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가서 전동성당만 찾으세요?

옆동네 익산 나바위성당도 명소... 금강 굽어 보이는 고즈넉한 한옥 양식

등록 2017.11.02 10:09수정 2017.11.0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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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함과 푸근함이 함께 하는 나바위 성당 ⓒ 김종성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오래된 천주교 성당들은 외국의 유명 성당처럼 화려하고 웅장하지는 않지만 안온하고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있어 좋다. 토속적이고 친근한 이름을 지닌 나바위 성당(전북 익산시 망성면 화산리 1158·사적 제318호)도 그런 곳 가운데 하나다. 경건한 성당에 붙은 별스러운 이름 때문인지 왠지 친근하게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성당 누리집 : www.nabawi.kr).

특유의 이국적인 분위기와 건축 양식으로 관광객들을 끄는 전라북도의 대표적인 성당 유적지로 전주에 있는 전동성당과 나바위 성당을 꼽는다고 한다. 도심 속에 있는 전동성당과 달리 나바위 성당은 금강가에 자리하고 있어 신도가 아니더라도 한 번 찾아가고 싶게 한다. 익산역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떠나는 익산시티투어 때 알게 된 곳인데 머무는 시간이 짧아 아쉬운 마음에 한 번 더 찾아갔다.  


경건함과 푸근함이 함께 담겨있는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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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 건립 당시엔 한옥 목조 건물이었던 성당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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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따로 앉아 미사를 볼 수 있도록 만든 8개의 목조 기둥 ⓒ 김종성


비단 금(錦)자를 쓰는 금강은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에서 발원해 충청도를 거쳐 강경에서부터 충청남도·전라북도의 도계를 이루면서 군산만과 서해로 흘러드는 길이 395km의 긴 강이다. 나바위 성당은 강경을 지나 바다가 가까운 하류지역에 언덕처럼 솟아있는 작은 산(화산) 중턱에 있다.

1907년 완공됐다는 백 년 역사의 나바위 성당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규모의 아름다운 성당이다. 성당 건물은 서양식 건축형태와 한옥 형태가 조화를 이룬 것으로 유명하다. 고딕양식의 뾰족한 첨탑이 있는가 하면 건물 몸체는 기와를 얹은 한옥이다. 성당에 처음 들어설 땐 경건한 마음이 들었는데 성당에 머물수록 푸근함이 함께 느껴졌다.

성당이 이런 형태가 된 건 이 성당 초대 주임신부였던 프랑스인 신부가 12칸짜리 기와집을 인수해 성당으로 개조한 덕이다. 처음에는 흙벽과 마룻바닥, 기와지붕과 나무로 만든 종탑이 선 순 한옥 목조건물이었다. 이후 여러 차례 보수 과정에서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1909년 프랑스에서 종을 보내왔는데 흙벽이 종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해 흙벽은 서양식 붉은 벽돌로 대치됐고, 용마루엔 고딕식 종탑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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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색 수묵이 그려져 있는 한지로 된 성당의 창문 ⓒ 김종성


당시 벽돌을 굽고 쌓으며 목수 일을 했던 사람들은 성당 공사 경력이 많았던 중국인 기술자들이었단다. 성당 앞 갯벌에서 가져온 흙을 구워서 벽돌을 만들었다고. 성당 안에서 볼 수 있는 8각형 모양의 이채로운 창들은 중국 사람들이 남긴 흔적이다.


성당 내 양쪽 벽면의 창도 독특해 눈길을 끈다. 한지를 바른 창인 데다, 한지에 채색 수묵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다른 성당에서 볼 수 있는 스테인드글라스의 화려함과는 또 다른 느낌이 전해져 온다. 수묵의 그림은 어느 신부님이 그린 것이란다. 한국의 유교문화를 존중해 남녀가 따로 미사를 볼 수 있도록 자리를 구분한 8개의 목조 기둥들도 이채롭다.

금강(錦江)이 굽어 보이는 아름다운 성당

우암 송시열이 금강 가에 자리한 운치 있는 산세에 반해 큰 돌에 이름까지 새긴 화산(華山, 아름다운 산). 순례자의 길이자 우거진 숲길 산책로이기도 한 화산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넓적 넓적한 바위(나바위)들이 나타나는데 바로 성당의 이름이 된 바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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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을 품은 화산의 둘레길은 순례의 길이기도 하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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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들의 피정지였던 풍광좋은 정자, 망금정 ⓒ 김종성


둘레길을 따라 화산의 정상에 오르면 '망금정(望錦亭)'이 있는데, 정자 이름대로 사방이 시원스럽게 한눈에 들어오고 아름다운 금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신부님들이 피정(避靜,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한 곳에서 묵상과 성찰 기도 등 종교적 수련을 하는 일)하러 올 만한 곳이다. 예전엔 망금정 바로 아래까지 금강 강물이 넘실거렸는데, 1925년 일본인들이 둑을 쌓아 농토로 만들면서 비닐하우스가 가득한 평야가 되었다.

망금정 옆에 안내문과 함께 한국 최초의 신부(神父)였던 김대건 신부 동상이 세워져 있다. 나바위 성당은 김대건 신부와 인연이 깊다. 1845년(조선 헌종 11년)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김대건 신부는 2명의 외국인 신부와 함께 배를 타고 서해를 지나 금강을 거슬러 오다 화산 인근 나루터에 내렸다.

큰 어시장이 있어 사람들 왕래가 잦은 강경에 내리면 포교도 하기 전에 잡힐 것 같아서였단다. 김대건 신부는 목표했던 서울까지 가게 되지만 11개월 후인 1846년 9월 한성 새남터(서울 용산구 이촌동)에서 참수되고 만다. 그의 나이 25세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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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둘레길에서 마주친 신묘한 바위 ⓒ 김종성


#나바위성당 #금강 #망금정 #김대건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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