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장관이 공연후 유족들과 만나 일일이 손을 잡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고상만
무엇보다 꼭 남기고 싶은 사연은 송영무 국방 장관의 약속입니다. 지난 6월 26일의 일입니다. 전날 밤, 저는 아주 뜻밖의 연락을 받게 됩니다. 다름 아닌 당시 송영무 국방장관 내정자가 '군의문사 유족을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만나고 싶다'며 가능한지 여부를 타진하는 연락이었습니다. 의문사한 군인 시신이 안치된 그곳에서 유족을 만나 위로와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그래서 연극 <이등병의 엄마>에 출연했던 군의문사 유족 어머니들을 모시고 수도통합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난 자리에서 국방부장관 내정자 신분이었던 당시 송영무 후보자에게 유족 어머니들은 몇 가지 약속을 건의하게 됩니다.
그중 하나가 "내정자께서 차후 정식으로 국방장관에 임명되시면 현직 국방부장관 자격으로 우리가 만든 연극 <이등병의 엄마> 공연을 보러 와 주시면 고맙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를 하면서도 어머니들은 그리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국방부장관 자격으로 연극을 보러 온다는 것은 군의문사 문제 해결에 대한 약속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 더욱 그랬습니다. 그런데 의외였습니다. 당시 송 후보자는 어머니들에게 "장관이 되면 꼭 연극을 보러 꼭 가겠다"며 약속하시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마침내 그때 말한 연극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9월 29일이었습니다. 정말 송영무 장관은 약속을 지킬까요? 그렇습니다. 이날 송영무 국방장관은 어머니들과 석 달 전 했던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국방부 주요 관계자들과 함께 연극 <이등병의 엄마> 공연장을 찾아와 함께 공감해 주셨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국방부장관 자격으로는 처음입니다. 1948년 군 창설 이래 국방부 철문 앞에서 "우리 아들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한번만 들어봐 달라"고 호소했던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국방부장관이 스스로 찾아와 그 아픔에 공감해 준 일은 그야말로 놀라운 기적이 아닐 수 없는 일입니다.
이후 송영무 국방장관은 공연이 끝난 후 군의문사 유족 분들의 손을 한 분 한 분 잡아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군복무 중 사망한 군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약속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셨습니다. 유족 분들은 그 자리에서 송영무 장관에게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비난과 욕설로 가득했던 그동안의 불신 대신 국방부장관을 향한 박수가 이어진 이유입니다.
다음날 따로 공연장을 찾아온 서주석 국방차관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일이었습니다. 관람 내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던 서주석 차관께서 연극이 끝나자마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저는 다음 일정이 바빠서 그만 극장을 나가기 위해 일어섰나 싶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서주석 차관은 이후 내내 서서 연극에 참여한 배우와 어머니들을 향해 기립 박수를 치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그러자 주변에 같이 관람하던 이들도 따라서 일어나 기립 박수로 어머니들의 마음에 깊은 위로를 전해 주셨습니다. 정말이지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