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한 그릇으로 추억여행을 떠나다

정직한 음식문화를 만들어가는 '신둔팥죽'

등록 2017.09.28 14:32수정 2017.09.2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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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군에서 수확한 팥과 찹쌀로 만든 팥죽, 신둔농협하나로마트와 이천로컬푸드 등에서 구입해온 재료로 만든 물김치와 배추김치입니다. (이천시 '신둔팥죽' 집에서) ⓒ 김희정


팥죽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온 저녁, 문득 시(詩) 한 편 떠오릅니다. 책꽂이를 살펴 시집(詩集)을 꺼내 펼칩니다. 이경아의 '이런 사랑이고 싶습니다'입니다.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려는 듯 책 표지에는 손때가 묻고 색은 바랬습니다. 시집을 천천히 넘깁니다.

오늘처럼 바람 불어 좋은 날에는/ 긴 머리 휘날리며 신문 한 장 깔고 앉아/ 지나가는 세월의 체취(體臭)를 맡고 싶다//(중략) 문득 바람결에 생각할 수 있는 사람과/ 그리운 말줄기를 찾아 엮고 싶다// 가볍게 소리 내어 노래 부르며/ 바람 속에서 추억처럼 앉아 있고 싶다/ 그래서 시계가 거꾸로 돌고/ 세상이 멈추어 설 때/ 내가 아는 이를 위하여 조용히/ 나만 아는 기도를 올리고 싶다// -이경아의 <축복> 중에서-


시집을 덮고 추억의 텃밭을 산책합니다. 가을볕이 퍼지는 흙마당, 멍석에 널어놓은 붉은 팥알, 팥알이 고루 마르게 손바닥으로 팥알을 쓸던 엄마 손길, 눈에 선합니다. 건강하고 투실한 팥과 익반죽한 찹쌀 새알심으로 팥죽을 쒀주던 엄마 얼굴, 그립습니다. 아무래도 팥죽 한 그릇, 그 속에 오롯이 담긴 전민서(신둔팥죽) 님의 음식 철학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전통 팥죽 고유의 맛을 내고 싶었어요. 처음엔 시장에서 팥을 조금씩 파시는 할머님들께 사왔죠. 그러다가 물어물어 청양에서 좋은 팥이 난다는 것을 알았어요. 국산 팥을 고집하는 이유요? 우리 땅에서 수확한 팥은 그 자체에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내요. 그 팥으로 팥죽을 쒀야 전통 팥죽 맛이 나고요."

'팥, 찹쌀: 청양, 소금: 신안천일염, 배추: 신둔농협하나로마트, 고춧가루: 이천로컬푸드.'

전민서 님이 사용하는 음식 재료입니다. 그녀는 구입해온 팥을 물에 불리고 삶고 삶은 팥을 고운 채에 거르고, 찹쌀로 새알심을 만드는 등 팥죽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손수 합니다. 찹쌀도넛에 들어가는 팥소도 직접 만듭니다. 그녀는 먹어서 건강해지는 음식을 만들고 싶어 하고 정직한 음식문화를 추구합니다

밤은 깊어가고 따뜻한 팥죽, 달달한 단팥죽, 팥칼국수, 찹쌀반죽에 팥소가 꽉 채워진 단팥도넛 눈에 아른거립니다.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팥죽을 품은 그릇도 눈에 어립니다. 안은 청자 겉은 손으로 갈색 철유를 바른 김판기 이천도자기 명장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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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기 도자갤러리에 전시된 김판기 이천시 도자기 명장 작품입니다. ⓒ 김희정


"지역에서 만든 도자기를 사용해야죠. 우리 전통 음식에 전통 도자기가 잘 어울리고요. 깨질까 염려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내 집에서 사용하는 그릇 다루듯 사용하면 돼요."

밤하늘에 살쪄가는 달을 쳐다봅니다. "팥죽 좋아하냐?"고 묻던 추억 속 그 사람, 그리운 말줄기를 찾아 엮고 싶은 그리운 사람들 생각납니다. 그들을 위한 축복 기도를 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팥죽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섬유질뿐만 아니라 비타민 B1, 칼륨 등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각기병과 신장병 치료, 붓기를 빼는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수면장애나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분, 정신적으로 신경을 많이 쓰시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식품이고요
#신둔팥죽 #지강도요 김판기 이천시 도자기명장 #시인 #이천문화관광 #이천로컬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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