 평화엔진으로 불리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불안감과 예비 투자기업의 기피현상은 북한노동자의 최저임금 상승요인이 아니라, 남북 갈등이다. 그래서 남북 경제협력의 보루인 개성공단의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가동을 위해서는 남한 자본에 한상 자본 또는 중국 자본이 결합한 형태로 개성공단에 진출해, 남북 정치적 갈등에 완충역할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정철 인하대학교 교수는 "중국이 개혁개방 때 대만 자본 또는 화교 자본을 끌어들인 역사를 토대로 북한과 비교적 우호적인 중국, 러시아, 몽골,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자본과 합작해 개성공단에 투자하는 방안, 아울러 미국, 일본과 합작해 투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개성공단을 국제화함으로써 남북 갈등에도 흔들리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중국이 1980년대 썬전과 샤먼 등을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개방했을 때, 홍콩 등의 화교 자본에 타이완 자본이 함께 들어갔다. 그 뒤 한국, 일본, 미국 자본도 들어갔다"며 "개성공단 또한 한국 자본과 국제 자본이 합작해 진출하는 방안을 활성화해야한다. 개성공단이 국제화되면 남북 갈등으로 인한 사고는 제한적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개성공단 국제화 #문재인 #남북경협 #한반도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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