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잠깐 맡길 수 있는 돌봄 교실에 대한 수요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재환
아이 하나를 키우고 있는 외둥이 아빠 김성훈(가명 32)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성훈씨는 아이를 더 낳을 계획이 없다. 이제 갓 돌이 지난 아들을 위해 장난감과 옷을 마음껏 사주고 싶지만 빠듯한 생활비 탓에 좀처럼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이에 대해 성훈씨는 "우리 아이는 장난감이나 옷을 물려 줄 동생도 없는데, 고가의 장난감을 일일이 사는 것도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성훈씨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IMF 사태 이후, 한때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꾸어 쓰고 다시 쓰자는 의미에서 '아나바다' 운동이 일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주변을 잘 둘러보면 저렴한 가격으로 아이들의 장난감을 나눠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충남 내포신도시에는 지난 2016년 2월 1일, 장난감을 무료로 빌려 쓸 수 있는 키움노리라는 시설이 마련됐다. 특별한 홍보가 없어서인지 아는 사람만 입소문을 타고 알음알음 찾아가는 곳이다. 키움노리는 충남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다. 연회비 2만원에 시설에 있는 모든 장난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장난감 대여 기간은 2주이다.
지인의 제보로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달 29일 충남보훈회관 1층에 있는 키움노리에 들러 봤다. 생각보다 공간이 작아 보였다. 하지만 이 작은 공간에는 아이들의 장난감 1000여점과 책 1000여점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일부 장난감은 소독이 된 상태로 비닐에 쌓여 있었다. 키움노리의 한편에는 아이를 잠깐 동안 맡길 수 있는 돌봄 교실도 운영되고 있다.
키움노리 관계자는 "우리 시설은 수익사업을 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시설에 대한 광고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가입 회원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700여명의 회원 중 서산이나 대전에 주소를 둔 분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내포신도시 인근의 홍성군이나 예산군 주민 외에도 타 지역에서 내포신도시로 출퇴근 하는 부모들의 이용 빈도가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잠깐 맡길 수 있는 돌봄 교실도 눈에 들어 왔다. 2시간 정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이다. 흔치는 않지만 외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지 않고 직접 돌보기도 한다. 이런 부모들에게 비록 잠깐이라도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 되기도 한다.
키움노리 관계자는 "돌봄 교실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인터넷을 이용해 예약을 한 후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를 맡기기 위해 헛걸음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잠깐이라도 아이들을 맡기고 싶어 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며 "돌봄 교실의 선생님을 한 사람 더 충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포신도시가 점점 더 팽창하면서 육아 시설에 대한 수요도 그만큼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내포신도시에 살고 있는 A씨는 "가까운 곳에 그런 시설이 있다는 사실도 잘 몰랐다"며 홍보부족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주민 B씨도 "다자녀 가정 뿐 아니라 한자녀 가정에게도 골고루 혜택이 갈 수 있는 시설이나 정책이 절실하다"며 "아이에게 고가의 장난감을 사주기가 부담스러울 때 가끔씩 빌려 쓰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