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3일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SBS와 한국기자협회 공동주최로 열린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욱 심각한 건 안 대표의 인식이다. 새 정부가 '이전 정권을 때려잡다'니, 이 무슨 망발인가?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단순한 비리 차원을 넘어 국가 공동체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정보기관을 동원해 여론을 왜곡시켰고,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들을 감시하고 때론 간첩 조작을 일삼았으며, 정권에 불편한 활동을 한 문화예술인들의 명단을 작성해 정부 지원에서 배제시켰다. 이 모든 일을 바로 잡지 않으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안 대표의 프랑크푸르트 발언은 그의 과거 발언과도 충돌한다. 안 대표는 꼭 1년 전인 2016년 11월22일 충남도당 개소식 참석차 충남 천안을 찾았다. 이때는 최순실 국정개입이 드러나 시민들이 촛불을 들던 시절이었다. 당시 안 대표는 전 대표 신분이었는데, 그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이번이 대한민국이 다시 바로 설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보통 때는 개혁이 힘들다. 기득권이 저항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에서 기득권 세력은 두 가지다. 정치는 세상을 바꾸어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로 세상이 바뀌는 걸 막고 있거나,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다. 특히 후자를 국민들의 혐오대상인 기득권 정치세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지금 나라는 위기에 빠졌고, 밑바닥을 쳤다. 그러다 보니 개혁에 반대하는 기득권 세력이 사리사욕을 채우겠다고 달려들 수 없다."불과 1년 전 '대한민국이 바로 설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던 안 대표가 지금 와서는 '복수' 운운하며 구 여권세력의 정치보복 프레임과 궤를 같이 하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안 대표는 2013년 4월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정치에 입문할 때만 해도 참신한 이미지였다. 스스로 '새정치'라는 슬로건을 내세웠고, 줄서기 정치·금권 정치·지역감정 등 기존 정치권의 행태에 염증을 느낀 부동층 유권자들은 그에게 열광했다.
그러나 이후 안 대표의 행보는 새정치와 거리가 멀어 보였다. 안 대표는 지난 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어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의 와중에 안 대표는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에 모두 나가지 않았다'고 다소 자랑스레 말했다.
당시 80%에 가까운 국민들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있었음을 감안해 볼 때, 안 대표의 발언은 여론과 동떨어져 보였다. 한편 올해 4월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대놓고 '내가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별칭 – 글쓴이) 아바타입니까?'라고 물어 여론의 조롱을 사기도 했다.
지금은 정국 운영의 키를 쥔 야당 대표로서 건전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문재인 정부 흠집내기에 골몰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특히 '전 정권 때려잡는 데 정신 없다'는 발언이 전해지면서 안 대표는 'MB 아바타'로 각인되는 모양새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기술이다. 설혹 상대에게 감정적 앙금이 있다하더라도 대의를 위해 일단 한 발 물러서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그러나 안 대표에게서 이 같은 묘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상대를 깎아 내린다고 자신이 높아지지 않는다. 안 대표는 이 점, 분명 명심하기 바란다. 만약 지금처럼 정부·여당 흠집내기에 정신이 없으면, 정치인으로서 안 대표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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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권 때려잡는다? 'MB 아바타' 자임한(?)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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