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고개 들어 보면 손에 잡힐 듯 파아란 가을 하늘이 다가온다
임영열
늘 그렇듯이 도시의 삶은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지 못한다. 지난여름 치열하게 살았던 삶의 흔적이 채 가시기도 전에 벌써 계절은 가을의 마지막 절기,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을 지났다. 상강은 24절기 중 18번째 절기로 '이슬이 맺힌다'는 한로(寒露)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 사이에 있는 절기이다. 양력으로 10월 23~24일경부터 약 보름간이 상강의 시기이다.
이 시기가 되면 단풍이 절정에 이르며, 국화도 활짝 피는 만추의 계절이다.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이어지는 대신에 밤의 기온은 매우 낮아지는 때이다. 일교차가 큰 탓에 수증기가 지표면에 엉겨 서리가 내리며 얼음이 얼기도 한다. 올해도 방송에서는 설악산에 상고대가 피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여름 동안 기세를 떨쳤던 풀들은 더 이상 뻗어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는 겨우살이 풀들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이때쯤 옛 조상들은 풍류와 단풍놀이를 즐기며 국화주와 국화차·국화전을 만들어 먹는 전통이 있었다. 이러한 풍습들은 지금도 전해져 내려와 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에 여행을 떠난다. 이처럼 상강은 가을의 절정을 만끽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을의 끝자락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하는 시간 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