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할 때 사서 모은 터닝메카드
이혜선
아이의 장난감 유행 역사는 비단 GX카드뿐만이 아니다. 큰 아이 6살 즈음에 '터닝메카드'라는 만화 영화가 유행하면서 해당 캐릭터의 품귀현상이 일어났다. 장난감업체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정가는 1만 6000원인데, 터닝메카드의 모든 캐릭터 장난감이 품절이었다. 게다가 터닝메카드 캐릭터 중 '에반'이라는 로봇은 시중에서 4만 원 이상 거래되기도 했다.
이렇게 터닝메카드 에반이 한참 품귀현상을 빚던 시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큰 아이의 친구가 에반을 샀고, 친구들에게 자랑을 한 모양이었다. 동네 엄마들은 이 어려운 걸 어떻게 구했냐고 하니 그 아이 엄마가 말하길... 남편이 동네 문방구에서 1만 6000원에 구매했다고 했단다. 아직도 있는 것 같다고 귀띔해줬고, 동네 엄마들이 우르르 동네 문방구로 몰려갔다.
가서 보니 에반은 1만 6000원이 아니라 4만 2000원이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알고 보니 그 아빠는 4만 2000원에 구매했지만, 아내에게 잔소리 들을 걸 염려해 터닝메카드 에반의 가격을 정가인 1만 6000원으로 말한 것이었다. 아내는 그것을 동네 엄마들에게 전했고, 그 남편의 거짓말은 웃기면서도 웃지 못할 에피소드로 끝났다.
나 또한 터닝메카드 에반을 구하기 위해 온라인몰과 중고거래 사이트를 뒤졌지만, 구할 수 없었다. 시중에서는 이미 정가를 넘어서 3만~4만 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었다. 에반을 사는 걸 포기해야 했다.
다른 캐릭터를 사서 주겠다고 아이에게 약속을 했다. 가끔 온라인몰에서 터닝메카드 판매 알람이 뜨곤 했는데, 1인당 구매개수가 1개로 한정돼 있었다. 아이가 두 명인 나는 2개를 구매해야 했고, 조금이라도 늦으면 1개도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회사 동료에게 부탁을 했다. 9시 땡 울리자마자 '클릭'을 부탁해 겨우 2개를 구매했고, 어린이날 선물을 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사야 했나 싶지만, 아이가 가장 받고 싶어하는 선물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터닝메카드에 관한 안 좋은 추억이다.
장난감의 유통 그리고 A/S터닝메카드라는 장난감에 시달리면서 회사가 이익을 우선시하는 게 당연하지만, 중고나라에서 비상식적으로 거래되는 금액을 방관하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업체의 장난감 생산을 늘리지 않아 생기는 문제로 보였기 때문이다.
되레 노이즈마케팅을 이용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본 장난감의 유통은 제조→도매→소매의 경로를 거쳐 일반 물품과 비슷한데, 제조업체 홈페이지에서 직접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는 정가로 판매를 하는데, 대부분 품절이었고 인기있는 캐릭터 상품은 품절 상태에서 풀리지 않았다. 동네 문구점에 왜 비싸게 파느냐고 물어봤다. 주인아저씨의 말로는 도매점에서 인기있는 상품만 가져올 수 없다고 했다. 재고로 쌓여있는 비인기 장난감까지 덤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터닝메카드의 에반 캐릭터에는 재고로 쌓여있는 비인기 장난감의 값까지 더해져 있는 셈이었다.
이렇게 산 장난감을 오래 오래 가지고 놀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내구성이 약해 부모들의 불만이 컸다. 터닝메카드 장난감은 변신 로봇이고, 시합을 하는 게임판을 제공하는데, 몇 번 변신하거나 한두 번 아이들끼리 시합을 하게 되면 쉽게 고장이 났다.
택배로 수리를 보내게 될 경우 한두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고, 택배비와 수리비는 고객 부담이었다. 직접 제조사 본사까지 가서 터닝메카드를 수리해 보니, 말이 '수리'지 제조업체에서는 동일한 캐릭터의 새상품으로 '교체'해줬다. 교체 가격은 상품 정가의 50%에 육박하는 7500원이었다.
장난감 장사가 아닌 사업가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