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등록 2017.10.10 10:07수정 2017.10.1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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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만 되면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차는 공항소식을 듣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욜로를 외치며, 일을 그만두고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 다양한 SNS에는 수많은 여행사진이 올라오고, 여행을 다룬 여행기가 끊임없이 출판된다. 여행을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큰 사랑을 받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간절히 여행을 소원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여행 광풍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는 여행을 꿈꾸게 되었을까?


대한민국은 체계를 매우 중시하는 문화를 지니고 있다.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해야할 일을 정해주고 그대로 따르라고 강요한다.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을 가야하고, 대기업에 취업을 해야한다. 결혼은 좋은 조건의 상대를 찾아서 해야만 한다. 만약 정해진 길에서 벗어난다면 주변이 그 모습을 가만히 두고보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나중에 뭐 먹고 살래?'
'그냥 남들하는 대로 평범하게 살아라.'
'그 나이 됐으면 이제 결혼해야지.'

사회가 당연하게 제시한 일들이 실은 전혀 당연한 것이 아님은 중요하지 않다. 좋은 대학을 가는 것도,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도, 그 외 다양한 조건을 만족 시키는 것도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해낸다는 명확한 팩트는 아무 의미가 없다. 덕분에 사회의 다수가 사회의 낙오자라는 낙인을 지니게 된다. 남이 찍어주든, 스스로 찍게 되든 말이다.

저 기준에 따라 잘 살아온 사람도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임금 등, 사회가 제시한 길을 잘 걸어왔는데도, 점차 내가 없어지고, 힘이 든다. 사회가 이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더 해. 더 하자. 더 올라가자. 더 성공하자.'


이 강요에 못이겨 따르다가 나 자신의 행복을 잃고 만다.

이렇듯 정해진 대로 살아도, 그렇지 않아도 우린 여전히 힘들고, 강요받으면 살아간다. 그게 대한민국의 삶이다. 덕분에 우리는 정작 '나' 자신을 알 기회를 갖지 못한다.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 '나'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치 사치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것을 좋아하는가?'
"나는 어떤 것을 원하는가?'
'나는 언제 행복한가?'

사회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할일이나 똑바로 하라고 한다. 그러니 우리가 우리 자신의 행복에 대해 무지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아니야. 나는 적어도 내가 언제 행복한지는 알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행복이라고 느낀 것 또한 사회와 남이 내게 억지로 쑤셔 넣은 행복일 때도 있다.

'너는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에서 연봉 많이 받으니 정말 행복하겠다!'

사회가 그렇게 이야기 해주니 그런 줄 알고 살아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괴리감이 생긴다. 나의 행복과 세상이 정해준 행복이 다르다는 것을 서서히 느끼기 때문이다.

아무런 일도 안하고 집에서 뒹굴거리는 친구에게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충고를 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빈둥거릴때 진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일 수도 있다. 세상이 언제 내가 가장 행복한지를 물어봐 준 적이 없기 때문에, 설령 내 행복을 말해도 사회가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을 잘 모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삶은 가짜가 되어 버린다. '나를 모르는 내가 겪는 괴로움도 가짜. 나를 모르는 내가 겪는 행복도 가짜.'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대한민국은 나를 찾아가기 힘든 사회이며, 진짜 나로 살기도 어려운 곳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더 행복해 지기 위해서 우리는 꼭 나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나를 알아가기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여행이다.

여행은 나를 완전히 낯선 곳으로 데려간다. 내가 살던 곳이 주는 안정감이 사라진다. 장소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고, 심지어는 계절도, 태양의 높이도, 공기도 달라진다. 내가 살아가던, 내가 경험하던 모든 것이 변해 버린다. 내 주변을 채우는 사람들도 바뀐다. 항상 얼굴을 마주하던 가족들도, 항상 연락하던 친구들도, 언제나 나를 짜증나게 했던 직장상사도, 때로는 내가 사랑하는 연인까지도, 모두 사라진다. 그리고 한 번도 본적 없는, 언어도 다르고 국가도 다르고 인종도 다른 그런 사람들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면 다 바뀌고 '나'라는 사람만 남을 뿐이다.

그 낯선 곳에서 내가 부여잡을 수 있는 것은 결국 '나'밖에 없다. 결국 우리는 나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내가 진짜로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에서 행복을 느끼는지를 다시 새롭게 정립하게 된다. 진짜 나를 다시 그려가는 것이다.

집에 있기만을 좋아하던 내가 사실은 액티비티를 즐기는 활동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고, 항상 웃으며 미소만 짓던 내가 사실은 성질도 내고 짜증도 내며 속 시원함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다. 어쩌면, 한국에서의 삶이 내게 너무 소중하고 잘 맞는 것이었음을 알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내'가 없던 삶이 조금 더 '나'로 가득차게 된다.

사람들은 여행이 진짜 나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을 서서히 알아 나가는 중이다. 여행을 떠났을 때 느끼는 시원함과 해방감, 그리고 여행을 통해 만나게 되는 진짜 '나'는 사람들을 여행으로 이끌고 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여행을 꿈꾼다는 것은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가 우리를 매우 강한 틀에 가둬놓으려 한다는 씁슬한 반증일 것이다.

#여행 #배낭여행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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